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면 임원 승진은 294명에 불과해 2009년(247명)이후 가장 적었다. 또 임원 전체로 500명 가까이 해임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장단은 무풍지대와 마찬가지였지만 임원들은 된서리를 맞은 셈이다. 삼성그룹 전자, 물산, 중공업과 금융계열사에서 올해 내내 인력 정리 작업을 했다. 부장급을 중심으로 일정 조건을 제시하고 퇴사를 권유, 많은 간부들이 삼성을 떠났다.
삼성 내부에서는 실적부진의 책임을 결국 상무와 부장들이 다 떠안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참 일할 나이에 회사를 떠나는 것을 보고 직원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그동안 모시고 함께 일하던 간부가 줄줄이 짐을 싸는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아야 하는 것이다. "열심히 일을 하셨는데..."하고 아쉬움을 토로하는 직원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먼저 보는 듯이 풀죽은 모습이다.
삼성그룹이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을 부장이나 초임 상무 등을 대대적으로 줄인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 등 주력 계열사에 부장, 초임 상무급이 많아 인력 피라미드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 수년간 실적이 양호해 허리에 살이 많이 붙었다는 얘기다. 호황으로 외부에서 중간간부급을 대거 영입했다는 것이다. 이제 불황이 다가오니 이들을 먼저 내보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삼성측의 설명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인사가 '허리 살빼기'가 된 연유이다.
호황 때 채용을 늘리고 불황때 퇴직을 늘리는 것이 기업이 지속성장을 위한 생리일수는 있다. 하지만 이번 이재용식 인사는 삼성맨의 자부심에 상처를 줄 수도 있다.
삼성은 인사이후에 조직개편 등 후속 조치를 하고 있다. 올 연말과 내년 초에 걸쳐 장기 휴가를 가도록 권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사업부별 임직원에게 다음달 25일부터 내년 1월3일까지 의무적으로 장기 휴가를 신청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공휴일과 주말을 제외하면 평일 4일에 대한 연차를 소진하도록 주문한 것이다. 4일 연차를 신청하면 공휴일, 주말을 앞뒤로 붙여 모두 10일간 쉴 수 있다. 삼성전자의 휴가 지침에 대해서도 연차보상비를 줄이려는 것이 아닌지 하고 해석이 분분하다.
삼성은 인사 이후 이러한 삼성맨들의 떨어진 사기를 올리는 것이 큰 과제로 남게 됐다. 이재용 부회장이 앞으로 어떻게 수습해 나갈지 주목된다.
김지은 기자 bridg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