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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기업·정부가 몫 다할 차례

정희윤 기자

simmoo@

기사입력 : 2015-04-15 20:03 최종수정 : 2015-04-15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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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기업·정부가 몫 다할 차례
‘영혼 없는 리액션’이니 ‘영혼 없는 답변’이니 하는 표현이 TV방송 예능 프로그램에서 등장한 까닭은 당연히 세태의 반영이라 할 밖에 없다.

LG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1월 내놓았던 <한국 기업, ‘영혼을 담은 몰입’이 필요하다>는 보고서에는 다음 대목이 등장한다.

“한국 기업의 구성원들이 느끼는 일에 대한 감정은 이제 쿨(Cool)한 정도를 지나 차갑게 식은 것은 아닐까? 우리는 이제 ‘방망이 깎던 노인’처럼 열정을 가지고 몰입하여 일하는 것이 사치가 된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대목을 보면서, 한 때 건설현장에 큼직큼직하게 “혼을 담은 시공”이란 글귀를 내어 붙였던 건설사가 떠올랐다. 기업핵심가치를 광고해서 브랜드가치를 높이려는 계산이 깔려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은퇴한 전직 시중은행장 한 분은 후배들에게 혼을 담아 일할 것을 주문하는 스타일로 유명했다. 혼을 담아 일하는 것과 아닌 경우의 차이는 확연하다고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LG경제연구원 강승훈 책임연구원은 “구성원들이 일에 몰입하지 못한다면 창의성과 자발성을 기반으로 한 미래 성장 또한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예전엔 다른 나라 회사원들보다 월등히 높은 몰입도를 나타냈다는 증거도 찾아냈다. William A. Kahn 교수가 내걸었다는 몰입의 전제 조건 △안정성(safety) △일의 의미 또는 중요성(meaningfulness) △필요한 에너지와 지원의 ‘이용 가능성(availability)’ 등도 소개했다.

◇ 가계부문만 고군분투 방관

개인의 몰입이 조직 전부의 몰입으로 이어지면 경쟁자보다 훨씬 강한 조직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지닌 바 역량을 10분 이상 발휘할 수 있게 하는 몰입의 가치. 여기에 더해 15일 HSBC은행이 마련한 아시아 경제전망 간담회에선 경제 주체 간 멤버십 가치를 일깨우는 의미 있는 지적이 제시됐다. 프레드릭 뉴면 HSBC 아태지역 리서치센터 공동 대표는 이제는 기업들이 지출을 늘려야 할 때이고 정부 또한 적극적인 부양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통화위원회가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제시됐다는 사실에서 그의 지적은 의미가 깊다. 세계 경제가 진정한 회복세를 보이기에는 상당히 긴 시간이 필요하고 아시아 신흥국들의 경제성장에 든든한 울타리 역할을 해 줬던 중국마저 성정 둔화에 빠진 이상 특단의 대책 마련 없이는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뉴먼 대표는 가계부문의 경우 해야 할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평가했다. 실질임금상승률이 떨어지는 가운데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고 소비를 했으니까. 다만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 때문에 더 이상 기대할 수 있는 역할은 크지 않다고 간주했다.

◇ 디플레 위험 걷어 차려면 고집 버려야

뉴먼 대표는 미국조차 실업률 개선 말고는 회복세가 뚜렷한 것이 아니라고 분석했고 유로존 회복세 본격화 시기는 내년 하반기까지 기다려야 할 정도라고 봤다. 무엇보다 국제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하락 진원지로 중국경제 둔화를 꼽았다. 막대한 무역흑자를 바탕으로 고도 성장을 거듭하는 동안 무진장 소비에 나섰던 중국 수요가 떨어지면서 나타난 수출감소 위험은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 등 원자재 수출국 뿐 아니라 이들 수출 호황에 기대어 조선과 플랜트, 건설 등의 수혜를 입었던 우리나라에 악영향이 돌아 올 것으로 우려했다.

따라서 그는 세계경제 회복이 더디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내 내수 경기 부양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가계부문에 기대할 것이 더 이상 없다면 현금보유가 가파르게 늘어난 기업이 투자와 고용에 나서야 하고 그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때까지는 통화당국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와 추경 편성을 비롯한 정부의 경기부양 시책이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로 낮춘 반면 지난해 내놓은 3.8% 전망치를 수정하지 않고 있는 정부의 태도에 대해서조차 그는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준비하고 있다면 성장률이 더 올라갈 수 있는 여지가 있으니까 전망치 수정을 않고 있는 것 아닌가” 추측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뉴먼 대표의 처방을 기업들이나 정부가 받아들일 가능성은 너무 낮아 보인다. 그간의 행태와 요즘 대응 스타일을 봤을 때 내수 활성화로 새로운 성장 동력 삼아야 한다는 지적에는 공감하겠지만 의미 있는 실천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

◇ 소득증가 없는 소비지출 궤변

노사정 대타협의 핵심의제로 떠오른 해고 요건 완화 등의 논란을 보면 설사 기업들이 고용을 늘리더라도 임시 비정규직 위주로 늘리거나 기존 정규직 처우와 복지 등을 대거 후퇴시키는 해법을 고집하고 있음이 잘 드러난다. 실질임금 증대 없이 저소득 일자리를 제 아무리 늘린들 경기회복에 도움될 리 만무하다는 주장은 현직 대학교수이자 시민사회단체에서 일하는 전문가가 지난해 일찌감치 책으로 내놓은 바 있다. 명지대 김호균 교수는 ‘꼼수 경제학 비판’이란 책에서 “지난 수십 년 동안 재벌들이 ‘일자리 창출’을 미끼로 규제완화를 요구하는 행태는 마치 옛날이야기에서 ‘떡 하나 주면 안 잡아 먹지’라고 하던 호랑이를 연상시킨다”고 비판했다.

또한 “획기적으로 규제완화만 하면 해외로 빠져 나간 한국 기업들이 대대적으로 귀환해서 수십만 개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는 농담 같은 상상으로 규제완화를 촉구하고 있다”고 고발한다. 이 책 3장 ‘본말전도의 경제학’에 담아낸 ‘꼼수 시리즈’ 제목만 봐도 경제민주화를 여망하는 국민 정서에 잘 부합하는 실증과 분석을 내놓는다.

꼼수 경제학의 대표적 논리는 ‘1꼼수 궤변- 정규직 때문에 비정규직은 불안하다, 2꼼수 우격다짐- 투자는 늘리지 않더라도 해고의 자유는 확대하라, 3꼼수 안면몰수- 투자는 안 늘려도 감세는 계속해라, 6꼼수 과대망상- 재벌이 국민경제다, 10꼼수 동문서답- 현금보유는 더 늘리겠다’ 등의 대표적 사례별로 하나 하나 짚어 냈다. 근속기간이 짧고 실질임금이 시원찮은 상황이 누적된 끝에 ‘혼을 담아 몰입하는 직장인의 비중이 크게 줄어든 것은 아닌지. 기업 자체 이윤극대화도 좋지만 기업시민으로서 일자리를 늘리는 책무를 무시하는 것은 지속가능성을 포기하는 바보나 집착할 경제학이 아니겠는가.

아울러 큰 권력을 기반 삼아 정치를 행한다는 것은 혹 편중된 것이 있거나 치우침이 있다면 바로잡는 일이라는 옛 선현들의 말씀을 정부가 소중히 받아들이기를 기대해 본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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