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손해보험협회와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주요 보험사 CEO들의 신년사 키워드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키워드는 모두 ‘위기경영’이었다.
현재 보험업계는 급격한 고령화와 저출산 등 인구절벽 문제에서 비롯된 보험의 수요 저하와 성장정체는 물론, 경제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장기보험 상품을 해약하는 고객이 늘어나는 등 기존 고객들의 이탈도 가속화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즉시연금·암보험금 약관 문제로 인해 소비자들 및 금융당국과의 갈등이 해를 넘기는 등, 보험업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소비자 신뢰’ 면에서도 지난해 보험업계는 낙제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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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협회장은 이러한 위기를 4차 산업혁명 시대 속 ‘인슈어테크’ 등 새로운 기술로 넘어야 한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신 협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에 따른 데이터 분야와 핀테크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규제혁신 노력도 속도감 있게 전개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 협회장 역시 “인공지능(AI), 블록체인, 자율주행차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진전은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거대한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며 “‘단순한 변화’(Change)가 아닌 ‘완전한 변신’(Transformation)을 추구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진: 현성철 삼성생명 사장
보험 유관기관장들만이 아니라 각 회사의 CEO들도 이들의 의견과 궤를 같이했다. 보험업계 부동의 1위인 삼성생명의 현성철 사장은 신년사에서 “올 보험산업은 저성장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강자에게는 재도약의 기회가 되고, 변화를 두려워하는 자는 시장에서 사라지는 등 기업 경쟁력 격차가 확연히 드러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 사장은 “어떤 환경변화도 이겨낼 수 있는 건실한 손익구조를 구축하고 신사업과 해외사업 역량을 강화해 미래 성장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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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미 실적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았던 허정수 KB생명 사장 역시 ‘고객중심의 CPC영업전략 추진’으로 위기 돌파에 나섰다. 허 사장은 신년 전략회의에서 “새로운 조직 구성은 마케팅, 상품, 영업으로 이어지는 CPC체계의 완성"이라며 "이를 통해 업무효율과 의사결정 속도를 높여 고객니즈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해보험업계 1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화재의 최영무 사장 또한 “올해는 보험산업의 양적·질적 기반 약화가 예상된다”며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경영환경에서 새로운 비상을 위해 ‘담대한 도전, 과감한 실행, 새로운 미래’를 올 경영 모토로 정했다”고 밝혔다. 삼성화재는 올해 이를 위해 장기보험에서는 채널 및 상품구조 혁신을 통해 시장에서 최상의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자동차보험은 적정 원가 확보 및 보상 효율을 높여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햇수로 12년째 장수 CEO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철영 현대해상 부회장도 “경기침체에 따른 신계약 부진, 보유계약 해지율 증가, 회계 및 재무건전성 제도 변화 등으로 보험산업 전망이 밝지 않다”며 올해 전망을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부회장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서는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는 동시에, 성장 정체에 빠진 국내 시장의 틀을 벗어나 동남아시아 등 이머징마켓의 신규 진출에도 힘쓰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