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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청춘의 샘’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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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5-08-23 23:25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이윤학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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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청춘의 샘’을 찾아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은 영생(永生)에 대한 집착이 대단했다. 미국땅을 가장 먼저 밟았다고 알려진 스페인의푸에토리코 총독이었던 ‘후안 폰세 데 레옹’(Juan Ponce De Leon)은 1513년 스페인 국왕 페르난드 2세의 명을 받아 황금과 노예를 찾아 나선다.

그러나 사실 그의 관심은 다른데 있었다. 그는 젊음을 되찾기 위해 원주민으로부터 들은 전설로 내려오는 ‘청춘의 샘’을 찾고자 하였다. 그는 3척의 배와 65명의 선원을 데리고 ‘청춘의 샘’이 있다는 바하마군도의 ‘비미니’라는 섬을 찾아 카리브해를 뒤졌다. 그러다 발견한 육지에‘파스쿠아 데 플로레스’(부활절 일요일을 부르는 스페인 말)인 그날을 기념하여, ‘라 플로리다’라고 명명하였다. 지금의 미국 플로리다이다. 결국 그는 ‘청춘의 샘’을 발견하지 못하고 원주민의 쏜 독화살에 47세의 나이로 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진시황의 불멸스토리만큼이나 안타깝다.

◇ 노화는 치료할 수 있는 질병중 하나, 현대판 청춘의 샘

얼마 전 103세의 나이로 일을 하고 있는 미국의 한 노인이 화제가 되었다. 직장에서 은퇴하여 쉴 나이인 70세에 새로운 직장에 들어가서 지금까지 33년째 일하고 있는 이 노인은 일하는 이유를 돈이 아니라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 라고 한다. 그는 주말마다 여행을 다니고, 80년 넘게 밴드동호회에서 색소폰 연주까지 하고 있다. 사실 116세로 최고령 할아버지로 기록되었던 일본의 기무라 할아버지도 65세까지 우체국에서 근무하고 은퇴한 이후부터 90세까지 농사를 지었다. 122세를 살아 공식적으로 세계최고령자로 기록된 프랑스 잔 칼망 할머니도 85세에 펜싱을 시작하고, 110세까지 자전거를 탔다고 한다.

과연 인간을 얼마나 살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100세이상을 사는 고령자를 100년을 살았다는 의미로 ‘센터내리언’(Centenarian)이라고 한다. 더 나아가 110세이상을 사는 초장수인을‘슈퍼센터내리언’(Supercentenarian,)이라고 하는데, 미국 노인학연구그룹(GRG)에따르면 현재 전세계적으로 45명 정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누구나 이렇게 장수를 누리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극소수의 사람들만 누리는 장수를 모든 사람이 누려보게 볼 목적으로 여러 가지 의학적인 시도가 나오고 있다. 생명공학기업인 ‘시에라 사이언스’의 빌 앤드루스는 인간이 150세까지 살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인간은 세포분열이 계속될수록 ‘텔로미어’(Telomere)가 조금씩 줄어들어 결국 노화의 과정을 거쳐 죽게 되는데, 텔로미어 생성을 촉발시키는 효소인 ‘텔로머라아제’(Telomerase)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면 노화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텔로미어의 길이를 다시 길어지게 하여 노화방지가 아니라 20대 청년과 같이 회춘도 가능하다는 주장을 한다. 즉 노화는 인간 삶의 당연한 과정이 아니라 질병 중에 하나이며, 이는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판 ‘청춘의 샘’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노화는 신체능력의 점진적 상실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오래 산다는 것이 사망위험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했지만, 100세시대에는 장수위험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오래 살수록 경제력, 건강 등 예상치 못한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래 사는 것이 위험이 아닌 축복인 사람들이 있다. 바로 블루존(Blue zone)에 사는 고령자들이다. 블루존은벨기에 인구통계학자 미셸플랑이‘최대장수지수’(ELI, Extreme Longevity Index)를 만들려고 지도상에서 100세 이상 노인이 많은 사는 지역에 파란색 잉크로 동그라미 쳐둔 데서 유래된 말이다. 즉 블루존은 100세이상의 고령자가 많이 사는 지역을 말한다.

