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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강남 讚歌 (하)

장태민

기사입력 : 2018-11-26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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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도곡동 타워팰리스

사진=도곡동 타워팰리스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 주상복합과 재건축의 시대

삼풍백화점 붕괴라는 대형사고에도 불구하고 강남의 도전은 계속됐다. 이번엔 주상복합건물이었다. 한국 주상복합건물을 상징하는 도곡동 타워팰리스의 기원은 199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시는 지하철 공사에 필요한 재정 마련을 위해서 도곡동 부지를 팔려고 했고 삼성전자는 102층 사옥과 전자타운 계획을 갖고 이를 사들였다. 하지만 조용히 살고 싶었던 주민들이 이를 반대한 데다 1997년 외환위기까지 터지면서 이 계획은 수익성 주거사업으로 전환됐다.

이후 도곡동 초고층 주거단지는 66층의 타워팰리스를 비롯해 삼성중공업의 55층짜리 주상복합 2동, 대림건설의 46층짜리 아파트 2동, 31층짜리 군인공제회 아파트 등으로 구성됐다. 타워팰리스 1차는 2002년, 2차는 2003년, 3차는 2004년에 각각 입주가 이뤄졌다.

주상복합 건물은 일반 아파트와 달리 ‘법적 제한이 제한적’이었다. 10퍼센트의 공공 개방지 외에 학교, 공원 같은 공공시설을 마련할 의무가 없었다. 주위의 공원 등 기존 인프라를 그냥 쓸 수 있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1990년대 말을 달군 것은 ‘재건축 열풍’이었다. 강남 일대 1970~1980년대에 지은 10평대 주공아파트나 민간 건설사의 재건축이 단연 화제였다. 1972년 건설된 반포 주공 1단지 용적률은 72%, 75년에 건설된 잠실 주공 1~4단지는 63~83%(5단지 121%), 79년에 지어진 둔촌 주공은 90% 정도로 작았다. 재건축 열풍은 밀레니엄 이후에도 쭉 이어진다. 2001년 반포 주공, 2003년 고덕 주공, 2003년 은마, 2004년 잠실 주공으로 이어지면서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다.

당시 내 친구 중 한 명이 재건축을 한국 자본주의의 가장 천박한 이면이라고 주장했던 기억이 난다. 5층짜리 주공아파트의 경우 대지 면적이 넓었고 15층짜리 고층 아파트로 재건축하면 분양 가능한 가구 수를 3배로 늘릴 수 있었다. 때문에 아파트 가격은 순식간에 3배로 뛰었고 재건축의 차익은 건설사와 집주인(조합원)이 나눠 먹었다.

재건축을 하기 위해서는 집주인 80%의 동의와 ‘안전상 하자가 있어야’ 했다. 상식적으로 볼 때 위험한 건물이면 가격이 낮게 평가돼야 하지만, 한국과 같은 재건축 문화에선 위험하면 위험할수록 값이 배로 뛰었다.

재건축 과열로 2003년 정부는 5·23대책을 내놓으며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후분양제를 실시했고 9.5 대책에선 분양권 전매를 금지했다. 건설 예정 가구의 50% 이상을 전용 25.7평 이하로 짓도록 의무화하고 용적률 가운데 25%는 임대아파트를 짓는 데 쓰도록 했다.

재건축 아파트 규제와 관련해 2006년 3월 위헌 시비까지 붙었다. 재건축으로 인한 시세의 50%를 정부가 가져가는 게 맞지 않다는 주장이었다. 불로소득 추구자들은 ‘경제적 자유’를 내세워 정부에 항거했다.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부동산 시장이 침체를 맞자 정부는 초과이익 환수를 유예해 버렸다.

2006년 건교부가 작성했던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시행방안 연구’라는 문건을 보면 재건축 이익이 엄청났음을 알 수 있다. 당시 문건엔 이렇게 기록돼 있다.

“13평이 최근 3년간 2억 4천만 원에서 7억 원으로 상승함에 따라 이 아파트 소유자는 별다른 노력 없이 3년간 4억 6천만 원의 재산을 증식했다. 잠실 저밀도 세대수가 2만 1250세대임을 감안하면 초과이익은 10조원에 달한다. 서울시 2006년 예산이 15조원임을 감안할 때 이들 재건축 소유자들이 향유하는 초과이익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없다.”

