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를 비롯해 퀵서비스, 캐디, 학습지교사, 택배기사, 화물차기사 등 6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산재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산재보험법 개정안 통과여부가 논란의 골자다. 최근 전체 특고직 가운데 80% 가량을 차지하는 설계사 중 8만여명이 가입실익이 낮다며 반대서명에 나서면서 가입의무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정부와 첨예한 갈등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보험업계는 설계사들이 다른 특고직들과 달리 산재위험도가 낮고 업무시간이 유동적인 만큼 업무상 산재여부를 입증하기 어려워 실익이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는 이른바 특고직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의무화가 필요하며, 보험사가 설계사들의 가입을 가로막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세수확보를 하려는 정부와 설계사들의 근로자성 인정으로 노조개설 등의 후폭풍을 막으려는 보험업계 사이의 줄다리기라는 비판적인 시각도 거세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퀵서비스, 택배기사, 화물차기사, 캐디 등은 분명 산재위험이 높고 가입을 의무화해야하는 것이 맞다”며, “그러나 이들의 경우 산재위험이 높아 들어오는 보험료 이상으로 보험금이 나가 그만큼의 재원이 필요한데, 특고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설계사들은 산재에 있어 안전해 이들을 통해 기금을 확보하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43만8000명으로 추산되는 6개 특고직 가운데 보험설계사는 33만여명으로 전체의 7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산재보험은 근로시간에 사고를 당했을 경우에만 보상이 되며, 이를 본인이 입증해야하는데 설계사들의 경우 근무시간이나 장소가 유동적이기 때문에 업무관련성을 입증하기 어렵고 근무시간에 대한 정의도 불분명한 부분이 있다. 결국 산재보험에 가입해도 설계사들이 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 때문에 설계사가 회사에서 보험료를 부담해주는 단체보험 등과 산재보험을 비교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현행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보험업계의 입장이다.
반면 설계사들 중 일부는 산재보험 가입 의무화에 찬성하며, 회사가 산재보험의 선택적 가입의 선택권을 아예 주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는 산재보험 의무가입시 각종 비용 발생으로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대규모 실직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실상 산재보험에 대한 부담금이 월 1만원 미만으로 크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산재보험 가입을 통해 설계사들이 근로자성을 인정받을 경우 고용보험, 건강보험 등 여타 4대보험으로 적용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 결국 설계사들에게 최저임금 이상의 기본금 지급과 노조 결성 등 차후 업계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상황이 빈번해 질 수 있어 이를 원천 봉쇄하려는 움직임이라는 설명이다.
한 보험설계사는 “업계에서 산재보험과 관련한 서류를 제대로 보여주지도 않고 가입할 필요 없다는 식으로 서명을 강요하기도 했다며, 산재보험에 대한 내용도 제대로 모르고 가입의무화 반대에 서명한 설계사들도 있다”고 말했다.
특수고용직들을 위한다는 미명아래 정부와 보험업계가 각자의 논리로 팽팽히 맞서고 있지만 실상 특수고용직들의 목소리는 배재된 듯한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특고직 종사자의 산재보험을 의무화하는 산재보험법 개정안 통과 여부가 초읽기에 들어선 지금, 정부와 회사의 입장이 아니라 다시금 이들 종사자들의 입장에서 곰곰이 따져봐야 할 때다.
김미리내 기자 pannil@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