FNTIMES 대한민국 최고 금융 경제지
ad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인도의 전격 금리인하 뒤...

장태민

기사입력 : 2019-02-11 15:06 최종수정 : 2019-02-11 16:27

  • kakao share
  • facebook share
  • telegram share
  • twitter share
  • clipboard copy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지난 주 7일 인도 중앙은행(RBI)은 정책 스탠스를 세밀한 긴축(calibrated tightening)에서 중립(neutral)로 바꾼 뒤 금리를 6.25%로 25bp 인하했다. 통화정책 위원 6명 중 4명의 위원이 금리 인하에 찬성했으며, 샤크티칸타 다스 총재도 인하를 지지했다.

인도 중앙은행이 예상보다 빠른 시기에 정책금리 인하를 단행한 이유는 우선 물가 상승률 둔화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인도는 물가상승률 목표로 '4%±2%p'를 제시하고 있지만, 작년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19%를 기록하면서 18개월래 최저치를 경신했다. 물가 상승률의 빠른 둔화세가 인하의 여지를 확장한 것이다.

금리인하 결정엔 정치적인 요인도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부터 인도의 모디 총리는 경기부양을 위한 금융제재 완화와 금리 인하를 요구해 왔으며, 작년 12월 파텔 총재가 사퇴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인도는 오는 4~5월에 총선을 앞두고 있다. 따라서 이번 금리인하는 경기 부양을 원하는 정부의 압력이 작용한 것이란 해석이 적지 않다.

인도의 금리 인하 결정에 정치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글로벌 경기에 대한 우려가 한층 커진 점 역시 감안해야 한다. 일각에선 아시아 존에서 인도가 먼저 금리를 내리면서 다른 나라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 연준 태도 바꾼 뒤 인도 전격 금리 인하..신흥국 통화정책 변화 단초 마련할까

인도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를 결정한 데엔 연준의 스탠스 전환이라는 주변 환경의 변화를 빼 놓을 수 없다.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끝났다는 평가도 적지 않게 나오는 가운데 미국의 변화가 다른 중앙은행이 완화 쪽으로 움직일 수 있는 여지를 연 측면이 있다.

RBI는 지난해 8월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한 뒤 계속 금리를 동결해 오다가 올해 들어 인하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인도가 금리를 내린 것은 1년 반 만이다.

그간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연준의 금리인상 지속에 따른 환율 부담이나 자본 유출 문제 등으로 자국 경제 상황을 중심에 둔 정책을 펴기가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미국이 인상을 멈춘 상황에서 인도의 과감한 결정이 다른 나라들의 스탠스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지적들도 보인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1월 FOMC에서 연준이 사실상 금리인상 사이클의 종료를 선언한 이후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행보 역시 통화완화로의 전환 혹은 기존 긴축 속도 조절 쪽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상황이 이어지면 유로존은 내년 상반기까지도 QE 종료의 후속 조치인 기준금리 인상을 논하기 어렵다"면서 "일본에선 국채10년 금리가 다시 마이너스 영역에 진입하는 모습을 보였고 영국은 브렉시트 우려까지 가세해 금리가 하락했다. 호주는 중앙은행의 성장률과 물가 전망치 하향 조정의 여파로 금리가 빠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머징 국가들에선 인도의 전격적인 기준금리 인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연준의 금리인상에 따른 부담에서 벗어나 경기여건에 부합하는 조치를 취한 것"이라며 "향후 중국, 브라질 등에서도 유사한 행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최근 유로존, 영국, 호주 등에서 들려온 성장률과 물가 전망치 하향 소식과 더불어 신흥국 인도가 과감하게 금리 인하에 나선 것은 시간이 지나면 다른 나라도 정책기조를 바꿀수 있다는 기대감을 키웠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올해 연준이 스탠스를 크게 바꾼 가운데 인도가 반년만에 정책 스탠스를 인상에서 인하로 바꿨다"면서 "이는 거시건전성이 크게 나쁘지 않은 다른 신흥국의 스탠스 변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이 민감한 영향을 주는 중국이 금리를 내릴 가능성도 주목 받는다.

이 딜러는 "중국의 PMI지수가 최근 계속 기준선을 밑돌고 있다. 중국의 지준율 추가 인하뿐만 아니라 금리인하 가능성도 사정권에 들어온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도가 신흥국 통화정책의 완화 가능성에 무게를 실은 가운데 중국이 조만간 발표할 무역 지표가 주변국의 경기 우려를 부각시킬 수 있다는 진단도 보인다.

