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TIMES 대한민국 최고 금융 경제지
ad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우울한 유럽

장태민

기사입력 : 2019-02-08 11:33 최종수정 : 2019-02-08 16:30

  • kakao share
  • facebook share
  • telegram share
  • twitter share
  • clipboard copy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간밤 유럽 지역에서 경기 우려를 한층 증폭시키는 소식들이 들려왔다.

우선 유럽위원회는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1.3%, 내년 전망치는 1.6%로 제시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작년 11월에 제시한 1.9%보다 0.6%p나 대폭 하향 조정한 것이다. 내년 전망치도 당시 수치보다 0.1%p 낮췄다.

유럽위원회의 전망치는 이제 유럽중앙은행(ECB)의 전망치인 1.7%도 크게 밑도는 수준이 된 것이다.

경기둔화가 보다 가시적으로 나타난데다 경기 부진이 애초 생각했던 것 보다 장기화될 수 있다는 지적들도 나오고 있다.

유럽위원회는 미중 무역마찰 등 글로벌 무역갈등, 정부부채 확대 등으로 성장률을 하향조정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이런 가운데 유로존의 맹주 독일의 경기 둔화가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독일의 12월 산업생산은 전월비 -0.4%를 기록해 4개월 연속으로 하락했다. 12월 수치는 시장의 0.8% 증가 예상을 크게 벗어나는 것이었다.

유럽연합에서 벗어나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영국 상황도 좋지 않다. 영란은행은 기준금리를 0.75%에서 동결한 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이전보다 0.5%p나 하향 조정한 1.2%로 제시했다. 내년 전망 역시 0.2%p 내린 1.5%로 수정했다.

카니 영란은행 총재는 성장률 하향 조정에 대해 "세계 경기둔화와 브렉시트 불확실성을 주로 반영한 결과"라며 노딜 브렉시트 발생 시 영국 경기 침체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카니 총재는 "다수 기업들이 노딜 브렉시트를 대비한 비상책을 강구 중이지만 영국 경제 전체로는 여전히 준비가 부족하다"고 걱정했다.

■ 유럽 금융시장, 한 단계 더 강화된 경기우려에 안전자산선호 강화

유럽위원회의 유로존 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 독일 산업생산 지표의 부진 등으로 유럽 주가지수는 급락을 면치 못했다.

유럽 Stoxx 600 지수는 1.5% 급락하면서 경기 추가 둔화 우려를 반영했고 유로 Stoxx 50은 1.93% 폭락했다. 산업생산 부진에 충격을 받은 독일 DAX30은 2.67%나 빠졌다.

글로벌 주가지수는 올해 시작과 함께 제조업지표 부진 등으로 한 차례 충격을 받는 듯하다가 줄곧 상승했으나 이번 여파로 충격을 받았다.

유로 Stoxx50은 올해 1월 3일 2954.6선까지 급락하기도 했으나 이후 상승흐름을 이어가면서 2월5일엔 3200선까지 뛰어 넘었다. 그러다가 7일 2% 가까이 급락하면서 3150선으로 후퇴한 것이다.

반면 안전자산선호는 더욱 강화됐다.

코스콤 CHECK(3931)를 보면 유럽 대표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10년물 금리는 4.85bp 하락한 0.1133%로 내려갔다. 분트채 금리 하락폭은 제조업 둔화 우려 증폭 등으로 1월 2일 기록했던 낙폭(7.47bp) 다음으로 컸다.

영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1%선을 압박하는 수준까지 내려가고 있다. 길트채 금리는 7일 4.2bp 하락한 1.0638%를 나타냈다. 영국 금리는 지난 10월 초순만 하더라도 1.5%를 넘어 1.6%까지 달려갈 기세였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한 것이다.

유로존 안전자산선호는 '국가 크레딧 스프레드 확대'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났다. 경기 둔화 우려로 독일, 영국 등의 금리가 크게 빠졌지만, 이탈리아 금리는 최근 크게 뛰었다.

이탈리아 금리는 재정 우려 등으로 최근 다시 3%에 다가섰다. 7일 이탈리아 10년 국채금리는 11.59bp 급등한 2.9498%까지 올라갔다. 1월말 2.5855% 수준이던 금리가 며칠 사이에 35bp 이상 급등한 상태다. 이탈리아-독일 10년 국채차는 248bp 수준에 달한다.

