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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채권평가손실 삼성화재만 ‘好好好’

김민경 기자

aromomo@

기사입력 : 2017-02-20 02:14

RBC 급감 촉발한 채권재분류
자본력갖춘 삼성화재 여력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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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채권평가손실 삼성화재만 ‘好好好’
[한국금융신문 김민경 기자] 금리 하락세가 몇 년간 이어지자 자산을 안정적이고 수익성 높게 운용해야 하는 보험사들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IFRS17 도입에 대비해 보험사 자산 듀레이션(잔존만기)를 늘려야 하는 것도 보험사로선 큰 부담이다. 부채의 평가 방식이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됨에 따라 회사가 고객들로부터 받은 보험료의 듀레이션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유 부채의 잔존 만기가 30년일 경우 지금은 듀레이션 상한선인 20년으로 평가하지만 시가평가로 바뀌면 잔존만기인 30년으로 계산하게 된다. 부채 듀레이션에 비해 자산 듀레이션이 짧으면 RBC(지급여력비율)이 떨어져 재무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친다. 자산·부채 듀레이션은 시장금리가 1%p 변화할 때 회사의 자산·부채의 가치가 얼마나 변화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결국 보험사들로선 장기 투자를 확대해 늘어난 부채 듀레이션에 대응할 수밖에 없다.

내년부터 부채 듀레이션 확대 규제 강화가 도입되면 국내 보험사들의 RBC비율은 추가적으로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보험료 인상 등에 힘입어 장밋빛 미래가 점쳐지던 작년 3분기에 비해 갑작스럽게 ‘찬물’맞은 모양새인 손보업계의 자본 손실은 지난 한해 당기순이익을 상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기순이익 증가로 이익잉여금은 늘었지만 이보다 채권평가손실이 컸고, 보험사들의 자본은 급감했다.

◇ 부메랑돼 돌아온 채권 재분류 꼼수

금리 하락세가 장기간 이어지자 보험사들은 지난해 채권을 매도 가능으로 재분류했다. 매도가능채권은 금리가 하락했을 때 채권 가격 상승에 따라 평가이익이 늘어나기 때문. 그러나 지난해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고 연방금리위원회(FED)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채권 금리도 급등했다.

그 후 상당수 손해보험사들의 채권평가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나 RBC비율이 급락했다. RBC는 보험사가 보유하고 있는 총조정자본과 총필요자본액 간 비율로 보험사가 예상하지 못한 손실 발생에 대비해 계약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 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책임준비금 이외에 자기자본을 보유하는 재무건전성 비율을 가리킨다. 일반적으로 유가증권은 보유 목적에 따라 분류한다.

주식, 채권 등 단기매매나 일시보유 목적인 단기매매 증권, 만기까지 보유할 목적이 있는 만기보유증권, 원칙적으로는 장기투자목적이나 단기매매가 가능한 매도가능증권 등으로 나뉜다. 채권을 만기보유로 분류하면 금리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지만 매도가능으로 분류하면 변화하는 채권 금리에 따라 가치를 시가 평가해야 한다.

보험사들의 단기 매매·매도 가능 채권 비중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전체 운용자산 815조원 가운데 378원인 46.4% 수준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동부화재는 지난해 말 손보 대형사 중 하나인 동부화재의 RBC비율이 160% 대로 급추락했다. 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을 위해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들에게 100% 이상의 RBC비율을 유지토록 규정하고 있다.

동부화재의 RBC비율은 지난해 9월말 259%에 육박해 전 분기 대비 30%p 증가했다. 그러나 불과 석 달 만에 100%p가량 급락하며 ‘역대 최하치’를 기록한 것. 동부화재의 RBC비율이 200% 밑으로 떨어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동부화재 뿐 아니라 만기보유채권 계정을 매도가능으로 재분류한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한화손보 등도 RBC 비율이 하락했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도 동부화재와 비슷한 160%, KB손보는 이보다 소폭 낮은 154% 가량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메리츠화재는 186%로 손보사 가운데서 높은 수준이 전망됐으며 한화손보 역시 3분기 대비 40~60%p 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자본 총계는 지난해 3분기 5조1895억원에서 4조3469억원으로 8426억원 가량이 줄었다. 현대해상 역시 3조6631억원에서 2조8482억원으로 8426억원이 3개월만에 허공으로 사라졌다.