김두언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수출 증가율과 높은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글로벌 PMI 제조업지수의 1월 수치가 2016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50.7을 기록했다"면서 "지난해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부과됐던 미중 관세의 여파가 중국의 총 수출과 대미 수출 둔화로 나타날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1월 중국의 수출과 수입이 각각 3%, 11% 감소할 것으로 봤다. 작년 1월 중국의 수출입 증가율은 각각 11.1%, 36.9%로 상당히 높았기 때문에 기저효과까지 작용한다.

■ 인도 금리인하 후 관심사 중국 지표...현재 아시아 지역 금리동결에 무게

지난 해 아시아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금리인상 모드를 이어갔지만, 올해는 일단 동결을 지속할 듯한 상황이다.

연준의 정책 스탠스 전환으로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동결 모드'로 전환된 것 자체가 적지 않은 변화이기도 하다.

미중 무역분쟁, 유로존 경기둔화 등으로 성장의 상방보다 '하방' 위험이 커진 가운데 인도는 전격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하기도 했다. 향후 다른 나라들의 추가적인 변화 여지를 지켜봐야 한다.

바클레이즈의 안드레스 콜브 연구원은 "연준이 도비시하게 변모한 뒤 이머징 마켓 중앙은행들은 통화정책 타이트닝과 관련해 압력을 이전보다 덜 받고 있다"면서 "우선 1분기 아시아와 남미 지역의 물가 상승률은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인도 중앙은행의 도비시한 코멘트를 감안할 때 인도는 2분기에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머징 마켓 중앙은행들이 보다 도비시한 스탠스로 기운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 무역 데이터는 계속해서 부진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면서 “위안화에 대해 줄어든 압박, 둔화되는 PMI, 수출과 생산자 물가 둔화 등을 감안할 때 인민은행은 1분기와 2분기 중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중국 상황이 아시아 이머징 국가들의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통화정책에 미칠 영향도 감안해야 한다. 다만 현재 아시아 각국 상황이 다르며, 전체적으로 금리 동결을 유지할 것이란 진단은 여전하다.

모간스탠리는 주말 보고서에서 "인도 중앙은행의 금리인하가 있었지만, 아시아 국가들의 경기는 급락보다는 둔화에 무게가 실린다"면서 대다수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현재 수준의 기준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증권사는 국가별로 향후 금리인하나 통화정책 완화에 대한 시각 차이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향후 금리를 더 내릴 수 있는 나라로 최근 인하를 단행한 인도, 중국, 말레이시아 등을 꼽았다.

인도 중앙은행은 4월에도 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금리인하가 쉽지 않은 나라로는 한국, 대만, 태국 등을 꼽았다. 태국은 3월에 금리를 2%로 25bp 인상 할 것으로 예상했다. 태국은 최근 들어 금리정상화에 나섰으며 금융안정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풀이했다. 필리핀의 경우 올해 두 차례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동결로 전망을 바꾼다고 밝혔다.

모간스탠리는 "한국, 대만, 태국 등은 통화완화를 위한 '허들'이 높은 나라들로 볼 수 있다. 이들 국가는 정책금리가 여전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최저수준에서 별로 조정되지 않았다"면서 특히 "한국과 태국은 금융안정 리스크에 정책의 무게를 두고 있다"고 풀이했다.

모간스탠리는 다수 아시아 국가들이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는 이유로 경기의 하드랜딩보다 둔화 가능성이 높다는 점, 물가 상승률 둔화가 코어 물가보다 헤드라인 물가에서 관측된다는 점, 재정정책 여력이 있다는 점, 일부 부채가 많은 국가들을 중심으로 그간 금리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 등을 거론했다.

자료=모간스탠리 아시아 각국 기준금리 전망

자료=모간스탠리 아시아 각국 기준금리 전망

이미지 확대보기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FNTIMES -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오늘의 뉴스

ad
ad
ad

한국금융 포럼 사이버관

더보기

FT카드뉴스

더보기
[카드뉴스] 국립생태원과 함께 환경보호 활동 강화하는 KT&G
[카드뉴스] 신생아 특례 대출 조건, 한도, 금리, 신청방법 등 총정리...연 1%대, 최대 5억
[카드뉴스] 어닝시즌은 ‘실적발표기간’으로
[카드뉴스] 팝업 스토어? '반짝매장'으로
[카드뉴스] 버티포트? '수직 이착륙장', UAM '도심항공교통'으로 [1]

FT도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