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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목숨 걸고 한번 타볼까 했다” KT 싱크뷰 ‘그들의 이야기’

김승한 기자

shkim@fntimes.com

기사입력 : 2018-03-28 01:08 최종수정 : 2018-03-29 17:40

△인터뷰에서 KT 평창동계올림픽추진단 신유식 팀장(오른쪽)과 정철원 과장이 싱크뷰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KT

△인터뷰에서 KT 평창동계올림픽추진단 신유식 팀장(오른쪽)과 정철원 과장이 싱크뷰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KT

[한국금융신문 김승한 기자] “썰매를 탈 사람이 있어야 말이죠…” KT 신유식 팀장과 정철원 과장이 당시 기억을 되뇌며 선웃음을 지었다.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봅슬레이 종목에서 5G 시범서비스인 ‘싱크뷰’를 성공적으로 선보인 신 팀장과 정 과장은 깊숙이 묵혀뒀던 후일담을 털어놓았다.

말 그대로 고난의 연속이었다. 장비 개발부터 시연까지 무엇 하나 녹록한 게 없었다. 하나가 해결되면 다른 문제에 당면했다. 주변의 곱지 못한 시선도 모두 그들의 몫이었다.

2년이 흘러 심기일전으로 선보인 서비스는 방송 중계진들로부터 연이은 호평을 받았다. TV해설자들은 “5G 기술이 집적된 최고의 기술이다” “지금까지 보지 못한 중계방식이다”며 찬사를 쏟아냈다.

그간 그들이 겪었던 고초를 단번에 씻어낼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그 무엇이었다. 신 팀장과 정 과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실제 반응은 더 엄청났다. 처음 기술제안 했을 때 ‘과연 될까’라는 우려가 많았지만 막상 기술이 시연되는 순간 반응은 달라졌다”고 말했다.

◇“탈 사람이 없어 이불이라도 감고 타볼까 했다”

싱크뷰는 초소형 무선 카메라와 5G 통신모듈을 봅슬레이에 연결해 선수가 바라보는 시각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는 실감형 미디어 서비스다. KT가 자체 개발하고 선보인 이 기술은 이번 올림픽에 최초로 적용돼 시청자들과 주관사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이 같은 성과는 신유식 팀장과 정철원 과장을 포함한 평창동계올림픽추진단 팀원 8명이 2년 넘게 고군분투한 결과다. 하지만 지난 일을 곱씹어보면 결코 순탄치 않은 곡절 가득한 긴 여정이었다고.

장비를 개발하고 국제봅습레이스켈레톤연맹(IBSF)에 승인을 받기까지만 꼬박 2년이 걸렸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개발한 카메라를 테스트하기 위한 썰매를 구하는 게 급선무였다.

정 과장은 “누가 썰매를 주는 것도 아니고 빌릴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1억 5000만원에서 2억원을 호가하는 고가 장비를 선뜻 구매할 수는 없었다”며 당시 난감했던 상황을 회상했다.

국내 봅슬레이연맹의 도움으로 중고 썰매를 구할 수 있었지만 더 큰 문제는 ‘탈 사람’이 없었다는 것. 테스트를 위해 선수들을 찾아가 부탁을 했지만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봅슬레이는 섬세하고 위험한 스포츠로 정평이 나있다. 익숙지 않은 자신의 장비가 아니면 사고나 부상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더군다나 시합을 앞두고 있는 선수들이 이를 승낙할 리 만무했다.

이불을 몸에 돌돌 감고 직접 타볼까라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다는 정 과장은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허허 웃어 넘겼다.

◇1억 5000만원 기구에 구멍을 뚫으라고?

싱크뷰를 썰매에 설치하는 것부터 이들의 고민은 시작됐다.

정 과장은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처음에는 썰매날개 부분에 테이프로 붙여보기도 하고 썰매 안쪽으로 넣을까 이런 저런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선수의 안전과 경기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우여곡절 끝에 그들이 고안해 낸 아이디어는 썰매에 구멍을 뚫는 것이었다.

△실제 봅슬레이 썰매에 구멍을 내 카메라를 설치한 모습. 당시 진짜 카메라가 설치된 것은 한국팀 등 종목별 톱10 등 33개팀뿐이었다 / 사진=정철원 KT 과장

△실제 봅슬레이 썰매에 구멍을 내 카메라를 설치한 모습. 당시 진짜 카메라가 설치된 것은 한국팀 등 종목별 톱10 등 33개팀뿐이었다 / 사진=정철원 KT 과장



멀쩡한 장비에 구멍을 뚫는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으로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당연히 주변 반응도 달갑지 않았다. 그럴 것도 한 게 가격만 1억 5000만원이 넘는 고가품에 구멍을 뚫고 카메라를 설치하자니 누구 한 사람 반길 리 만무했다.

