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측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12일 “삼성 이외 대기업 수사도 검토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의 성격을 ‘뇌물’ 로 규정할 수 있는지 법리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특검팀은 수사 확대를 염두에 두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닫기



SK와 롯데, CJ는 최순실 씨의 개인 회사에 거액을 지원하거나,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을 대가로 대통령에게 민원을 제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한 후 사면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최태원 SK 회장을 조사한다.
SK그룹은 최순실 씨가 관여한 2015년~2016년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당시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닫기

특검팀은 2015년 7월 박근혜 대통령이 김창근 당시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독대한 정황에 이어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에 최태원 회장의 사면을 지시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또한 안종범 전 수석의 휴대전화에서 최태원 회장의 사면 직전까지 SK 측과 주고받은 문자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회장은 2011년 12월 수백억 원의 계열사 자금을 횡령·유용한 혐의로 불구속 됐으며, 이어 2013년 1월 1심에서 실형을 받아 법정 구속됐다. 2014년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이 확정됐으나 수감 2년 7개월만인 2015년 광복절 특별 사면 돼 출소했다. 그 뒤 SK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총 111억을 출연했다.
롯데도 특검의 주요 수사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롯데는 면세점 특허 추가와 인·허가가 중요한 현안이었으며, 이와 관련 청와대와 신동빈 회장 사이에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가 수사 대상이다. 롯데는 지난해 12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특허를 회복했다.
롯데는 2015년 10월 미르재단에 28억을, 같은해 12월 K스포츠재단에 17억 원을 출연했다. 롯데는 미르·K스포츠 재단에 이미 45억을 후원한 상태였으나, 2016년 3월 신동빈 회장과 박근혜 대통령의 독대 이후 K스포츠 재단 측에 75억을 추가 지원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특검은 신동빈 회장을 대상으로 면세점 특허 추가와 관련한 대가성 여부 확인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신동빈 회장과 박근혜 대통령이 독대한 직후인 3월 말, 관세청은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면세점 특허 추가 공고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말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과 신동빈 회장의 독대 내용이 담긴 말씀 자료를 확보해 박영수 특검팀에 넘겼으며, 해당 자료에는 “면세점 신규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서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검찰은 지난해 3월 신동빈 회장과 박근혜 대통령의 독대를 앞두고 청와대 비서실이 작성한 ‘말씀자료’를 확보했으며, 여기에는 롯데의 최대 관심사인 면세점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약속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이재현 회장의 사면 특혜 의혹도 조사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이재현 회장의 사면 과정에 박근혜 대통령이 개입한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박근혜 대통령이 CJ 주최로 열린 한류 콘서트 장에 방문 했으며, 이 자리에서 손경식닫기

이재현 회장은 2013년 횡령·배임·조세포탈 혐의로 구속기소 됐으며, 2015년 12월 본래의 판결을 파기하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과 벌금 252억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6월은 이재현 회장이 신장이식 부작용과 유전병 증상의 악화로 구속집행정지 중인 때였다.
이외 CJ가 미르·K스포츠재단에 13억을 출연하고, 최순실 씨의 측근인 차은택 전 문화창조융합본부장 주도의 K컬처밸리 사업에 1조 4000억 원대의 투자 결정을 한 점도 이재현 회장의 사면을 위한 대가성 지원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재현 회장은 지난해 8월 광복절 특별 사면을 받아 석방됐다.
한편 12일 오전 이재용 부회장이 뇌물공여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에 출석한 가운데, 특검은 국민연금의 삼성 합병 찬성과 삼성의 최순실 일가 지원 사이에 연관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에 유리한 구도를 점하기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하려 했다.
특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는 대가로 최순실 일가를 지원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이재용 부회장과 박근혜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는 정황 또한 다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2015년 9~10월 최순실 씨 모녀가 소유한 독일 법인 비덱스포츠에 35억을 지원했으며, 추가로 43억을 지원한바 있다.
특검은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 씨가 실소유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삼성이 16억을 후원한 경위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또한 특검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삼성이 204억원의 출연금을 낸 것도 뇌물공여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은지 기자 rdwrw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