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이 감독당국의 상반기 잠정집계가 나와 있는 이익지표와 판매관리비 지표만 따져 본 결과다. 영업경쟁력을 강화하고 서비스 제공 노력을 기울이는 등 나빠진 여건에 대처하는 역량이나 브랜드 파워 격차가 1차적인 요인으로 짐작된다.
농협은행과 산업은행 그리고 수출입은행은 수익 지향적 경영을 할 수 없어서 5대 은행 과점 심화 현상에 변수로 작용하기 어렵다고 본다면 중형 시중은행과 지방은행들의 이익지표가 크게 훼손됐음을 뜻하는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 1일 우리금융지주를 끝으로 상장 대형은행계 금융사 실적 발표가 마무리 된 가운데 농협과 산은 등은 실적발표가 늦게 이뤄지기 때문에 빼고 난 뒤 5대 은행을 추리게 되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 기은 등 다섯 곳을 놓고 분석할 수 있다.
◇ 영업해 번 돈에서 판관비 빼고 나니
이들 5대 은행이 이익과 비용 지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이후 이익에선 높아지고 비용 면에선 상대적으로 방어를 잘 하는 것으로 비춰진다. 무엇보다 이들 은행 과점화 우려를 낳는 지표는 은행 본원적 이익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충당금 적립전 이익이다.
온 은행권 충전이익에서 5대 은행 충전이익을 빼보면 2012년엔 8조 5715억원이 나머지 은행 몫이었지만 지난해 7조 6477억원으로 줄고 올 상반기엔 3조 7271억원에 그쳤다. 전반적으로 이익 규모가 줄고 있었기 때문에 전체 이익에서 5대 은행 비중을 뽑아 보면 2012년 61.56%에서 지난해 58.88%로 줄어 드나 싶더니 올 상반기 다시 59.04%로 불어 났다. 전체 이익이 줄고 있는데도 5대 은행 비중이 여전히 높다면 나머지 은행 이익이 더 많이 줄어든다는 것을 뜻하고 손실흡수나 미래투자를 위해 대비할 재원 부족으로 나타날 우려 또한 크다.
◇ 이자이익 면에선 과점화 덜 해
은행 영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자이익에선 충당금적립전 이익 만큼 심하지는 않다. 2012년 약 38조원이 은행권 이자이익이었는데 5대 은행은 22조 3735억원으로 58.88%를 차지했고 지난해 34조 9000억원 가운데 20조 3915억원으로 58.43%를 차지했다.
그리고 올 상반기 역시 17조 3000억원 가운데 10조 758억원을 벌어 58.24%로 오히려 비중이 줄고 있는 상태다. 대출 자산이 많고 거래 고객이 많을수록 저금리 환경에 따른 이자이익 정체가 심한 것 아닌가 하는 가설을 세워 봄직한 대목이다. 이자이익으로는 다른 은행들의 벌이가 괜찮은데 충당금적립전 이익이 상대적으로 적게 돌아간다면 비아자부문 수지가 더 나쁘거나 판매관리비 부담이 5대 은행보다 경직적이어서일지 모른다.
◇ 비용 씀씀이는 5대은행이 더 짜
5대 은행 판매관리비용이 전체 은행권 판관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59.54%에서 지난해 60.04%를 나타냈지만 올 상반기는 58.47%로 줄었다. 판매관리비 차지 비중은 늘어났는데 충전이익 비중은 줄어든 지난해 상황을 미뤄볼 때 5대 은행 이외의 은행은 비이자 손실을 더 많이 입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해진다.
충전이익은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을 합한 영업총수익에 판매관리비를 빼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이자이익 안에 영업외 손익을 합산하는 곳과 영업외 손익은 충전이익 확정 후 반영하는 은행이 나뉘긴 하지만 5대은행이 상대적으로 강한 점 역시 비이자이익 분야인 것이란 사실을 알 수 있다. 수수료 수익 격차는 크게 벌어질 것이 없다는 것이 은행권의 일반적 지적이다
그렇다면 유가증권 또는 평가 손실, 외환파생 손실 등이 5대 은행 외의 은행에서 더 많이 났을 것으로 추정이 가능하다. 전산시스템과 성과보상비 등 비용 지출 능력이 더 많은 대형은행들이 위기 국면에서 활용할 인력 풀이 더 두텁다고 가정한다면 국내 은행권의 양극화나 대형 은행들의 이익 독식화 현상은 갈수록 커질 수 있기 때문에 관심과 논의가 필요한 시점인 것으로 간주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