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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노동이사제 통과 가능성은

구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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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7-11-06 00:00 최종수정 : 2017-11-06 09:32

20일 임시주총…참석 주주 2분의 1 동의해야
외인 지분 68%…노동계 경영 참여 부담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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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노동이사제 통과 가능성은
[한국금융신문 구혜린 기자] 금융권 최초 노조추천 사외이사 선임이 가능할까. 바람 잘 날 없는 KB금융그룹이 오는 20일 임시주주총회를 둘러싸고 또 한 번 소란을 겪을 예정이다.

지난달 26일 KB금융지주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 지부(이하 KB노조)가 추천한 하승수 변호사 선임 안건을 오는 20일로 예정된 임시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했다. 이날 주주총회에는 KB금융지주 대표이사(회장)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지배구조위원회 위원회에서 배제하는 안건도 올라간다. KB노조는 계열사 직원의 우리사주 등 KB금융지주 주식을 위임받아 KB금융 이사회 사무국에 이 두 가지 안건이 포함된 주주제안서를 정식 제출한 바 있다.

노조가 제안한 안건을 포함해 20일 주총에서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재선임 △허인 KB국민은행장 내정자 신규 선임 △하승수 변호사 사외이사 신규 선임 △대표이사의 리스크관리·평가보상·사외이사후보추천·감사위원후보추천·지배구조·감사위원회 위원 배제 등 모두 4가지 안건이 논의된다.

4개 안건 중에서 하 변호사의 사외이사 선임과 대표이사의 6개 위원회 배제 안건은 눈길을 끈다. 금융권에서는 노조 추천 인사가 사외이사로 선임된 전례가 없다. 경영진을 추천할 수 있는 이사회가 사외이사로만 이뤄진 형태는 금융권을 떠나 타 업권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KB금융지주 이사회는 법적인 하자가 없기 때문에 두 안건이 주총까지 올라가도록 통과시키긴 했으나, 이러한 안건이 주총까지 올라간 것은 KB금융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KB노조의 입장은 간결하다. 지주 회장이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이렇게 뽑힌 사외이사가 다시 회장과 함께 지배구조위원회를 통해 차기 회장을 임명하는 식의 ‘셀프 선임’이 두 번 다시 반복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전략적으로 의결권대리행사 권유에 나섰다. 지금까지 윤종규닫기윤종규기사 모아보기 회장 연임, 허인닫기허인기사 모아보기 행장 신규선임에 대해서 아홉 차례 농성을 벌이는 등 반대 의사를 밝혀왔지만 주주들에게는 3호, 4호 안건에 대해서만 ‘찬성’ 권유를 했다.

KB노조는 KB금융지주 주식 92만2586주(지분율 0.22%)를 소유하고 있으며, 다수의 의결권을 확보하려면 피권유자인 주주들에게 공식적인 권유 내용을 전달해야 한다. KB노조 관계자는 “1, 2호 안건에 대해서는 주주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찬성’ 협조를 구하지 않았다”며 “전략적 선택을 했기 때문에 해 볼 만한 싸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논란의 핵심, 노동이사제

KB노조 측은 “노조가 주장하는 건 노동이사제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홍배 KB노조 위원장은 “노조는 법 테두리 내에서 우리사주조합을 활용해 주주제안 활동을 하는 것”이라며 “하승수 변호사를 추천했지만 그분이 KB노조에서 활동한 분도 아니고, 우리를 대변하는 활동을 할 것이라고 꼭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노조추천 사외이사 안건 역시 지배구조 개선안의 일부로 거수기 사외이사 전통에 균열을 내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하지만 은행 안팎에서는 이번 주총 이슈의 핵심이 노동이사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노동이사제를 어떻게 정의내릴 것이냐에 따라 의견이 갈린다. 노동이사제를 조합원 중에서 선발된 사외이사로만 정의한다면 KB노조 측의 주장대로 이번 안건은 진정한 의미의 노동이사제가 아니다. 반면 넓은 의미에서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도 노동이사제로 받아들인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업계에서는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가 노조의 눈치를 보지 않을 리 없기 때문에 매한가지로 보고 있다. 결국 노동계의 경영참여라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라는 해석이다.

사외이사로서 하승수 변호사의 자질은 논란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는 탈핵 활동 등 환경분야 사회운동 경력이 더 많은 인물이지만 금융권 실무 경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사외이사 자격이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하 변호사는 과거 현대증권 사외이사로 있는 3년 동안 주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면서 “금융 실무 경력이 전무하다고 해서 자질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노조 추천이라는 것을 고려한 데서 나온 과도한 잣대”라고 말했다.

