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5.4원 내린 1105.3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 6월 18일(1103.5원) 이후 6개월여 만의 최저치다. 지난달 30일 (1121.2원)과 비교하면 15.9원 급락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20원 내린 1109.0원에 출발한 후 등락을 반복하면서 보합세를 나타냈다. 오후에는 하락 폭을 키워 장 후반 1104.9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 역시 6월 20일 장중 저점인 1103.0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국과 중국이 90일간의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한 데다 중국 위안화 강세와 원화 강세가 동조화 흐름을 나타낸 영향이 컸다.
문정희 KB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며칠 사이에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고 주요 배경이 미·중 무역분쟁의 협상 가능성, 중국 위안화의 강세 전환 등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에서 환율은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번 주 들어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떨어진 가운데 더 빠른 속도로 하락세가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우선 미국과 중국이 조건부 무역전쟁 휴전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 향후 양국 간 협상 과정과 결과에 따라 다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고 이에 위험회피심리가 재개되면 원화 강세에 부정적이다.
여기에 한미 시장금리 차 확대 가능성도 원화 강세 제약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30일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작년 11월 이후 1년 만의 금리 인상이다.
한은이 이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국내 실물경기 둔화 등을 고려하면 내년까지 추가 금리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9%에서 0.2%포인트 낮춘 2.7%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경제성장률도 2.7%로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국내 성장률을 기존 3.0%에서 2.8%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내년 성장률은 2.9%에서 2.6%로 낮췄다.
그러나 미국은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더라도 12월을 비롯해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미 시장금리 차는 더 확대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거론된다. 금융시장은 연준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올해 4번째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소비, 투자 등 실물경기가 약화되고 있고 경상수지가 올 초에 적자를 기록한 점 등을 고려하면 위안화의 추가 강세는 제한적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정희 KB증권 연구원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미·중 정상의 협상 합의는 중국 위안화와 한국 원화에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향후 미·중 협상 진행 과정을 지켜봐야 하고 12월에도 브렉시트 관련 영국 의회 결정(11일), ECB 통화정책회의(13일), FOMC 회의(19일) 등 매크로 이벤트가 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연구원은 “2019년 연초에는 미국의 자동차 관세 등 보호무역주의가 다시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과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이 바뀌지 않았다는 점 등으로 다시 안전자산 선호에 따른 달러 강세, 위안화와 원화는 현 수준보다 약세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