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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융만능론자가 아니라면

정희윤 기자

simmoo@

기사입력 : 2014-07-06 21:09 최종수정 : 2014-07-17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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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융만능론자가 아니라면
최경환 새 경제부총리 지명자 인사청문회가 8일부터 시작될 모양이다. 반가움 반 걱정 반으로 지켜보는 사람이 기자 한 사람 뿐일까. 연일 각종 의혹으로 질타 받는 다른 후보자와 달리 도덕적 흠결이나 전문성 면에서 입각 후보자 중 가장 안정권에 들어 있다.

그래서 적어도 경제분야에서만은 국무총리 인선 실패로 촉발됐던 장기간 국정 공백이 메워질 것을 기대할 수 있으니 반갑다. 반대로 부총리 지명 직후 대표적으로 나타난 정책 방향은 아무래도 걱정과 근심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미국 유학파이기도 한 최 부총리 내정자는 대표적 성장주의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시중에선 주택담보대출 규제완화와 더불어 금리 인하 검토 등의 정책변화를 예상하고 있다. 이들 두 가지 어느 하나 가벼이 여기고 넘어 가기가 어렵다.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해 집을 살 때 은행에서 받을 수 있는 대출금 규모를 늘리겠다는 발상은 오로지 집값 상승에 몰입하는 정책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당연히 가계부채 규모가 다시 빠르게 늘어날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지난 정부 때 선언적이나마 추진했던 가계부채 안정화 대책은 올 스톱되는 대신 ‘대출 가능액 상향→집 사려는 수요 창출→집값 오름세 견인’ 등의 연쇄효과를 상정한 셈이다. 일견하기에 날로 심해지고 있는 전·월세난을 해소할 묘수라고 착각할 수 있다.

대출한도가 올라 가면 전·월세 고통을 받느니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가 당연히 나타날 테고 임대소득을 추구하는 여러 채 소유자에 대한 세금 부담을 왕창 깎아 준 마당이니 만큼 여러 채 소유자가 임대소득을 더 벌기 위해 집을 더 사들이는 유인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거래량이 늘어날 것이고 늘어난 만큼 가격이 오른다면 다시 예전처럼 부동산 경기가 활황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이같은 셈법은 여러 현실을 따져 봤을 때 부질 없는 기대라는 지적 또한 만만치 않다. 전세 품귀와 값 폭등에 따라 서울 아파트를 기준으로 매매 값 대비 전세 값 수준이 63.8%로 12년 6개월만에 최고치를 찍었다는 국민은행 조사 결과가 얼마 전 나왔다. 전세급등과 더불어 월세 부담 또한 크게 가중되면서 중산층 가계까지 허리를 휘게 하는 대표적 경제고통 요인이 전·월세인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왜 전세 값과 매매 값 차이가 자꾸만 줄어드는지 진지하게 살펴야지 않을까?

중장기적으로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부족하니까 실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 서 있는 것이라고 진단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관망세가 아니라 아예 기대를 접은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 대출한도 늘려준다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미 부동산 거래량은 2008년 글로벌 위기 때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고 지적한다.

거래량이 더 늘어난다 해도 가격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임을 짐작케 한다. 게다가 은퇴를 포함한 노후 준비 중요성이 갈수록 부각되고 있다. 집 사는데 저축한돈 대부분에 대출금을 또 얹어서 집을 사려는 사람은 얼마나 늘어날 것인가.

일선 금융인들은 적잖이 부정적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대출받아 집을 사라고 부추기지 말고 소득은 향상시키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는 게 정답이라고 지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주열닫기이주열기사 모아보기 한은 총재가 소득불균형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시각을 보인 것은 금융지원을 늘리는 방식으로 실물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란 쉽지 않다는 판단과 일맥상통 해 보인다.

그런데도 지난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가 대출규제 완화 말고는 별달리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는다면 ‘금융만능론’인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 있다. 기껏 생기는 일자리가 비정규 임시 단기에 저임금인 경우가 많고 직장인 급여가 오르기는커녕 공공부분에선 복지와 연금 축소 정책이 이어지며, 자산가 세금혜택은 늘어나는데 유리알 지갑 근로소득자 세금과 준조세 부담이 늘어난다면 내집 마련 꿈을 꿀 수가 없다.

그래도 대출한도를 올릴 수 있는 쪽으로 규제를 완화한다면 금융지원만 늘려도 우리 경제가 좋아질 수 있다는 주장을 직접적으로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적어도 지금 정부 정책 레퍼토리 안에서는 금융만능론 아니냐는 질문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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