◇ 사랑과 존경이 넘치는 가족과 지역적 유대감 중요

블루존의가장 대표적인 곳이 이탈리아의 사르데냐이다. 사르데냐사람들은 어떤 연유로 장수를 할까? 사르데냐는언덕이 많고 가파른 아주 척박한 섬이다. 이들의 속담에 “바다를 건너서 오는 사람은 여기에 도둑질을 하러 오는 것이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배타적이다. 사실 경제적 지리적 고립은 가족을 소중히 하고, 연장자의 경험을 존중하는 전통사회의 가치관을 그대로 보존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1950년 이전만 하더라도 사르데냐는 장수인의 유토피아가 아니라 낙후된 시골이었다. 식량은 넉넉치 않았고, 전염병이 창궐하던 곳이었다. 인간의 수명이 2배나 늘어난 기적의 세기, 20세기에서 일반적으로 평균수명을 늘리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던 것은 공중보건 위생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의학이 발달하면서 영아사망률이 급격히 줄었으며,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경제여건이 크게 개선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영향은 사르데냐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센터내리언(Centenarian)이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많다.

특히 사르데냐는 블루존중에서도 매우 특이한 지역으로 분류된다. 대부분의 블루존에서 100세이상 남녀 성비가 1 : 4.7로 여성이 월등히 많다. 그러나 사르데냐센터내리언의 전체평균 성비가 1 : 2.4로 상대적으로 남성고령자가 많으며, 일부 중동부지역에는 성비가 1 : 1.3으로 사실상 100세이상 장수하는 남성과 여성의 비율이 거의 같다고 한다. 심지어 1880년에서 1900년사이에 태어난 1만8천명중에 100세를 넘게 산 사람이 남성 47명, 여성 44명으로 오히려 남자가 많았다.

사르데냐는 과거부터 모계사회의 전통이 남아 있어 아이들의 양육 등 모든 집안일은 여성이 도맡아 한다. 사르데냐여성들은 다른 지중해권문화와 달리 치마가 아닌 바지를 입을 정도로 억척스럽다. 사르데냐에는‘남자는 목동일을 하고 여자는 걱정을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르데냐의남성들은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운 생활을 한다.

소설가 D.H.로렌스는 “사르데냐 남성은 조용하고 친절하지만, 여성들은 위협적이고 너무 확신에 찬 행동으로 말다툼할 엄두도 못 낸다’고 묘사할 정도이다. 그리고 사르데냐 남성들은 아주 유머감각이 뛰어나다. 살짝 비꼬는 농담을 잘 한다. 냉소적인 이란 뜻의 sardonic이 사르데냐에서 온 것만 봐도 그들의 자유스러운 영혼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장수의 원인으로 지중해식 식단을 꼽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르데냐의 경우 그것과 거리가 멀다. 사실 사르데냐(Sardegna)의 어원이 정어리(Sardine)에서 올 정도로 사르데냐 앞바다에서 정어리가 많이 잡히지만, 그들은 생선을 즐겨먹지 않는다. 물론 사르데냐 노인들이 즐겨먹는 염소젖이나레드와인 등이 장수를 돕는 식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장수는 유전자나 음식이 아니라 환경과 생활양식이 더 중요하다.

특히 ‘안정적인 가정생활’이 제일 중요하다. 사르데냐의 할아버지들은 혼자 사는 경우가 거의 없고, 자녀와 손주들과 같이 살면서 평생 목동으로자신의 일을 하며, 이웃과 왕래하고 ‘가족적 유대감’, ‘지역적 연대감’이 충만하다. 사르데냐 사람들은 노인을 공경하고, 그들의 경험을 존중한다. 사르데냐에서는 노인을 위한 장기요양시설이 아예 없다. 그래서 자신의 부모들이 요양시설로 들어간다면 ‘가족의 수치’라고 생각한다. 젊은 세대는 자신을 키워준 부모와 조부모에게 애정이라는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르데냐에서는‘아케아’(Akea)라고 인사를 한다. 그 의미는 “100세까지 사세요”라는 뜻으로 이미 그들의 지역사회에서 장수는 당연한 삶의 축복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100세시대를 맞이한 지금, 과학자와 의학자들은 텔로미어를 늘이는 연구를 하는 등 현대판 ‘청춘의 샘’을 찾고 있다. 500년전 ‘레옹’이 찾은 것은 허망한 “청춘의 샘’이 아니라 진정한 보물 신대륙 ‘아메리카’였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늘릴 것은 텔로미어나 생물학적 수명이 아니라 사르데냐 사람들 같이 평생 자신의 일을 소중히 하고 사랑과 존경이 넘치는 가족과 지역적 유대감이 아닐까?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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