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춘 할망서 한 차례 카메라에 잡히는 편대차 엠블럼.
이로 인해 최근 영화에서 필수 소품으로 등장하는 자동차 등장도 제한적이다.
21일 영화계에 따르면 창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계춘 할망’이 19일 전국 극장가에 걸렸다.
세계 7대 자연경관인 제주의 아름다운 해변을 배경으로하는 이 영화는 오랜만에 스크린 나들이를 한 윤여정(계춘) 씨와 김고은(혜지·은주) 씨가 호흡을 맞췄다.
계춘은 죽은 아들의 딸인 손녀 혜지와 단둘이 산다. 계춘은 물질로 어렵게 혜지를 보살피지만, 둘은 친구처럼 다정하고 즐겁게 살아간다.
어느날 계춘은 혜지의 손을 잡고 장터거리로 외출한다. 그곳에서 혜지의 옷가지를 사고 앞서가던 계춘은 옆구리가 허전해 주변을 살피지만, 혜지는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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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12년 후.
비행 청소년이 된 혜지는 같은 또래의 민희(박민지 분), 철헌(류준열 분), 충희(남태부 분) 등과 어울린다.
이들은 원조교제로 한 사내를 꼬여 협박하는 과정에서 사내가 크게 다친다. 당분간 잠수를 타기로 하고 넷은 뿔뿔히 헤어지는데, 마침 혜지는 우유 팩에 인쇄된 어린 자신을 찾는 안내문을 본다.
결국, 계춘과 혜지는 12년만에 다시 만나 함께 산다. 다만, 스크린에는 여섯 살때 할머니를 잘 따르던 혜지는 없고 서먹서먹한 혜지만 있다.
관객들이 12년만이라 그렇겠지라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그러다 반전이 생긴다. 이름 모를 사내(조덕제 분)가 혜지 주변에 맴돌고, 혜지가 친손자가 아니라는 친자 확인 결과가 나온다.
이 사내는 혜지(은주)의 친아버지다.
혜지는 할머니를 잃고 우여곡절 끝에 재가한 엄마를 찾게된다. 이 사내는 혜지의 의붓아버지며, 은주는 씨가 다른 혜지의 동갑나기 자매다.
이들 가족은 차를 타고 가면서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고, 당시 사내는 혜지가 죽고 은지가 살아남자 둘을 바꿔치기 한다. 친자가 죽을 경우 보험금을 더 탈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고 장면에서 카메라는 이들이 타고있는 승용차의 라디에이터그릴의 현대차 엠블럼을 확실하게 잡는다.
이후 영화에서 차량 등장은 없다.
결국 은주는 10년 넘게 혜지로 살았고, 어릴적 혜지로부터 들은 제주 생활에 대한 기억과 사고 당시 혜지가 하고있는 팔찌를 통해 가짜 혜지 행세를 한다.
다만, 계춘은 직감적으로 혜지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어린 혜지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가짜 혜자를 깍듯하게 보살핀다.
극 종반 계춘은 치매에 걸리고, 서울고 간 가짜 혜지는 제주로 돌아와 계춘과 함께 한다. 계춘은 혜지 품에서 조용하게 숨을 거두고…
영화를 관람한 김진아 씨는 “볼 게 없는 최근 영화계에 잔잔한 감동이 있는 영화”라고 말했다.
정수남 기자 perec@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