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그룹 회장의 선친인 최종현 선대회장이 별세한 지 26일로 20주기를 맞는다. 재계에서는 최종현 선대회장을 추모하면서 최 선대회장 부자가 일궈내고 있는 M&A 성공신화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 최종현 선대회장, 정유·정보통신 사업에 진출...섬유회사의 대변신
고 최종현 선대회장(왼쪽)이 1981년 초 내한한 야마니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오른쪽에서 두번째)과 담소를 나누는 장면이다. 출처 : SK그룹.
이미지 확대보기최종현 회장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으로 이동통신 사업에 주목하고, 미국 ICT 기업들에 투자하고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이런 준비 끝에 1992년 압도적인 격차로 제2이동통신사업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특혜시비가 일어 사업권을 반납했다. 최회장은 1994년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하여 이동통신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당시 특혜시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8만원 정도인 주식을 33만원에 인수하기로 하자 내부에서 만류했다. 최종현 회장은 "앞으로 회사 가치를 더 키워가면 된다"고 주변을 설득했다.
1996년에는 세계 최초로 CDMA 상용화에 성공했다. CDMA는 3G 휴대폰에 쓰였던 방식이다. 당시 유럽과 미국에서는 2G 휴대폰에 쓰인 TDMA 방식이 대중적이었다. 기존 기술인 TDMA가 값도 싸고 위험부담도 적었다. 하지만 자체 기술력 확보, 통화품질, 가입자 수용능력 등을 고려해 CDMA 방식으로 기술투자를 한 것이다.
◇ 최태원 회장, '아버지 DNA' 내부 반대에도 SK하이닉스 인수
최태원 회장이 8월 14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사옥 로비에서 개막한 최종현 회장 20주기 사진전에서 아버지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출처 : SK그룹.
이미지 확대보기실제로 SK가 위기에 빠진 하이닉스를 인수한 2012년 반도체 경기는 하락세였다. 그럼에도 최회장은 SK하이닉스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첫해 3조8500억원을 쏟아붇고 해외기업을 인수하고 청주에는 공장을 지었다. 결국 SK하이닉스는 업계 호황과 맡물려 2013년부터 2015년, 2017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며 부활했다. SK그룹은 에너지, 정보통신에 이어 반도체까지 3개 사업이 중심축이 됐다. 모두 최종현 선대회장과 최태원 회장이 M&A를 한 기업 들이다.
주변에서는 최태원 회장이 '사업보국'을 경영이념으로 삼았던 최종현 선대회장의 DNA를 그대로 물려받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 SK그룹의 체질을 바꿨을 뿐 아니라 국가차원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최태원 회장은 오는 24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열리는 최종현 선대회장의 20주기 추모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SK그룹은 서울 서린동 본사를 비롯해 5개곳에서 최종현 회장의 경영철학과 업적을 담은 사진전을 진행중이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