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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리더의 실종과 리딩뱅크

정희윤 기자

simmoo@

기사입력 : 2014-06-25 21:19 최종수정 : 2014-07-17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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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리더의 실종과 리딩뱅크
○…세계 금융 무대의 큰 별이 되겠노라며 기세 등등했던 국민은행인데 요즘에 와선 민망지경에 이르렀다.

전산기 교체 결정을 재고해 달라는 은행장과 상근감사위원의 요구를 사외이사들이 뿌리치자 감독기구의 검사를 청하더니 이제는 사외이사들이 은행장과 상근감사위원의 문제제기 배후로 IBM을 지목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에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며 고발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공정위 고발을 결정하는 안건은 사외이사들이 안건을 내고 이들이 모여서 의결한 사안이다.

대부분 거수기 노릇하느라 반대의견을 내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질타를 받았던 그간의 이사회, 대한민국 많은 기업들의 이사회와 완전히 다른 적극적 행보다.

왜 이런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선택을 했는지는 금융계에서 밥 먹고 사는 사람이면 다 짐작하고 있다. 바로 26일 열릴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 제재대상에 다수의 사외이사들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연한 일치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겠다. KB금융 CIO가 직접 연관돼 있고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이 의결한 이 은행 주전산기 교체 결정이 국민은행장과 상근감사위원의 문제제기를 거칠게 뿌리쳤던 결과가 6월 말까지도 혼돈과 경영리스크 극대화 상태로 치달을 줄이야 몰랐을 것이다.

KB금융그룹 한 경쟁사가 펴내는 월간지 5월호는 벌써 19년 전 만들어졌던 미국 영화 ‘크림슨 타이드(Crimson Tied)’ 이야기로 시작하는 칼럼이 실렸다. 크림슨 타이드를 직역하면 진홍빛 바닷물을 뜻하고 보통 일촉즉발의 상황을 빗대어 쓴다고 한다. 기자 역시 흥미롭게 봤던 영화라 지적이 새롭다.

러시아에 내전이 발생하자 핵기지 선점을 겨냥한 미 국방부가 영화 주인공들이 승선해 있던 핵잠수함에 핵미사일 발사를 위한 명령을 단계에 따라 진행한다. 그런데 국방부와 잠수함간의 통신이 갑자기 두절되면서 영화는 극적 흥미를 일으키기 시작한다. 고지식한 램지 함장이 국방부 최종명령 없이 직권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려고 한 반면 헌터 부함장은 국무성-함장-부함장 셋 모두 동의해야 발사할 수 있다고 저지했고 삽시간에 함내 병력은 함장파와 부함장파로 갈려서 아군끼리 총구를 겨누는 상황까지 연출했다.

나중에야 통신이 복구되고 모두 다 함께 수장당하는 파국을 면할 수 있었는데 결국 법과 규정을 그리고 법규가 정한 절차를 중시하고 준수하려는 노력이 없었다면 파국은 불가피 했을 것이다.

○…2001년 통합 국민은행 출범 이후 최고경영자가 당국의 사퇴압박에 처한 일이 두 차례 있었다. 동기야 어찌 됐든 리더로서는 그 만큼 결정적 흠결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 상황에 이르기까지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은 제 역할을 했던가? 아니라는 평가가 금융계를 지배한다. 그럼 이번 사외이사들이 은행장과 극한의 대립전선을 치는 것은 무엇인가?

사외이사들이 뭉치면 이사회 의결로, 평시라면 행장을 보좌해야 할 행내 조직을 얼마든지 움직일 수 있는 중요한 리더그룹임을 몸으로 입증해 줬다.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게 사외이사들이라고.

결국 지배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국민은행 노조집행부의 외침이 정답이다. 금융위원회가 마련한 지배구조 개선안의 형식적 장치에 치중돼 있고 협소한 틀을 벗어나 최고경영자 낙하산 인사관행을 뿌리 뽑고 금융부문 경력과 식견이 입증된 사람을 이사회 멤버로 대거 발탁하며, 중층적으로 존재하는 이해관계자를 대변할 사외이사를 반드시 포함하는 것부터 착수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소비자 대표, 직원들이 추천한 인사가 포함되는 것은 필수다. 그저 경영, 경제 전공자라는 이유로 교수님이 오거나 거래관계가 있는 다른 기업 경영진이 와서는 안된다.

낙하산 CEO가 집행임원 또는 다수의 중책을 외부인물로 채우는 관행 또한 엄밀히 점검해야 할 일로 꼽을 수 있다. 국민은행에서 벌어진 일은 이 모든 내용이 집약돼 있는 생생한 케이스다. 불명예스럽다 생각 말고 지혜롭게 극복한 뒤엔 글로벌 유수 MBA에 필수 학습 케이스로 제공할 수 있다면 그 또한 나쁘지 않다고 본다. 어느 나라에서건 재발해선 안되니까.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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