미중 무역 갈등 와중에 유럽 쪽의 보다 두드러진 경기 부진이 글로벌 경기 우려로 확대된 모습이다. 이에 따라 주가지수 낙폭은 더욱 커졌다.

이에 따라 유럽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는 사실상 더욱 더뎌지게 됐다. ECB는 작년 12월 양적완화를 종료했으나 재투자는 장기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또 여름까지는 금리에 손대지 않겠다고 했으나, 지금은 연내 금리 인상이 사실상 어렵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영국은 여전히 브렉시트 관련한 불확실성에 휩싸여 있다. 브렉시트를 놓고 여전히 재협상, 탈출(EXIT) 연기, 노딜, 조기총선과 제2국민투표 가능성 등 여러 시나리오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 통화정책 정상화 못하고 재정여력 없는 유럽

자료=ECB 홈페이지, 유로존 정책 관련 금리 흐름

자료=ECB 홈페이지, 유로존 정책 관련 금리 흐름



일부 비관론자들은 연초 글로벌 주가가 올랐으나 다시금 세계가 불황에 빠질 조짐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인식을 드러내기도 한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단행된 유례없는 초저금리와 양적완화로 풀린 거대한 유동성이 전세계 자산시장 호황으로 이어졌지만, 미국만으로 글로벌 경기를 끌고 나가는데 한계가 있다고 보는 시각인 셈이다.

미국 연준이 금리를 올리고 대차대조표도 축소하기 시작했지만, 세계 경기 불확실성이 고조되자 연준은 금리인상의 속도를 크게 줄였다. 경기 비관론자들은 연준의 금리 동결 지속 후 인하를 예상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유럽중앙은행은 지난해 말 자산매입을 종료한 정도의 정상화를 이뤘을 뿐 기준금리 0%, 예금금리 -0.4%를 유지하고 있다.

유럽 경기가 둔화되고 있지만, 쓸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 통화정책은 정상화를 위한 한 걸음 내딛기가 어려운 상황이며, 재정정책 쪽은 여전히 국가부채 비율이 높아 한계가 있다.

미국이 2015년 말부터 작년 말까지 금리를 9차례 인상해 정상화 쪽으로 움직이면서 무역분쟁을 주도해 자국 우선주의를 강화한 반면 유럽의 성장률은 작년부터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는 것이다. 유로지역은 2017년 분기별 0.7% 정도의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작년 3분기엔 0.2%로 수치가 낮아졌다.

여기에 유럽 내 각 국가별로 사정이 상이해 전체 유럽 국가들이 반등하기도 쉽지 않다. EU 집행위는 전체 유로존 성장률 전망을 낮추면서 이탈리아의 성장률 전망은 기존 1.2%에서 0.2%로 대폭 떨어뜨리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유럽의 경기 부진에 미중 갈등, 미국 정치권의 힘 겨루기 등이 지속되다 보니 국내 금융시장에선 최근 주식 강세, 채권 약세의 물꼬가 바뀌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유럽 경기 악화가 다시 안전자산선호를 강화시켰다"면서 "한은이 바뀌지 않는 한 채권시장은 강세 여지가 제한적이지만, 일단 최대한 쥐어짜려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운용사의 한 주식매니저는 "최근 주가지수가 많이 올라 조정이 필요할 때 유럽과 미국 쪽에서 악재가 터졌다"면서 "미중 무역갈등이 잘 해소되나 하더니 다시 좀 꼬였고 셧다운 문제도 다시 대두될 수 있다. 당분간 대외 불안 요인에 민감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외국인의 주식 매수세가 이어질지 관심이다.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전일까지 8일 연속으로 주식을 순매수했으나 이날은 매도 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외국인은 1월 9일부터 전일까지 19거래일 가운데 하루를 제외하면 모두 매수 우위를 보인 바 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FNTIMES -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오늘의 뉴스

ad
ad
ad

한국금융 포럼 사이버관

더보기

FT카드뉴스

더보기
[카드뉴스] 국립생태원과 함께 환경보호 활동 강화하는 KT&G
[카드뉴스] 신생아 특례 대출 조건, 한도, 금리, 신청방법 등 총정리...연 1%대, 최대 5억
[카드뉴스] 어닝시즌은 ‘실적발표기간’으로
[카드뉴스] 팝업 스토어? '반짝매장'으로
[카드뉴스] 버티포트? '수직 이착륙장', UAM '도심항공교통'으로 [1]

FT도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