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송금수수료 시장 경쟁 예고
해외송금 수수료도 마찬가지였다. 대표적으로 신한은행은 작년 5월 해외 외화송금 수수료 체계 세분화에 들어갔었다. 기존에는 5000달러를 초과하면 얼마를 보내든 일괄적으로 2만원만 부과되었으나, 변경 된 수수료는 20000달러 초과 시 2만 5000원의 수수료를 부과했다. 당시 신한은행 관계자는 “무조건적인 인상이 아니라 고객의 선택의 폭을 넓히는 개편의 움직임으로 봐달라”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0년 간 수수료 체계는 변동이 없었기에 수수료 현실화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왔기에 나름의 당위성이 있었다.
그러나 인터넷 은행이 등장하면서 당위성과 별개로 치열한 경쟁이 시작될 예정이다. 시중은행들이 주장한 수수료 현실화가 시장 경쟁이라는 또 다른 현실적인 문제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오는 6월부터 영업에 들어가는 카카오뱅크는 해외송금 수수료 인하를 대표적인 영업 전략으로 삼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 2호 인터넷 뱅크인 카카오뱅크는 지난 5일 은행업 본인가 승인을 받으면서 "해외송금 수수료를 시중은행의 10%의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해외 송금수수료 체계는 환전 수수료, 송금 수수료, 전신료로 나뉜다. 이 중 카카오 뱅크는 송금 수수료와 전신료를 낮춰 시중은행과 경쟁하겠다는 뜻이다. 시중은행은 해외송금 때 금액 구간별로 수수료를 부과하는데, 평균적으로 500달러 이하 송금의 경우 창구 수수료는 5000원, 전신료는 8000원이다. 이를 인터넷 뱅크가 수수료를 10분의 1만 받게 되면 고객 입장에서는 1만 원 이상을 아낄 수 있다. 다만 시중은행들도 모바일로 해외 송금을 진행할 경우 전신료는 부과하지 않는다. 현재까지 시중은행들은 송금액의 4~5%를 수수료로 책정하며 연간 5000억원대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그러나 인터넷 은행들이 이 시장에 가세하고 7월부터는 핀테크 업체도 외국환거래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소액 규모로 송금이 가능하게 바뀐다.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
국내에서는 은행 수수료는 ‘무료’라는 개념이 지배적이라 기존 시중은행이 비이자이익으로 거둬들이는 수익 비중은 총이익의 10~15% 수준에 불과하다. 40%에 달하는 미국 대형 은행들과 비교하면 크게 낮다. 은행들은 인상이 아니라 ‘개편’, ‘정상화‘ 등 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2011년 금융감독원의 ‘불합리한 수수료관행 개선’ 정책에 의해 수수료가 인위적으로 인하된 전례가 있지만 최근 금융당국 기조는 은행 금리와 수수료 산정 과정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라 시중은행들은 수수료 인상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기존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인터넷 은행의 등장은 시중은행들에게도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인식을 줄 것으로 보인다. 또 은행들은 그동안 수수료 산정방식을 영업비밀이라 공개하지 않는 독단적인 행동도 보였다. 소비자단체들은 수수료 원가를 공개하지 않으면 시중은행들이 자의적으로 인상하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은행들이 조달비용 증가를 들어 예금금리를 내리고 대출금리와 수수료는 올리고 있다”면서 “그 부담이 소비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은행이 기존 시중은행들에게 경쟁을 촉진하는 메기가 될 것인지는 해외송금 수수료 경쟁에서 살펴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윤철 기자 raindrea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