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수료 인상, 인력조정은 낡은 방식
1분기에 예상과 달리 대부분의 은행 실적은 선방을 기록했지만 곧 이달 말에 발표되는 2분기 실적은 암울하다. 올 상반기 조선·해운업 부실대출 영향으로 충당금 부담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충당금으로 인한 실적 하락을 예상하고 영업망 확충과 비이자이익 개선, 판관비 감축 등으로 선제 관리를 병행한 덕분에 전체 실적 감소 폭은 크지 않을 거란 예상도 나온다.
하지만 추가적으로 충당금 적립 요인이 존재하는 만큼 앞으로도 은행 실적들은 어두울 거라 예상된다. NH농협은행만 하더라도 2분기에 충당금을 6500억원 더 쌓아야 한다. 문제는 은행들은 예대마진에 매달리지 않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입장인데 실적 부진은 은행들의 행동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을 동력이 없는 은행들은 예전과 같이 수수료 인상과 인력 구조조정으로 위기를 타개하고자 하나 이는 낡은 방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위기의 은행들
KB국민은행은 23일부터 29일까지 임금피크제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접수했다.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2000여명의 인력을 줄였는데 올해도 감원 칼바람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규모는 1000여명 정도로 KB국민은행의 경우 다른 은행들에 비해 직원 수가 많아 직원 1인당 생산성이 낮다는 지적을 계속 받아왔다.
민영화가 추진되고 있는 우리은행의 경우, 자본건전성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신용평가사들은 우리은행이 현 신용등급인 ‘AAA’를 유지하려면 7000억원 이상의 자본확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올해 1분기 말 현재 13.5%로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우리은행의 BIS 비율은 2013년 12월 말 15.5%, 2014년 12월 말 14.3%, 2015년 12월 말 13.7%로 하향 추세다. 조선·해운을 중심으로 취약업종에 들어간 일부 대출이 부실화해 충당금 적립 부담이 커진 영향이다. 우리은행이 현재 13%대인 BIS 비율을 14%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최소한 7000억원이 있어야 한다는게 신용평가사들의 분석이다.
농협금융은 때아닌 홍보조직 통폐합 논란이 일었다. 농협금융이 비용 절감을 위해 추진했던 ‘계열사 홍보조직 통폐합’ 방안이 백지화되었다. 이 결과로 지주 홍보조직으로 흡수될 예정이었던 은행, 생보, 손보의 홍보조직은 그대로 유지되기로 했다. 어려운 상황에서 홍보조직 슬림화는 오히려 부작용이 많다는 의견과 취소된 것인데 농협금융이 현재 처한 어려움이 단순한 조직 통폐합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 벤치마킹으로 해결책 찾다
수익 사업 발굴에 나선 은행들도 나름의 해결책을 찾고 있다. 금융업이 상대적으로 발전한 해외 사례에서 돌파구를 찾는 모습이다. NH농협은행은 ‘한국판 라보뱅크’를 목표로 사업 재조정에 나섰다. ‘라보뱅크’는 농ㆍ식품 기업여신을 전문으로 하는 네덜란드계 글로벌 협동조합은행이다.
농협은행은 조선ㆍ해운업 등 비전문분야에 집중된 여신구조가 최근의 부실을 불렀다고 보고 앞으로 사업 영역을 농ㆍ식품업 위주로 바꿔 ‘농ㆍ식품산업 전문은행’으로 재도약하겠다는 의지다. 실제 NH농협은행은 최근 농ㆍ식품 기업여신을 큰 폭으로 늘리고 있다.
2010년 말 6조 1033억원이었던 농ㆍ식품 기업에 대한 여신 잔액은 지난해 말 15조 2886억원으로 5년새 150% 증가했다. 올해는 3월말 현재 전년말 대비 5300억원이 늘어 올해 목표치였던 1조 7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KB금융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모델을 도입해 은행과 증권 부문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는 한국판 ‘유니버셜 뱅킹’을 하겠다는 뜻이다. 유니버설뱅킹은 여ㆍ수신 업무는 물론 신탁, 증권, 보험 등 모든 금융업무를 수행하는 은행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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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은행인 한국씨티은행은 다른 은행들이 벤치마킹했던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 중심의 대형 지점으로 바꾸는 영업망 재편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반포지점을 PB업무 중심의 대형 자산관리(WM) 허브점포로 재단장한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1분기에만 기존 점포 중 총 11개를 WM허브점포로 재단장했는데 올 하반기에도 이를 확대할 계획이다. 시티은행 관계자는 “씨티은행보다 지점이 몇 배나 많은 시중은행들에 비해 PB고객은 씨티은행이 2~5배 이상 많다. 반포지점의 경우 성장세가 커서 내부적으로도 만족한다”라고 밝혔다.
신윤철 기자 raindrea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