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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꼽을’ 금융전문가 귀하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기사입력 : 2018-03-05 00:00 최종수정 : 2018-03-05 06:26

디지털 ‘꼽을’ 금융전문가 귀하다
[한국금융신문 정선은 기자] “융합은 그냥 섞으면 더 나아진다는 뜻이 아닙니다. 금융과 IT 각 분야 고도의 전문가들끼리 토론을 통해 새로운 아이덴티티(identity·정체성)를 만드는 것이죠.”

금융권에 ‘외부 수혈’된 한 IT 출신 인사는 금융 분야 디지털 혁신에서 오히려 고도의 금융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전제 조건으로 삼았다.

그는 금융이 100%인 상태여야 50%의 IT도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

올해 국내 주요 금융그룹 수장들이 4차 산업혁명 대응 차원에서 ‘새로운’ 조직개편과 인사를 시도하는 가운데 디지털 인재의 조건을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말이다.

“은행업은 필요하지만, 은행은 필요치 않다(Banking is necessary, banks are not)”고 했던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 회장의 지난 1994년 발언까지 되짚어보지 않더라도 전통적인 은행들의 위기감은 상당하다. 이는 이른바 디지털 인재를 경쟁적으로 외부 영입하려는 거센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금융제국을 건설한 글로벌 투자은행(IB) 제이피모건(JP Morgan)만 봐도 이미 다른 금융기관 출신보다 구글, 엑센츄어 등 다양한 기술기업 출신의 임원을 수혈하는데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객들이 아마존 같은 IT기업의 디지털 서비스를 경험하고 그 수준에 맞는 대응 서비스를 금융회사들에 요구하는 흐름에 부합하기 위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신한·하나 등 주요 금융그룹들이 외부 인재 수혈을 눈에 띄게 늘려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보수적으로 평가되는 은행권이 변화에 대응해 인재 영입에 문을 열고 있는 셈이다.

생각해 보면 은행권의 디지털 변환은 인터넷 웹 기반 전환 때도 뜨거웠던 이슈였다. 물론 서로 어떤 연결로, 어떤 효과를 낼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게 현재 디지털 혁신이 더욱 중차대하게 대두되는 이유다.

그러나 유능한 IT 인재를 끌어당기는 것만으로 충분한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그것보다 비금융 DNA를 금융에 어떻게 유용하게 접목시킬 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한 은행권 디지털 부문 임원은 “인공지능(AI) 기반의 챗봇(chat bot)만 봐도 술어가 먼저 나오고 해서 채팅을 통해 단번에 인식되는 게 아니라 결국 데이터를 읽어내고 비즈니스 모델(BM)로 연결시키는 현실적인 측면을 봐야 한다”며 “은행 기반 방대한 업무에서 어떻게 고객 편의성으로 나아갈까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시중은행 임원 역시 “초기에는 아무래도 단편적 기술들의 경쟁이 되고 과장된 측면도 있는 게 사실”이라며 “그동안 시범적으로 했던 프로젝트 중에서 효용적인 것은 가져가고, 덜된 것은 효용성을 살려 유지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전했다.

단순히 영입만으로 만사형통이 아니라는 얘기다. 각 사별로 차별적 강점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 어떤 기술 경험이 유익할 지 따져보고, 이에 맞는 인재를 적절히 영입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KEB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금융 경쟁력 제고를 위한 인재 모델의 변화 필요’ 리포트를 보면 전통적인 금융회사들에 획일적으로 운영되던 인재 모델에 근본적인 변화가 요청된다고 했다.

리포트는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인력 변화의 특성을 고려해서 새로운 방식으로 사업을 실행할 수 있는 인재 구성과 운영방안에 대한 선제적인 고민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도 짚었다.

조수연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기술기업들은 제품 자체보다 고객이 느끼는 문제에 집중하고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는 방식을 통해 성장을 견인했다”며 “일부 금융사에서 더 나은 고객 경험을 위해 옴니(Omni) 채널을 추구하고 있으나 여전히 상품과 기능 간 사일로(silo·칸막이)로 인해 상품 개발과 채널로 양분된 운영모델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을 이해하는 전문가들이 하부구조를 맡고 그 위에 AI, 블록체인, 오픈API 등을 필요에 따라 ‘꼽는’ 플랫폼 도면을 그려볼 수 있다.

기본에 금융이 튼튼하게 버티고 있어야 다양한 시도를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또 허물어지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해봐야 하지 않을까. 디지털 뱅커의 조건은 무엇인지 말이다. 가야할 방향이 정해져 있다면 신발끈을 고쳐 메는 시간이 아깝지만은 않을테니 말이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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