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NH투자증권 여의도 본사. ▲ KB증권 여의도 본사.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수익성 악화로 하나금융투자는 홍콩법인 사업을 철수했다. 2010년 5월 사업을 시작해 증권 매매·자문업 등을 벌여왔지만 손실만 늘어났다. 미래에셋대우도 수익성이 신통치 않은 가운데 합병 이슈로 인한 중복 지점 통폐합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증권 역시 성과가 나지 않아 관련 사업을 대폭 축소했다. 국내 증권사들에게 홍콩은 도전과 실패의 땅이었다.
KB증권 홍콩현지법인은 지난해 22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구 현대증권은 1997년부터 홍콩사업을 이어와 적지 않은 역사를 갖고 있다. 이에 KB금융지주는 아시아 금융허브 구축을 위해 홍콩법인을 거점 전략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정공법을 택했다.
KB증권은 홍콩 현지법인인 KB증권홍콩의 자본금 확충을 위한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취득 주식 수 8000만주에 904억4000만원 규모로 290억원의 자본금은 1195억원 규모로 커지게 됐다. 그동안 주식거래에 집중돼있던 사업모델을 투자은행(IB)와 북을 쓰는 채권 등으로 다변화하겠다는 의지다.
KB증권의 홍콩법인 8000만 달러 증자를 통해 확실한 모멘텀을 가져가겠다는 복안이다. KB증권은 미국 뉴욕 법인, 싱가포르 법인 등을 갖고 있다. 수익성은 아직 좋지 않다. 올해 초 KB국민은행은 홍콩현지법인을 지점으로 전환했다. 기업금융업무(CB)와 투자금융업무를 확대하고 있으며 지난달 국내 CIB센터를 벤치마킹해 홍콩지점 사무공간 통합(Co-location)을 추진했다.
국내처럼 은행과 증권의 효율적인 역할분담을 통한 시너지를 추구하겠다는 복안이다. 부동산 PF, 다양한 위험도의 채권, 더 나아가 항공기금융 등 대체투자 확대도 염두에 두고 있다. 상반기를 놓고 볼 때 KB증권의 합병 효과는 긍정적이다.
KB증권 관계자는 “자본금을 늘리면 괜찮은 채권 매물이 나올 경우 매수나 매도가 용이해져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며 “은행과 북을 공유해 협업 모델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업무적 영역은 해치지 않으면서 증권 고유의 인수주선이나 부채자본시장(DCM), 주식자본시장(ECM) 등도 병행해 나가겠다는 의지로 읽을 수 있다. 홍콩법인을 아시아 금융 거점으로 주변 국제 시장을 콘트롤하겠다는 계획이며 동남아시아 현지 증권사 인수도 검토하고 있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현대증권의 경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트랙레코드가 있어 이를 활용하겠다”라며 “은행이 함께 할 경우 투자자 니즈에 더 맞출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항공기금융의 경우 은행이 선순위, 메자닌을 후순위는 증권이 참여한다. 다른 투자자에 대한 대출도 은행과의 시너지를 고려하겠다는 계획이다. 홍콩의 부동산 매물은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 역시 최근 홍콩법인을 거점으로 한 동남아 전략 구상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최근 홍콩 현지 CIB 모델에 대한 규제 완화와 맞물려 다양한 협업 비즈니스를 전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실패한 증권사들이 적지 않은 가운데 지난해 당기순이익으로 71억5200만원을 기록해 비교적 여유롭다. 작년 보잉 항공기 금융주선 딜 등에서 수익을 냈다.
NH농협금융 측은 홍콩 현지에서 론을 기반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은행, 보험, 증권의 해외자금운용 통합플랫폼 ‘홍콩 파이낸셜 센터(FC)’를 운영하고 있다. 현지 유니버셜뱅킹 모델에 충분히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홍콩 현지 법인의 자기자본은 약 2400억원 수준이다. 국내 입장에서 큰 규모는 아니지만 일시적으로 북을 쓰는 사업이나 차후 셀다운을 진행할 수 있어 아직 이정도 자기자본으로 커버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NH농협금융 관계자는 “주로 신디케이션 론 형태가 많으며 셀다운 등을 진행할 때 자금 유동성을 위해 트랜지션 기간동안만 자본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며 “인수합병(M&A)나 기업공개(IPO)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항공기 금융 역시 최근 관심을 받고 있는 대체투자 딜로 현지에서 조달하는 장점을 살려 국내에서 받는 물량보다 우량자산을 가져가겠다는 전략이다. NH투자증권과 NH농협은행은 CIB를 기본 골격으로 복합점포 형태로 가져가며 NH농협손해보험까지 아우르는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운용처는 은행 자산, 상호금융, 보험 자산 등을 활용할 계획으로 웰스-매니지먼트 고객 등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상품도 준비하고 있다.
현지법을 충분히 고려해 더 많은 인원 확충을 위해선 은행 지점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해외 채권 중개 시 물량이 없을 경우 자체 북을 사용해 조달 가능성과 트레이딩 전략을 열어둘 계획이다.
고영훈 기자 gy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