신 팀장은 “IBSF가 있는 오스트리아까지 날아가 경기력에 아무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하고서야 허락을 받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안전성이 검증되니 오히려 썰매에 구멍을 뚫는 것에 큰 거부감이 없었다. 신 팀장은 “구멍 뚫는 것을 싫어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안전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기어이 뚫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결국 그들은 35g 무게의 소형카메라를 썰매 중앙부에 구멍을 뚫어 설치했다. 시속 150km의 봅슬레이의 아찔한 질주감은 그렇게 완성돼 시청자들에게 생생히 전달됐다. 이 모든 것들이 그들의 노력과 땀에서 비롯된 찬란한 순간이었다.

◇홀대와 환대 사이…“싱크뷰 가능한 기술인가?”

그들은 평창동계올림픽 준비기간 내내 마음고생도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올림픽 방송 주관사였던 OBS마저 이들의 기술력에 회의적이었다.

정 과장은 “처음에 우리가 기술을 제안했을 때 ‘과연 될까’라는 심정으로 OBS가 지켜봤다”고 말했다.

방송중계가 아니고 네트워크망으로 전송하는 게 가능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는 그는 몇 차례 검증을 해도 주최 측은 계속 의문점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당초 OBS는 타임슬라이스와 싱크뷰 가운데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성공시키자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타임슬라이스는 이미 검증된 기술이어서 연맹 승인도 빨랐고 경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아 더욱 조명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싱크뷰 서비스가 처음 나가자 상황은 역전됐다. 정 과장은 “막상 올림픽에서 서비스를 선보이자 처음에 보수적이었던 OBS가 먼저 연락이 와서 화면과 화질은 어떻고 등등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봅슬레이 종목에서 첫 선을 보인 싱크뷰는 일부 선수 경기가 끝난 직후 리플레이 장면을 통해 전 세계에 방영됐다. 특히 독일 대표팀의 봅슬레이가 미끄러지는 순간을 담은 싱크뷰 영상은 미국 NBC를 통해 방송되면서 외신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다.

◇싱크뷰 적용, 속도감이 있는 스포츠라면 어디든

신 팀장은 싱크뷰가 “스피드와 뷰가 있는 스포츠라면 어디든 적용가능할 것”이라 말한다.

물론 배터리나 소형화 문제 등 앞으로 해결해야할 부분도 많지만 차기 올림픽에서 충분한 활용방안이 나올 것이라는 그의 설명이다.

신 팀장은 “스켈레톤의 경우 장비에는 설치할 부분이 없어 헬멧에 내장하는 방법이 있다. 헬멧 제조회사의 협업과 심의위원 통과, 표준화 등이 필요하지만 소형화해 일체형이 되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문제는 배터리에 있다고 첨언했다. 배터리는 물리적인 크기가 있기 때문에 헬멧에 장착하기 위해서는 소형화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지금의 기술로는 한계가 있다는 그의 지적이다.

그는 시속 300km 이상을 달리는 F1경기 등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시범을 위해 차량에 탑승해 테스트를 해봤다는 신 팀장은 싱크뷰가 적용되기에 최적화된 스포츠가 될 것이라 자신했다.

△정철원 과장(왼쪽에서 첫 번째)을 포함한 KT 평창동계올림픽추진단이 썰매에 싱크뷰를 설치하고 한국팀 창고서 단체샷을 찍는 모습 / 사진=정철원 KT 과장

△정철원 과장(왼쪽에서 첫 번째)을 포함한 KT 평창동계올림픽추진단이 썰매에 싱크뷰를 설치하고 한국팀 창고서 단체샷을 찍는 모습 / 사진=정철원 KT 과장



여기서 후일담 하나, 신 팀장과 정 과장은 봅슬레이 국가대표 감독님께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단다.

썰매를 구할 수 없어 발을 동동 구를 때 장비를 구해주고 테스트에 응할 수 있게 물심양면 도와준 것은 물론 싱크뷰 등 기술이 올림픽에 적용되기 위해 IBSF에 적극적으로 어필을 해줬다는 설명이다.

신 팀장은 “이용 감독님께서 정말 많은 부분에서 도움을 줬다. 우리도 올림픽 기간 동안 봅슬레이 국가대표를 진심으로 응원했다”며 “초반에 성적이 좋지 않자 내내 초조했지만 은메달을 따서 다 같이 껴안고 기뻐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보지 못한 ‘최고의 미디어 기술’ ‘아시아 최초 은메달 획득’ 이 모두가 KT평창동계올림픽추진단과 봅슬레이 국가대표가 어우러져 만들어낸 올림픽 최고의 ‘걸작’이다.

김승한 기자 sh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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