2000년 이후엔 사실 서울에 아파트를 지을 곳이 많이 줄어들었고 재건축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강남 3구 주택공급의 3/4은 재건축이었으며, 서울 신규 주택의 30% 이상이 재건축에 의해 공급됐다.

▲ 9호선과 맥쿼리, 모든 기반시설을 강남으로 연결하라

비교적 최근에 완공된 지하철 9호선은 ‘직통 급행’을 운영하는 첫 지하철이었다. 지하철 9호선과 관련해서 빠질 수 없는 투자자가 호주 투자은행 맥쿼리다. 맥쿼리는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의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해왔다.

맥쿼리는 특히 민간 투자산업이라는 명목으로 국내 도로, 철도, 항만, 터널 등에 투자하면서 안정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특혜성 협약을 맺은 것으로 유명해졌다. 최소운영수입보장(MRG, Minimum Revenue Guarantee)의 이익을 한껏 누렸던 것이다.

사실 영악한 투자자라면 MRG의 약점을 이용해 먹을 수 있다. 교통 수요 등을 과다하게 예측하면 되는 것이다. 예컨대 MRG에 의해 80%의 보상을 받기로 한 계약이 있다고 해보자. 도로에 차량 100대가 지나갈 것으로 보였는데, 개통 후 20대만 지나가면 80대의 통행료는 사업자의 손실로 인정돼 이 금액의 80% 퍼센트를 세금으로 보전 받을 수 있다. MRG를 활용한 민자사업의 비리는 한 때 뜨거운 사회이슈가 되기도 했다.

특히 맥쿼리는 이명박 전 대통령 집안과 연관이 깊었다. 2000년대 초반 내가 인터뷰차 맥쿼리투신을 방문했을 때 당시 회사의 대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아들인 30대 이지형 씨였다. 사람들은 맥쿼리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리를 연결해 브레인스토밍을 했으나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는 부분이 많다는 의심이 있다

아무튼 맥쿼리 등 민간사업자들은 가급적 통행량을 실제보다 과다하게 예상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지하철 9호선은 그 예상 통행량보다 더 많은 사람들로 북적댔다. 그간의 민자사업 패턴을 볼 때 매우 특이한 사례였다. 2009년 지하철 개통 뒤 이듬해인 2010년 일평균 통행량이 예측치의 100%에 근접했다. 이후 2015년엔 종합운동장까지 2단계 구간이 개통됐다.

그러나 민간사업자는 비용 절감을 위해 전동차를 4량만 운행했으며, 시민들은 정말이지 제대로된 ‘지옥철’을 경험해야 했다. 9호선은 또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사회적 공분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아무튼 강남과 강서 지역(중간에 여의도와 목동을 포함해)을 연결하는 9호선은 황금노선이었다. 부동산 업자들은 이 노선 주변 부동산이 유망하다고 소곤대곤 했다. 9호선은 강남의 부동산에 더욱 힘을 실어줬으며, 강서 쪽에선 마곡지구 등의 아파트 값이 뛰었다.

지하철 9호선 문제가 사회 이슈가 된 뒤 맥쿼리는 지배구조에서 손을 뗐다. 서울시는 협약 변경을 통해 지하철 요금 인상 권한을 회수했다. 30년간 최소운영수입보장으로 인해 날릴 뻔한 돈 3조원 이상의 세금이 세이브됐다는 평가도 있다.

▲ 국제가수 싸이, 강남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다



2000년대 들어 강남은 빠르게 ‘귀족 벨트’로 변해갔다.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겪은 뒤 한국의 빈부격차는 점차 확대됐다. 권력을 보수가 잡든, 진보가 잡든 상관없었다. 노무현 정부가 국토균형 발전이란 명목으로 푼 돈은 강남 집값을 더욱 띄우는 데 기여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시절 이명박 정부는 집값을 유지하기에 안간힘을 썼다. 그 당시 글로벌 부동산 값이 폭락할 때 한국은 ‘선방’했다. 문재인 정부로 정권의 색깔이 바뀌었지만, 2017년부터 강남 아파트는 급등세로 호응했다. 강남은 보수나 진보 같은 이념 따위에 흔들릴 곳이 아니었다.

서울 시민들 사이에서도 서울 ‘어디에서’ 사는지가 중요해졌다. 강남 시민은 마치 신인류처럼 한국인 모두가 선망하는 골품제도의 최정점에 선 사람들로 변모해 갔다. 일반인들이 엄두도내지 못하도록 강남 집값은 계속 올라야 했다.

