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미국 국채와 독일 분트채 수익률이 하락했다. 반면 당사국인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은 급등했다. 장중 오르던 뉴욕 주가는 보합 수준으로 밀렸고 유럽 주가도 제법 큰 폭으로 떨어졌다. 유로화가 약해지면서 달러화는 사흘 연속 강세를 이어갔다.
■“몇 주 안에 伊 국가신용등급 강등 가능성”
래리 맥도날드 ACG애널리틱스 미 거시전략 담당 총괄은 “시장이 우려해온 최악의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기대보다 다소 나쁜 내용인 것은 맞다”며 “이번 재정적자 목표 설정은 국가 의무를 위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윈 신 브라운브러더스해리먼 통화전략 담당 총괄은 “이탈리아 재정상황이 유로화에 확실한 악재가 된 데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매도 압박이 여전하다”며 “2% 이하 재정적자를 주장해온 트리아 장관이 결국 뜻을 굽히면서 몇 주 안에 이탈리아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伊 결정에 EU “우려스럽지만 일단 대립 피하겠다”
이탈리아의 재정지출 확대 결정에 EU 측은 우려를 표하면서도 일단 대립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피에르 모스코비치 EU 경제담당 집행위원은 “이탈리아 새 예산안은 득 될 게 없는 결정”이라면서도 “EU와 이탈리아 사이에 위기가 발생하는 일을 원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EU의 권고와 제재가 이탈리아에 미칠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인식에 따라 신중한 태도를 취한 셈이다.
대신 EU 당국자들은 이탈리아가 EU집행위원회에 예산안을 제출하기 전까지 이를 수정하도록 금융시장이 유도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예산안을 다음달 중순까지 EU집행위원회에 공식 제출해야 한다.
한 채권전문가는 “이탈리아 결정에 금융시장이 이미 부정적 반응을 여실히 드러냈다”며 “이탈리아가 적자 수준을 EU 상한선 3% 이하로 정함으로써 정면 충돌은 피하려 했지만 전임 정권 목표보다 높게 설정했다는 점에서 갈등 소지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탈리아의 점진적 재정적자 감축 노력을 이제는 기대할 수 없을 터이다. 적자 수준을 2.4%로 정한 것도 문제지만 이 목표치가 3년이나 계속된다는 점이 더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다른 전문가는 “이탈리아와 독일 10년물 스프레드가 2주 안에 300bp까지 벌어질 수 있다”며 “이번 문제에 대한 EU집행위원회 반응이 중요할 듯하다”고 내다봤다. 현재 양국 스프레드는 268bp(1bp=0.01%p) 수준이다.
■뉴욕주가·수익률·유로화 하락 압력 vs 달러화 사흘째↑
이날 뉴욕 3대 주가지수는 이탈리아 악재를 떨치지 못하고 등락을 거듭하다가 보합권으로 후퇴했고, 미국채 10년물 수익률도 하락 압력을 받았다. 반면 달러화 가치는 사흘째 오름세를 이어갔다.
오후 3시52분 달러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는 95.151로 전장보다 0.3% 상승했다. 장 초반 95.35로까지 높아졌다. 이탈리아 재정 우려에 유로화가 약세를 이어간 영향이다. 유로/달러는 0.3% 떨어진 1.1607달러에 거래됐다. 한때 1.1570달러로까지 후퇴, 거의 3주 만에 처음으로 1.16달러 선을 하회했다.
■안전자산 獨국채 수익률 급락 vs 伊 수익률 3%선 상회
안전자산인 독일 분트채 10년물 수익률은 4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0.46%로 전장보다 6bp 급락했다. 반면 당사국인 이탈리아 국채시장에는 매도세가 발생했다. 수익률이 전 구간에 걸쳐 22~41bp 뛰었다. 10년물 수익률은 이틀째 급등, 지난 4일 이후 처음으로 종가 3%선을 넘어섰다. 3.18%로 전장보다 27bp 높아졌다. 이탈리아와 독일 10년물 수익률격차(스프레드)는 장중 279bp로까지 확대, 3주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유럽주식시장 주요 지수는 동반 하락했다. 범유럽 스톡스600지수가 0.8% 내렸고 범유럽 우량주 모음인 스톡스50지수는 1.5% 밀렸다. 이탈리아 주식시장 벤치마크인 MIB지수도 3.7% 하락했다. 지난 2016년 6월 브렉시트 쇼크 이후 최대 낙폭이다. 국채보유량이 많은 은행업종 지수가 7.3%나 급락했다.
장안나 기자 godbless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