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투자 본사 13층에서 만난 박석훈 리테일 그룹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리테일 수익성 개선의 어려움을 ‘바위산’에 빗대 표현했다. 업계에서 비대면 계좌 개설 시 고객에게 수수료를 장기간 물지 않는 것이 트렌드가 된 이 때, 브로커리지 수입이 제로가 됐을 때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고민거리다.
올초 하나금융투자는 리테일그룹, 기업금융(IB)그룹, 세일즈앤트레이딩(S&T)그룹의 3개 그룹으로 조직개편을 단행함과 동시에 신한금융투자에 장기간 몸담았던 박석훈 리테일그룹 부사장을 리테일그룹장으로 영입했다.
취임 후 4개월이 훌쩍 지난 현재, 박 그룹장은 “3개월 동안 조직의 체제를 정비하는 데 집중한 후 본격적으로 리테일 영업 강화에 나섰다”면서 “법인영업을 위해 하루에 꼭 2건 씩 기업들을 외부에서 만나온 결과, 이달 10일 기준 자산만 약 6200억을 증가시키는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전반적인 업계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그가 선택한 것은 법인영업 강화와 수익률 중심의 영업정책으로의 재편이다. 아래는 하나금투 리테일그룹장 취임 후 그가 단행한 조직 관리 개선안과 그 성과에 대한 일문일답.
▲ 왜 브로커리지 수익이 제로가 될 때를 대비하고 있나
- 시장 자체가 온라인 위주로 가고 있다. 주식 매매 수수료로 인한 브로커리지 수익은 온라인 수익이 55%, 오프라인 수익이 45%에 가깝다. 전 증권회사가 무료 수수료 혜택을 고객들에게 제공하기 때문에 온라인 무료 수수료 정책은 필요하다. 그렇다면 오프라인도 곧 무료 수수료로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당장은 아니지만 2020년 이후 브로커리지 수익이 제로가 될 때 우리 비즈니스를 어떻게 해야하는가가 고민스럽다.
▲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 수수료 수익 제로화가 되면 법인영업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외부영업을 나가게 하고 있다. 주로 기업 법인 중에서도 상장사를 중심으로 많이 영업에 나서고 있다. 현장에 나가보면 저금리이다 보니 기업들이 어디에 투자할까 고민이 많다. 우선적으로 금융 상품 쪽으로 많이 유치를 시키고 있고, 자금조달 이슈가 있으면 IB쪽과 같이 고민하기도 한다. 이런 부분이 리테일에 엄청난 수익으로 돌아오고 있다.
▲ 동행영업을 평균 월 몇 회 직접 나서나.
- 하루에 두 번씩은 동행영업을 하고 있다. 평균 못해도 한 달에 15일은 나가니까 최소 30곳 정도는 다니는 편이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5월 10일 기준 올해 자산만 약 6200억이 들어왔다.
▲ 하나금융투자가 신한금융투자에 비해 리테일이 약하다는 평가가 있다.
- 합병 전 하나대투증권이 주로 자산영업만 해왔기 때문에 리테일이 약한 부분이 있는데, 대신 금융 상품은 매우 강한 편이다. 또, 주식은 약한 반면 해외 파생, 선물 옵션은 업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시장이 핫하면 미국시장 이벤트를 봐야하고, 러시아에 이슈가 생기면 러시아 인덱스로 어떤 것을 매매할 건지, 어떤 상품에 가입할지 손님의 니즈에 맞춰 글로벌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리테일도 글로벌 시장에 초점을 맞추지 못하면 시장에서 도태된다.
▲ 리테일 직원들이 공부를 많이 하게끔 유도하는 모양이다.
- 올해 주식시장이 강세장이라는 가정 하에 리테일본부 전직원들(약 800명)이 참여하는 화상회의를 만들었다. 주 1회, 의무 참석이다. 하나금융투자의 장점은 리서치다. 화상회의에 애널리스트들이 강의자로 나서 매크로 및 각 섹터별로 2300개 종목들에 대해 강의를 한다. 손님들의 니즈가 다양하기 때문에 전 직원들이 주식 공부를 하도록 만들고 있다. 주식 시장이 핫하니까 바위산도 조금씩 움직인다는 게 느껴진다.
▲ 최근 ‘주식계좌 손실 관리 정책’을 시행하는 등 고객 계좌 수익률 개선에 힘을 쏟고 있는데.
- 현재 새로운 먹거리를 선점해나가지 못하면 리테일은 정말 어려운 형국이다. 영업형태가 바뀌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관리방법을 바꾸면 손님이 손님을 모객해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손님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수익률에 답이 있다. 무료 수수로 혜택을 주더라도 계좌 손실이 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수수료 무료화는 의미가 없는 정책이다. 오히려 수수료를 높이더라도 수익률을 높이면 손님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돼 있다는 생각이다.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