21세기 들어 한국에선 계급사회가 매우 빠른 속도로 구축됐다. 지금은 서울대학교 입학생과 행정고시 합격자의 40% 가량이 강남 출신이다. 강남에 진입하는 것은 이 사회의 기득권이 될 수 있는 티켓을 얻는 것과 같았다.

이런 ‘위대한’ 강남에 찬사가 빠질 수 없었다. 전혀 의도치 않게 세계적인 유명인사가 된 가수 싸이는 2012년 세계인이 가장 사랑하는 한국 노래가 될 ‘강남 스타일’을 선보였다. 싸이는 강남 출신답게 육체적 욕망을 ‘쿨’하게 노래했다. 강남스타일의 가사가 강남을 비판하는 내용이란 ‘주장’도 있으나 그런 해석 따위가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강남 스타일은 오랜 기간 유튜브 누적 조회수 1위를 기록했으며, 현재 30억 뷰 이상을 기록하면서 여전히 뮤직비디오 조회수 10위권 내에 머물고 있다. 내 강남 친구는 다른 외국 노래가 강남스타일의 기록을 깰 때 ‘별 시덥잖은 노래가 강남스타일을 누르고 누적 조회수 1위에 올라가다니 믿을 수 없다’면서 이 노래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싸이에 의해 강남은 한국에서 가장 간지 나는 곳으로 외국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강남의 발전을 홍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코엑스에 강남스타일 조형물이 세워졌다. 4억 원의 예산을 들여 높이 5미터, 폭 8미터의 조형물이 당당하게 섰다. 하지만 문화적 소양이 떨어지는 시민들은 어쩐 일인지 이 조형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듯했다.

▲ 강남, 욕망의 용광로..서울 아파트의 투기화

노무현 정권은 부동산 가격 급등을 잡지 못해 집권 후반부 국민의 신임을 잃었다. 억울한 면도 있었을 것이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어마어마한 유동성을 제대로 통제하기 어려워 집값을 안정시키지 못한 측면이 컸다. 그 시절은 전 세계 부동산 가격이 다 뛰고 있었던 시기였다.

하지만 당시 강남을 필두로 부동산이 급등하자 노무현 정권의 충실한 지지자들도 마침내 인내의 한계를 드러내면서 믿었던 정권을 비난하기에 이르렀다. 노무현 정권 후반부엔 아주 거친 얘기들도 많이 돌아다녔다.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운 ‘X 대주고 뺨 맞았다’는 식의 조롱이 난무했다. 노무현 정권의 지지자들은 이탈했고 부동산 급등으로 혜택을 많이 본 강남 부자들은 챙길 것은 다 챙기면서도 비틀거리는 정권을 조소했다.

이후 2008년 치러진 제18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선 뉴타운 지정 여부가 정국(政局)의 최고 이슈가 됐다. 강남처럼 되고 싶은 ‘정통’ 서울, 즉 강북 사람들은 뉴타운 지정 공약을 중심으로 투표를 했다. 당시 전임 서울 시장이자 최고 권력을 거머쥔 이명박 대통령의 기를 받은 오세훈닫기오세훈기사 모아보기 서울시장은 뉴타운 공약을 최대한 활용했다. 강남구 출신의 오세훈 시장은 모든 서울의 강남화를 모토로 내걸었다. 하지만 감히 모두가 강남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사실 강남과 가장 밀접한 사람 중 하나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었다. 그는 현대건설이 경부고속도로 체비지(개발사업 시행자가 경비충당 등을 위해 매각처분할 수 있는 토지)를 인수할 때 땅을 보너스로 받았던 사람이었다. 내곡동 자택, 도곡동 땅, 청계재단 사무실, 소망교회, 논현동 자택 등 이명박과 관련된 모든 기반은 강남에 있었다.

아무튼 오세훈 시장의 뉴타운 사업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좌초하고 말았다. 기반시설 설치에 대한 부담이 사업시행자(주민)의 부담으로 전가되면서 사업성이 떨어졌다. 또 세입자와 원주민의 재정착 문제 등을 풀지 못했다. 모두들 자신의 돈은 쓰지 않고 불로소득을 얻길 원했던 탓에 여건이 여의치 않았던 것이다.

