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환율전쟁을 촉발시킬 방아쇠는 ECB의 추가양적완화에 대한 가능성이다. ECB가 지난해 11월에 이어 오는 6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추가양적완화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ECB의 통화정책의 목표는 디플레이션 탈피. 그 이면에는 유로화 강세를 제한하면서 유로존 수출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6월 통화정책에서 추가양적완화조치를 단행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유로화 약세움직임이 본격화될 경우 새로운 글로벌 환율전쟁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 일본,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은 유로화 약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그동안 경기부양을 위해 적극적인 엔화약세를 이끈 BOJ(일본 중앙은행)는 유럽환율정책을 비판하고 있으며, 미연준위도 기준금리 인상시기 지연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유로화약세에 따른 자국통화강세를 우려하고 있다.
신흥국도 마찬가지. 선진국 통화정책이 경쟁적으로 완화기조를 유지한다면, 그동안 물가안정과 자본유입을 위해 적극적인 금리인상정책을 펴오던 신흥국도 결국 금리동결이나 인하 등 속도조절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유럽금융시장에서는 이같은 우려가 반영되고 있다. 한때 1.40달러를 웃돈 유로/달러 환율은 최근에는 금리인하 등 양적완화가능성을 선반영하며 1.36달러 부근까지 약세폭이 확대됐다. 약 2년여 동안 랠리를 펼쳐온 남유럽 국채금리 하락세가 최근 조금씩 둔화되고 있으며 특히 이탈리아, 스페인 10년 국채금리는 3%대로 하회하며, 추가하락에 대한 부담이 큰 모습이다.
동부증권 박유나 연구원은 “ECB의 양적완화에 따른 유로화 절하는 유로존 수출비중이 높은 동유럽, 북유럽, 스위스 등 비유로권 유럽국가의 통화정책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라며 “그 중에서도 디플레이션 압력이 큰 국가가 선제적인 자국통화 절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또 “최근 유럽과의 교역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신흥국도 하반기 이후 자국수출산업과 경기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미국 연준위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부각될 경우, 미달러강세에 따른 신흥국 통화절하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라며 “하지만 ECB를 비롯한 선진국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유지가 지속될 경우에는 신흥국 쪽으로 자금유입이 지속되면서, 신흥국 통화가치가 상승하는 구도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