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을 이끈 新 트렌드, 욜로
욜로는 2011년 가수 드레이크가 발표한 ‘The Motto’라는 곡에 등장하는 가사로,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내세웠던 건강보험 개혁안 ‘오바마 케어’ 홍보 영상에서 그가 직접 ‘욜로’를 외치며 유명세를 탔다.
‘한 번뿐인 삶’이란 뜻의 욜로. 아마도 문장의 뒤 괄호에는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를 희생하지 말고 현재를 즐기라는 말이 생략돼 있을 것이다. 무조건 피하고 보는 현실 도피나 ‘노세노세 젊어서 놀아’ 같은 충동적 선동과는 다르다. 욜로라는 단어에는 한 번뿐인 삶을 후회 없이 즐기고 사랑하고 배우라는 철학이 담겨 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학자 교수 역시 <트렌드 코리아 2017>에서 욜로를 대한민국을 이끌 소비 트렌드의 키워드로 꼽았다. 그는 “욜로란 현재의 행복을 위해 도전하고 실천하는 삶의 방식이며, 카르페디엠(Carpe Diem)의 라이프스타일 버전”이라고 말했다.
욜로는 사회 곳곳 인식을 바꿔놓고 있다. 일만 열심히 하는 사람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를 통해 몸과 마음의 건강을 돌보는 여유 있는 사람이 인정받는 시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취미와 여가는 일상 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주고 생활의 활력을 주기 때문이다.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요?
욜로족의 가장 두드러지는 성향은 비물질적 소비인 경험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위시리스트가 아닌 버킷리스트의 목록을 지워나가는 것. 그리고 이 새로운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대표적인 소비는 여행이다. 충동적으로 명품 가방을 구입했다고 해서 삶이 달라지진 않지만, 적금을 해지해 여행을 떠나는 것은 삶을 완전히 바꿔놓을 경험이 될 수 있다.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누르며 타인의 삶을 부러워하는 삶을 거부하고 직접 경험을 택하는 욜로족들의 소비패턴은 생활을 자연스레 달라지게 했다.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은 미래가 아닌 지금, 소유가 아닌 공유, 물질이 아닌 경험, 오랫동안 준비하고 계획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을 즐긴다.
사실 그동안 우리는 미래를 준비하라고 배우고 또 가르쳤다. 월급의 절반 이상을 저축하고, 자동차보다 투자 가치가 있는 집을 사야 한다고 배웠다. 그러나 월급의 8할을 저축한다고 모두 집을 살 수 있을까. 현재를 희생하면 풍요로운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희미해진 지금, 어쩌면 현재를 즐기자는 욜로족의 라이프스타일은 저성장 경제가 만들어낸 필연적인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절망적이지는 않다. 욜로라는 단어는 도전이라는 긍정적인 모티브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아마도 일상을 버티느라 잊고 있었던 꿈에 도전하고 실천하라는 주문일 것이다. 직접 해보는 것과 꿈만 꾸는 것에는 분명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 그러니 우리는 한번쯤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한 번뿐인 인생, 지금 행복하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