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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로 앞에 선 승부사 임종룡

김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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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6-11-04 21:41 최종수정 : 2016-11-04 22:02

김의석 금융부장 겸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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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로 앞에 선 승부사 임종룡
[한국금융신문 김의석 기자] 지난 1991년 미국 동부 해안에서 벌어진 실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은 영화로도 제작되어 흥행에 성공했었다.

하나의 허리케인과 또 다른 기상전선이 충동하여 유례없는 초대형 폭풍이 만들어진 것을 일컫는 말로, 글자 그대로 ‘완전한 폭풍’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 영화 제목이 요즘 우리나라 상황을 잘 대변하는 것 같아 씁쓸한 생각마저 든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이 흔들린 데다 하야(下野)까지 요구하는 여론마저 형성되면서 사실상 국정 공백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경제 위기를 알리는 신호음이 커지며 시장 불안이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위기에 또 다른 경제 악재가 동시에 겹치면서 우리경제가 ‘퍼펙트 스톰’의 초기 단계에 진입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관련 자료를 들여다보면 이는 현재 결코 과장된 말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6월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내렸다. 그렇지만 저금리로 시장에 풀린 돈은 부동산으로 흘러들어 갔다. 대출받은 돈으로 집을 사는 현상만 초래했다. 결국 가계부채만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내년 말 가계부채 규모가 1460조원이 될 것으로 내다봤을 정도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2일(현지시간) 12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제 우리 경제에도 금리 인상의 그림자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초저금리에 길들여진 개인들이 이자 부담이 늘어 소비를 축소시키면 경기 악화는 불가피한 일이다. 다가오는 금리 인상은 손을 놓고 있다간 부동산 버블 붕괴로 이어져 우리 경제에 크나큰 짐이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 박근혜 정부가 느닷없이 김병준 총리, 임종룡닫기임종룡기사 모아보기 경제부총리 카드를 전격 꺼내 들었다. 정치권은 허를 찔린 모습이다. 특히 인사청문회 거부 등 야당의 반발이 하늘을 찌른다.

그렇더라도 국정이 올스톱 된 상황에서 새로 내정된 사람들의 역할이 주목된다.

일부 정치권의 반발이 너무 거세 이들 내정인사들이 국정 수행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일단 내정된 이상 이들에게 주문하고 싶은 게 있다.

박근혜 정부 네번째 경제부총리이자 ‘마지막 구원투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임종룡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특히 많다. 부실기업 구조조정, 폭증하는 가계부채 문제, 부동산 시장 과열, 청년 실업 문제, 새로운 먹거리 산업 육성 등 우리 경제 당국이 헤쳐 나가야 할 거대한 과제가 산적해 있는 까닭이다.

그리고 하필 왜 험난한 이 시기에 경제부총리 제의를 받아들였을까. ‘최순실 게이트’로 국정 공백이 이어지고 대내외 경제상황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무엇보다 임종룡 내정자가 경제부총리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조차 불확실 상황에서 말이다.

이런 우려에 대해 그는 공직은 부름을 받으면 하는 것이고 시점과 계기, 상황에 관계없이 응하는 것이 도리라고 말했다고 한다. 사실 임종룡 경제부총리 내정자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많다.

그는 현 정부 경제팀에서 구조조정업무에 가장 밝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현 정부의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대해선 평가가 그다지 후하지 않다. 임종룡 경제부총리 내정자는 기자들과 만나 “그간 구조조정 업무는 끊임없이 진행돼 왔다”고 했지만 시장의 평가는 냉혹하다. 한진해운 구조조정 과정이 순탄치 않았고 조선산업 구조조정은 때늦은 조치라는 혹평과 함께 응급처치 수준에 불과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기자가 언젠가 금융당국 고위관리 출신에게 “임종룡 위원장이 금융위원장으로 있는데 현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은 왜 그리 부진하다는 공격을 받을까요” 했더니 그 고위 관리가 “금융위원장 한 사람의 힘만으론 역부족인 측면도 있었겠지요” 했던 말이 기억난다.

그래서일까. 임종룡 내정자도 현재의 경제 난국을 헤쳐 나가려면 혼자의 힘으론 한계가 있다면서 경제팀이 뭉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렇다. 현재 우리 정부는 거의 올스톱 상태다. 앞으로 누군가 꺼져가는 경제를 살려내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경제팀의 역할이 막중하다. 다행히 임종룡 내정자는 젊고 실력도 있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오랫동안 충분히 검증된 정책 관료이며 금융위원장이 될 때 이미 한 차례 청문회를 거친 적이 있다. 국무총리 인선에 거세게 반발하는 야권이 새삼 발목을 잡아 새 경제팀 출범까지 늦어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이미 바닥부터 무너져내리고 있는 경제를 추스르는 일은 한시가 급하다. 야당은 총리 인선 문제와 별개로 새 경제팀이 최대한 빨리 꾸려질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야 한다.

임종룡 경제팀은 무엇보다 고도의 위기 대응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응급 수술과도 같은 기업 구조조정을 제때 마무리해야 하며 정치권의 혼돈으로 한국 경제 신인도가 추락하지 않도록 시장의 신뢰를 신속히 확보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속도가 생명인 위기 대응은 강력한 리더십과 추진력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각 부처가 따로 놀지 않고 손발이 척척 맞는 팀워크를 보여줘야 한다. 그러자면 경제부총리가 실질적인 인사권을 갖고 최고의 경제팀을 꾸릴 수 있도록 해줘야 된다고 생각한다.

경제 사령탑이 재정·금융·산업정책을 비롯한 모든 경제정책 분야에서 가장 호흡이 잘 맞는 최고의 브레인들을 가려 뽑지 못한다면 난마처럼 얽힌 구조개혁 문제를 풀어가면서 동시에 성장 절벽을 뛰어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현 정부 들어 정책 실무를 맡을 국과장급 인사까지 일일이 청와대 재가를 얻어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는데 이번 경제팀 인사만큼은 전폭적으로 부총리 손에 맡겨 둬야 할 것이다.

임종룡 내정자 또한 고도의 정책 조정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제는 경제팀의 수장에 내정됐으니 몸을 던져 꺼져가는 한국 경제를 살리는 일에 올인 해줬으면 하는 바램도 간절하다. 경제를 아는 사람이 경제팀 수장에 내정됐으니 더는 몸을 사리는 경제정책은 하지 않았으면 하는 기대도 크다.

경제장관이 제대로 일을 하면 때로는 욕을 먹을 수도 있다. 손에 피를 묻혀야 하는 경우도 많다. 시민들에게 고발당할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헌신적인 관료가 많을 때 우리의 경제난도 실타래를 풀어갈 수 있음을 승부사인 임종룡 내정자 자신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가 책임감을 갖고 경제팀을 쇄신해 안정적 경제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수 있길 이 자리를 통해 기원해 본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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