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분기 수익 급감…비과세 축소 여파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올 상반기 방카슈랑스 수수료 이익은 총 1447억원 규모로 2016년 상반기(1513억원) 대비 4.6% 가량 감소했다. 신한·KEB하나은행은 전년 대비 7~8% 수준 수수료 이익이 늘며 선방했지만, 일부 은행은 작년 상반기보다 30% 가량 수익이 급감하기도 했다.
특히 올 1분기(1~3월) 대비 2분기(4~6월)에는 4개 시중은행 모두 방카슈랑스 수수료 수익이 전분기보다 최소 16%, 최대 57%까지 급감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4월 세법개정안 시행으로 1분기에 실적이 집중됐고 4월 이후에는 실적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세제 개편에 따라 저축성 보험의 비과세 혜택이 크게 줄어든 것은 방카슈랑스 비즈니스가 축소된 원인이다. 기존에 한도가 없었던 월 적립식 저축성 보험은 월 보험료 납입액 150만원까지만 비과세가 됐다. 일시납 보험도 비과세 한도가 기존 2억원에서 1억원으로 축소됐다.
또 다른 은행업계 관계자는 “세법 개정 외에도 보험사 지급여력비율(RBC) 관련 이슈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보험 판매에 대한 부담감이 증가한 것도 실적 하락을 견인했다”고 전했다.
은행권에서는 보험사 대다수가 “저금리에 자본 확충 부담으로 인해 저축성 보험을 축소하는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수수료율 규제, 온라인 비대면 채널 확대,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등이 더하면서 은행들은 비율(‘25%룰’)·인원(2인 제한)·상품(범위 제한) 등 이른바 ‘방카룰’ 규제 완화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은행들은 먼저 특정 보험사의 상품을 25% 이상 팔 수 없도록 하는 비율 규제는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또 판매인 제한에 따른 부족으로 대기시간이 길어져 고객 불편이 초래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지난 2003년 방카슈랑스를 처음 도입한 이후 저축성 보험과 제3보험에 한해 판매가 이뤄지는 점도 짚었다. 앞서 2008년 4월부터 종신보험, 자동차 보험 등 방카슈랑스 판매가 허용될 예정이었으나 이해 관계자 반발로 철회된 바 있다.
은행권은 이같은 방카슈랑스 ‘3대 규제’ 완화를 요청했지만 금융당국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는 “은행과 보험사 간 이견이 커서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방카슈랑스 규제망이 촘촘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5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복합점포 보험판매 현황’에 따르면 작년 KB금융지주가 은행·증권·보험 복합점포에서 판매한 생명보험 중 KB생명 비중은 금액기준 36%, KB손보는 27%로 나타났다. 농협금융지주 복합점포의 경우 같은 기간 농협생명 상품 판매 비중이 45%에 달했다. 은행·증권·보험 복합점포가 방카슈랑스 ‘25%룰’을 피해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 자산관리 은퇴층 공략 나선 은행
은행권에서는 은퇴·자산관리(WM) 장기 고객층을 공략하는 방식으로 방카슈랑스 영업에 접근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방카슈랑스를 비이자 이익 수익원보다 WM 차원에서 바라보고 있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방카슈랑스를 WM 비즈니스의 핵심상품으로 고객 가치 제안의 하나로 판단하고 있다”며 “방카슈랑스가 장기상품인 점을 감안하여 고객과의 지속적인 관계(relationship)를 구축할 수 있는 매개체”라고 설명했다.
KEB하나은행은 저축성 보험 중 은퇴 관련 상품 차별화를 꼽았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즉시연금, 주가연계증권(ELS) 월이자 변액연금 등 베이비부머 은퇴고객에 접근하고 있다”며 “주식시장의 활성화에 따른 초장기 투자 변액보험, 기타 KEB하나은행의 강점인 외화보험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저축성보험 중심 영업에서 보장성보험 점진적 확대를 전략 방향으로 설정했다”며 “지속적인 보장성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NH농협은행의 경우 “월납·일시납 균형성장을 통한 손익목표를 달성하고 중장기 수익기반 강화를 위한 적립식 계약 추진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카슈랑스 수익 감소 추세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은행권 자체적인 타개책 마련도 요구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국내 방카슈랑스 시장의 변화 및 시사점’ 리포트에서 정승희 수석연구원은 “은행 입장에서는 수수료율 인하로 판매유인이 저하된 지점 채널에서만 방카슈랑스 영업을 추진하기 보다 이미 구축돼 있는 은행 온라인 채널을 활용해 방카슈랑스 영업을 확장함으로써 추가적인 수수료 수익 확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판매가 허용된 보장성보험(제3보험), IFRS17(보험업 국제회계기준)의 영향이 적은 저축성 변액보험 중심으로 방카슈랑스 채널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