KB손보는 지난해 3분기 2조5160억원에서 4분기 2조4475억원으로 소폭 하락했으나 지난해 말 있었던 1706억원의 유상증자를 감안하면 실제 감소폭은 2391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메리츠화재와 한화손보도 각각 4442억원, 2341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삼성화재도 15일 ‘2016년 결산실적 및 EV설명회’를 열고 지난해 말 기준 RBC비율 336.2%를 기록해 전년 동기 350.4% 대비 14.2%p 줄었다고 밝혔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난해 신용위험계수 상향 조정 등 규제 강화의 영향 탓에 RBC비율이 악화됐다”고 밝혔다. 손보사들은 IFRS17 도입에 대비해 자산 듀레이션을 늘리려 만기가 긴 채권을 사들여야 할 상황이다.

그러나 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 채권평가손실이 커질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의 조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터져 나오는 상태. 업계 관계자는 “채권비중이 높을수록 그로 인한 자본감소 영향도가 클 것”이라며 “당기순이익 부문에서 좋은 실적을 기록했지만 그를 상회하는 자본감소로 보험사들의 자본적정성 비율 관리에 비상이 걸린 모양새”라고 전했다.

◇ 자본력 갖춘 삼성화재에겐 ‘기회’

한편 이같이 강화되는 보험사들의 자본 규제가 ‘업계 1위’ 삼성화재에게는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유안타증권은 16일 보고서를 통해 “올해는 부채 듀레이션 산출기준 변경 등의 자본규제 강화 기조가 분명하다”며 “삼성화재도 올해 지급여력(RBC)비율이 최대 1/3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유안타증권은 또한 “자본 규제 이슈로 2위권 손보사의 시장 대응 여력 약화가 예상되며, 상대적으로 삼성화재의 시장 주도권은 더 강화될 것”이라면서 “삼성화재가 제시한 손해율 목표치(83.4%)는 충분히 달성 가능할 것이며, 올해 지방 부동산 처분에 따른 손실도 삼성전자 배당 이익 증가로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금융투자 역시 “삼성화재는 자동차보험에서 업계 내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하고 보험료 인하에 따른 지배력 강화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덧붙여 “2위권 손해보험사들의 연말 지급여력(RBC)비율이 180% 미만으로 급락한 것과 대조적으로 336.2%의 높은 수준을 유지한 것도 강점”이라고 전했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말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보험료를 평균 2.3%(개인용 2.7%, 업무용 1.6%, 영업용 0.4%) 인하한 바 있다.

업계는 이에 대해서도 “삼성화재는 지난해 자동차보험 합산비율이 98.7%을 기록하는 등 보험료 인하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자동차보험시장 합산비율은 △동부화재 99.5%, △현대해상 101.7%, △KB손보 101.7%, △메리츠화재 106.2%, △한화손보 107.1% 등 업계 평균 100%를 웃돌아 대부분 보험사들은 보험료를 조정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합산비율은 보험료 100원이 들어올 때 사업비를 지출한 비율로, 100%를 넘으면 보험 영업에서 보험사가 손실을 봤다는 의미다. 보험업계는 자본 규제가 강화되는 환경에서 2위권 손보사들이 쉽게 보험료 인하를 선택할 순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화재는 다년간의 다이렉트채널(온라인) 영업으로 규모의 경제를 상당 수준 달성했기에 단기적으로 손해율 상승을 감수하면서까지 보험료 인하 전략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 보험업계 관계자는 “삼성화재의 선제적인 자동차보험료 인하는 업계 내 양극화를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점쳤다. 한 증권사 관계자도 “결국 올해 손보업계는 이익 체력보다 자본력이 더 우선시될 것”이라며 “손보업계에서 압도적인 자본 적정성을 갖춘 삼성화재가 가장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17일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보험사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금리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전했다.

진웅섭 원장은 이날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트럼프 정부 출범, 영국의 하드 브렉시트 가능성 등으로 시장금리가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며 “자산부채관리(ALM) 등을 통해 금리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필요하다면 이익을 내부유보 하는 등 재무건전성 제고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밝혔다.

진웅섭 원장은 이날 IFRS17에 대한 선제적 대비도 보험사들에 주문했다. 진 원장은 “보험업계가 충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책임준비금 적정성 평가제도, 지급여력비율(RBC)제도 개선 등 IFRS17 연착륙 방안을 상반기 중 마련하겠다”면서 “(보험사들이) 상품 개발 때 보험료율, 보장 범위 등이 합리성과 공정성을 갖출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전했다.



김민경 기자 aromom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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