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0일 반대매매(호가 기준) 규모는 총 100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06년 거래소 집계 후 최대 규모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 27일(851억원) 보다 많은 물량이 나왔다. 증권사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451억원, 코스닥 시장에서 556억원의 반대매매 매물을 내놨다.
이달 1일 50억원대에 불과했던 반대매매 규모는 20배가량 급증했다. 일 평균 반대매매 규모도 지난달 54억원 수준에서 이달 252억원으로 네 배 불었다.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증권사의 돈을 빌려 매수한 주식(신용거래) 가치가 하락해 담보비율이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거나 외상거래로 산 주식(미수거래)에 대해 결제대금을 내지 못하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매도해 채권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투자자는 증권사는 채권 회수를 위해 채무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반대매매의 주식 수량과 매도가를 정해 팔아 버리기 때문에 투자자는 손실을 만회할 기회도 없다.
증시 하락으로 반대매매 매물이 늘어나면 지수를 더 끌어내리고 다시 반대매매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도 되풀이될 수 있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지금과 같은 주가 하락은 추가적인 반대매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지금이 바닥이라는 판단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반대매매로 주식을 다 팔아도 빌린 돈을 다 못 갚는 '깡통계좌'가 속출할 우려도 나온다.
반대매매가 늘면서 국내 증시의 신용융자 잔고도 급감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전 거래일 대비 3503억원 줄어들어 10조156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5월 말 12조4985억원에서 2조원 넘게 감소한 수준이다.
지난 12일까지만 해도 11조3643억원을 기록하던 신용융자 잔액은 15일 10조8822억원으로 줄어 두 달 만에 10조원대로 떨어졌다. 특히 코스닥 시장에서 신용융자 잔액은 이달 초 5조8000억원대에서 현재 4조9198억원까지 급감했다. 코스닥 신용융자 잔액이 5조원을 밑도는 것은 지난해 11월 21일 이후 11개월 만에 처음이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