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의석 금융부장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해당 대출 고객에 대한 이자금액을 환급할 계획이다. 향후 유사한 사례 재발방지를 위해 전산 시스템 개선과 직원 교육 등 필요한 만반의 조치를 취하겠다.”
26일 대출금리 산정체계를 무시하고 대출자의 담보와 소득을 축소·누락시켜 가산 금리를 높게 매기는 수법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BNK경남은행 등 일부 은행은 사과문을 내고 국민 불신 잠재우기에 바빴다. 이날 이들 은행은 부당이득 건을 모두 환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들 은행 가운데 BNK경남은행의 경우 일부 직원 실수로 보기에는 이자를 과도하게 더 받은 경우가 상당히 많아 고의로 대출 금리를 조작한 거 아니냐는 의혹까지 사면서 그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고 한다.
은행 측은 시스템보다는 직원의 단순 실수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지만 단순 직원의 실수로 1만 건 넘는 이자 산출 오류가 발생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동안 국내 은행들은 예금금리는 낮게 대출 금리는 높게 책정해 손쉽게 돈을 벌어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른바 '예대 마진' 조정으로 땅 짚고 헤엄치듯 자신들의 배를 불려 온 것도 사실이다.
통상 은행 대출 금리는 대출 기준금리와 가산금리 합계로 이뤄지는데, 대출 기준금리는 은행별 자금조달과 관련이 있다. 은행연합회가 국내 9개 은행 자금조달 금리를 가중 평균해 발표하는 코픽스나 금융채 금리 등이 은행 기준금리로 쓰인다.
가산 금리는 리스크 프리미엄, 유동성 프리미엄, 신용 프리미엄, 자본비용, 업무원가, 법적 비용, 목표이익률(마진) 등 시장 상황이나 차주 신용도 변화 등에 따라 주기적으로 재산정하는 등 합리적으로 운용돼야 한다. 하지만 이들 은행은 제멋대로 가산 금리를 매기면서 대출 소비자들의 부담을 늘린 것이다.
은행만 믿고 돈을 빌려 쓴 대출 소비자들의 심정은 허탈한 수준을 넘어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은행 창구에서 원하는 서류를 다 갖다 줬더니 이를 조작했다니 기가 막힐 일이다.
더구나 가계부채가 사상 최고치를 찍으면서 가정은 이자 부담으로 살림을 꾸려가지 어려울 정도의 상황이다. 올해 1분기 현재 가계부채는 1468조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늘어만 간다. 가계 소득에서 원리금 상환 부담의 비중도 5년 내 최대다. 가계는 이자 부담으로 허리가 휠 정도가 아니라 부러질 처지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조작해 이자를 더 뜯어 갔다니 '날강도'라는 표현을 피할 길이 없다. 올해 1분기 은행들이 이자 장사 수익으로 거둬들인 돈만 10조 원에 육박한다. 여기에 부풀려진 대출 금리의 몫도 상당 부분 포함돼 있을 것으로 추정돼 대출금리 조작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중대한 사안이다.
은행업은 제조업이나 서비스업과 다르게 공공성을 지닌 금융기관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국민들의 눈높이도 엄격하고, 이들의 존립은 금융 소비자가 믿고 돈을 맡기거나 빌릴 수 있는 신뢰, 신용에서 출발한다. 이 신뢰가 무너지면 금융 시스템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국가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번 3개 은행의 대출금리 조작 행위를 묵과할 수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의 이번 조치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금융감독원은 금리조작 은행이 어디인지, 피해자가 몇 명인지도 함구했었다. 그저 은행들이 최근 5년간 대출 분에 대해 자체적으로 전수 조사한 뒤 더 낸 이자를 환급해 주도록 했을 뿐이다. 처벌도 소극적이다. 최종구닫기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