당시 부동산에 대한 서울시민들의 광기는 엄청났다. 부동산 불패 신화에 바탕해 ‘나도 노력하지 않고 한 탕 잡아 보겠다’는 욕구가 만연했다. 한국 자본주의의 천박성이 만천하에 드러난 때였다. 노력해서 돈을 벌면 바보, 부동산을 사서 큰 돈을 벌면 능력자로 대접 받던 때였다. 지금도 마찬가지긴 하다.

하지만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강남 아파트 가격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그러던 부동산 가격은 2013년을 저점으로 2014년부터 오르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는 빚 내서 집을 사라고 부추겼으며, 서울 부동산 시장에 ‘상승 에너지’가 응집되기 시작했다. 기술적으로 보면 2015년, 2016년 서울 아파트 가격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으며, 2017년과 2018년엔 급등세로 치달았다.

주식으로 치면 대장주, 채권으로 따지면 지표채에 해당하는 강남 부동산의 급등은 전 서울의 아파트 가격을 동반 상승으로 안내했다. 2018년 여름엔 서울 아파트 중에 상대적으로 싼 것처럼 보였던 신림동 아파트의 상승률이 가장 두드러질 정도였다.

금융권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하는 한 지인은 6억 원 하던 대방동 아파트를 9억 원에 샀고, 또 다른 펀드매니저 지인은 1년 사이에 5억 원이 오른 15억 원짜리 여의도 트럼프 월드를 질렀다.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에서 일하는 이 유능한 사람들은 ‘헤지’(위험 회피) 차원에서 살 수밖에 없었다는 비장한 말을 쏟아냈다. 그들은 2018년 뜨겁던 여름, 지금이라도 서울 아파트를 사지 않으면 내집 마련이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과감하게 베팅한 것이었다. 당시 나는 가격이 고점 근처일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그들의 선택을 걱정해줬다.

이 사람들은 불과 얼마 전까지 자신들이 지지한다고 했던 무능한 정권을 욕했다. 정의감이 남아 있던 이 잘나가는 펀드매니저들은 이 정권 역시나 불로소득을 잡을 의지도 없으며, 모든 서울 시민에게 ‘카지노 플레이어’가 되라고 부추긴다고 주장하면서 정권을 비난하기에 이르렀다.

▲ 정책가들, 그리고 사익에 대한 의심

문재인 정권의 경제사령탑이었던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서울 아파트 급등 뒤 유독 구설수에 많이 올랐다. 그가 한 발언 때문이었다.

장 실장은 올해 9월 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모든 국민이 강남 가서 살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살아야 될 이유도 없고 거기에 삶의 터전이 있지도 않다. 저도 거기에 살기 때문에...”라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서울 아파트 가격 폭등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많은 서울 시민들을 화나게 만들었다. 주변의 사람들은 이 발언에 대해 “정부가 서민 주택은 관리하지만, 강남은 ‘천한 것’들이 살만한 곳이 아니니 놔두라는 입장”이라고 해석했다. 안타까운 일이었다.

장 실장하면 과거 삼성그룹의 전환사채를 이용한 편법 상속 논란을 문제 삼던 정의감 넘치던 사람 아니었던가. 하지만 자신의 이익이 걸린 문제에 대해선 전혀 다른 식으로 나온다는 오해(?)를 받았다.

한 때 ‘장하성의 팬’을 자처하던 한 후배는 단단히 화가 났다. 정부가 9·13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종부세 인상 등의 대책을 내놓은 뒤였다. 후배는 장 실장이 보유한 1가구 2주택의 종부세 증가분을 계산해 보여줬다. 장 실장이 이 정부에 합류하면서 신고했던 재산은 100억 원이 약간 안 됐지만, 부동산은 ‘당연히’ 공시가격으로 신고됐다. 시세대로 신고를 했다면 재산은 물론 100억 원이 넘었을 것이다. 재산이 많은 사람을 무조건 비난하는 것을 옳지 못하다. 하지만 후배는 정책과 관련이 있는 사람이 자신의 이익 때문에 정책을 제대로 펴지 않는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후배의 계산법은 이랬다. 장 실장이 소유한 잠실 아시아선수촌 아파트의 공시가격은 12억5천만 원 남짓, 경기도의 단독주택은 2억 원 가량이었다. 하지만 공동명의여서 신고한 주택 재산 평가액은 7억 원을 약간 넘는 수준이었다. 사실 실거래가를 적용하면 장 실장이 거주하는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가격만도 24억 원에 달했다.

