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측은 이번 지주사 출범을 통해 ‘일본기업’ 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고 지배구조의 수직화를 이뤄 기업가치를 향상시키겠다는 목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선 ‘호텔롯데’의 상장과 지주사 전환 기준 요건에 미흡한 행위제한요건 등을 충족시켜야하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
◇호텔롯데 상장…한·일 롯데 분리 열쇠
이번 롯데지주 출범 목적 중 하나인 ‘국적 논란’을 탈피하기 위해선 그간 한국 롯데의 지주사 역할을 해온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가 필수 요건이다.
현재 호텔롯데는 약 90여개에 달하는 한국 롯데 계열사의 중간 지주회사 역할을 맡아왔다.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와 일본계 투자회사인 L1투자회사 등이 지분의 99% 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그동안 ‘일본기업’ 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롯데는 호텔롯데의 상장과 지주와의 합병 과정에서 일본 측 지분이 60%대까지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호텔롯데의 대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19.07%)로,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의 대주주인 광윤사의 지분(50%+1)를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향후 롯데지주의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게 합병과의 쟁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롯데그룹은 2016년 호텔롯데의 상장을 통해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경영비리 혐의로 신 회장이 기소되면서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이 때문에 롯데는 애초 계획을 뒤엎고 롯데지주사를 출범한 뒤 호텔롯데를 상장, 이후 두 회사를 합병하는 방안으로 방침을 바꿨다.
이날 열린 롯데지주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는 “현 시점에서 보면 사드문제로 인해 주주입장에서 기업가치가 많이 손상됐을 것”이라며 “호텔롯데 상장과 관련해선 계속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순환출자 해소까지 남은 고리 13개
롯데지주 출범으로 롯데의 순환출자고리는 기존 50개에서 13개로 대폭 줄어들었다. 지난 2015년 기준 순환출자고리는 416개에 달했지만, 경영권 분쟁 직후 신 회장이 직접 나서 지배구조 개편을 약속한 뒤 지속적으로 고리를 해소해온 결과다.
앞으로 롯데는 현행법상 지주사로서의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6개월 안에 13개의 순환출자고리를 모두 끊어내야 한다. 롯데 측은 내년 3월 말까지는 조건을 충족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이봉철 롯데지주 재무혁신실 부사장은 “법적 요건을 맞추기 위해선 6개월 내 남은 순환출자고리를 처리해야 한다”며 “내년 3월 말까지는 회사 분할과 합병 등의 방법을 통해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고 결정되는 대로 공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롯데지주는 2년 내에 상장사 20%이상, 비상장사 40% 이상 등의 자회사 지분율 요건도 갖춰야 한다. 현행 조건에서는 롯데쇼핑(17.9%)과 롯데칠성음료(19.3%)의 지분율이 부족한 상태다. 지주의 모태가 된 롯데제과의 경우 사업회사를 자회사로 편입시켜야 한다.
◇‘금산분리’ 롯데카드 등 금융계열사 2년 내 처분
롯데그룹은 롯데카드와 롯데캐피탈, 롯데손해보험 등 10개 금융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 중 롯데지주로 편입되는 금융계열사는 모두 8개다. 현행법상 순수 지주회사는 금융 회사의 주식을 보유할 수 없어 롯데지주는 2년 내에 금융계열사를 매각해야 한다.
애초 롯데그룹은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 가능성을 기대했으나 김상조닫기

중간금융지주회사는 일반 지주회사의 금융회사가 3개 이상이거나 자산 규모가 20조원 이상이면 ‘중간지주회사’를 두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즉, 일반 지주회사도 조건을 갖추면 현행법상 금지하고 있는 금융회사를 둘 수 있다는 의미를 뜻한다.
이 부사장은 “중간에 금융 지배회사를 둘 수 있는 것인가는 계속 논란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중간금융지주회사 허용이 안 되면 2년 뒤 매각이나 분할합병 등 다른 방법으로 정리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미진 기자 mjshi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