◇ 금융업 노동이사제 도입 필요한지

금융권은 노동이사제를 도입한 전례가 없기 때문에 KB금융 주총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신한·KB·하나·농협금융지주, 우리·IBK기업·SC제일·한국씨티은행 등 노조가 추천한 인물이 사외이사로 선임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전문가들은 금융권의 노동이사제 도입은 장단점을 섣불리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강경훈 동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독일 등 해외에서는 노동이사제가 활발히 도입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검토해볼 만한 이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외에서 노동이사제가 도입되고 있는 분야는 주로 대규모 제조업”이라며 “금융업의 특수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충분한 논의 없이 전격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우려되는 점이다”라고 진단했다.

특히 금융업은 정부 통제적 성격이 강하므로 노동이사제 도입이 시급하지 않다는 주장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대기업들은 마음대로 하기 어려운 데 반해 국내 금융업은 많은 규제를 하고 있다”며 “꼭 금융업에서 노동이사제가 먼저 도입돼야 하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융업이 타 업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동대비 근로조건이 좋고, 개인 능력에 따른 이직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노동이사제 도입이 필요치 않다고 지적한다. 노동이사제는 자동차 산업 등 대규모 제조업에서나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증권사는 모르겠지만 은행권은 고용 시장이 유연하지 않다”며 “제조업과 유사한 측면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KB금융 노동조합협의회는 지난달 30일 여의도 국민은행 본사 앞에서 윤종규 회장 연임저지투쟁 9차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KB금융 노동조합협의회는 지난달 30일 여의도 국민은행 본사 앞에서 윤종규 회장 연임저지투쟁 9차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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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과 가능성 사실상 희박

노조추천 사외이사 안건과 정관개정 안건이 주총을 통과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사외이사 선임은 의결권주식 수 25% 이상, 참석주주 50%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통과할 수 있으며, 정관개정은 의결권주식 수 3분의 1 이상, 참석주주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노조추천 사외이사의 경우 KB금융지주의 소유구조상 외국인 주주가 많기 때문에 노동계의 과도한 경영 개입을 부담스러워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KB금융지주의 대주주는 9.85%를 소유한 국민연금이긴 하나, 외국인주주가 전체의 68%에 이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국인주주와 기관투자자들의 성향을 감안하면 노조추천 사외이사를 우호적으로 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참석주주 2분의 1의 동의를 얻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관개정안 통과도 난항이 예상된다. 사외이사, 경영진을 추천할 수 있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성격의 이사회 소위가 전부 사외이사로 채워진 형태의 이사회 구조는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사례가 거의 없다. 감사위원회를 전부 사외이사로 둔 사례가 있긴 하나 사외이사의 현안 이해와 전문성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임원급의 감사실무자와 부서를 산하에 두고 있다.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사외이사는 상시적으로 업무를 볼 수가 없기 때문에 내부자인 사내이사보다 현안파악 및 회사 돌아가는 상황을 빠르게 인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주총 이후에도 KB 노사갈등 봉합 안될 것

한편 이번 주총 이후 KB금융 노사 갈등이 봉합될 것으로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KB노조가 제안한 안건이 부결될 경우 노조가 더 이상 농성을 이어갈만한 명분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KB노조 관계자는 “표를 얻지 못했다고 해서 연임 과정의 불공정성, 지배구조 문제점이 덮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명분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임시주총이 시작되기 전 KB금융 측에서 노조가 올린 안건 3, 4가 통과되지 않도록 하는 행위가 발견된다면 노사 관계의 골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동일한 KB노조 관계자는 “사측은 이번 안건에 대해서 중립을 지키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러기 어려울 것라고 예상하고 있다”며 “기관투자자를 만나면서 (안건이) 통과가 안되게 활동을 하거나 하는 게 포착된다면 우리는 사측이 왜곡된 지배구조를 개선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명분으로 농성을 이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홍배 위원장은 “윤 회장 연임을 저지할 수 있는 표 집결이 어렵다고 판단해서 지배구조 개선 쪽으로 방향을 잡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며 “우리 역량이 부족해서 부결이 될 수 있어도 (노조가) 노력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후 행보에 대해서는 “4개월 뒤 또 주총이 있으니 이번 주총을 교훈삼아 더 열심히 준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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