아무튼 공시가 7억 남짓에서 6억 원을 제하고 다시 공정시장가액비율(80%)을 적용하면 과세표준이 1억 원에 불과했다. 이 구간 세율은 0.5%인데, 여기에서 다시 기납부한 재산세를 차감하면 납부해야 할 종부세는 36만 5000에 그쳤다.

9.13대책으로 내년 종부세율이 인상되고 공정시장가액비율이 85%로 오른다고 해도 공시지가가 그대로라고 가정하면 내년에 납부할 종부세는 38만원 남짓이다. 후배는 이 경우 올해보다 겨우 2만3천원 오른다고 분개했다. 동네 허름한 선술집에서 소주 한잔 마시는 정도의 부담이다. 후배는 실상이 이러한데 많은 언론들이 산수도 해 보지 않고 ‘세금 폭탄’을 들먹인다고 흥분했다.

감정평가사로 일하는 친구 한 명은 정부가 출범 뒤 공시가격 현실화만 서둘렀어도 집값이 이렇게 뛰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의지만 있었으면 집값을 안정화시킬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다.

▲ 강남스타일 그들은...그리고 우리 사회는

지난 10월 국회의원 심상정은 정부 고위 공무원들의 부동산 보유 현황을 분석해 발표했다.

자료에 의하면 부동산 정책 관련 기관에서 일하는 고위공무원들 가운데 강남3구에 집을 보유한 사람의 비중은 46%였다. 아울러 고위공무원 가운데 2주택 이상이 48%에 달했다. 청와대와 행정부처(1급 공무원 이상) 및 그 관할기관의 부서장 등 총 639명의 재산변동을 관보를 통해 분석한 결과였다.

심 의원은 집값이 폭등하면 고위공직자가 먼저 이익을 보는데, 어떻게 국민들이 주택정책을 신뢰할 수 있겠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해상충 문제의 해결을 위해 1가구 1주택에 솔선수범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심 의원은 그동안 왜 정부가 전국 주택 보유자 중 1.1%(15만 가구)에 불과한 종부세 인상 대상자에게 깨알 같이 자잘한 대책을 할애 했었는지 이해가 된다고 했다. 또 정책가가 아무리 객관적으로 정책을 집행한다 생각하더라도 서로 비슷한 공간에서 비슷한 생활과 문화를 향유하는 상황에서는 편향된 정책이 생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득과 자산 불평등을 해소하고 이해상충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위공직자부터 주거에 대한 기득권을 내려놓고 1가구 1주택 등 솔선수범해야 한다며 훈계했다.

한 때 장하성 실장의 팬이었던 후배는 강남에서 나고 자랐다. 3년 전 노모(老母)를 모시고 수도권의 한 신도시로 이사를 갔다. 서울 아파트 급등기를 절묘하게 피해서 이사를 갔으니 속이 편할 리 없었다.

하지만 후배는 최근 자신이 향유하지 못한 이익보다 불로소득 외엔 답이 없는 한국의 사회구조를 걱정했다. 불로소득을 얻기 위한 게임에서 승리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는, 절반이 넘는(!) 집 없는 서울 시민들의 미래를 걱정했다. 열심히 성실하게 일하면 내 몸 하나 건사할 수 있는 아지트 하나쯤은 마련할 수 있어야 정상적인 사회 아니냐는 게 후배의 주장이었다.

모로코엔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는 유명한 속담이 있다. 지금의 한국사회에 적용해도 손색이 없는 멋진 말이다. 특히 2017~2018년 한국의 수도 서울에선 아파트 가격 급등이 노동가치를 완벽하게 잠식해버렸다.

현 정부는 집값 폭등의 원인을 전 정부의 ‘빚내서 집사라’ 정책과 한국은행의 끊임없는 금리 인하 탓으로 돌렸다. 그 말에 진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정부의 정책 실패 역시 서울 아파트 급등에 큰 몫을 했음을 부인하긴 어렵다.

누구 못지않게 서울 아파트 급등에 속을 끓였을 강남 출신의 후배가 흥얼거렸다.

“오~ 오~ 오~ 오빤 강남스타일....오~오~오 오빤 강남스타일....오~오~오 오빠도 ‘한 때는’ 강남스타일....”

(주) 이 글은 한종수·강희용 씨가 쓴 저서 '강남의 탄생'(2016년) 등 여러 자료를 참고해 작성됐습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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