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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불통’에 재보험 평가제 ‘시한부’ 논란

김미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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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4-03-02 20:54 최종수정 : 2014-03-04 15:26

“논의 중인데 입법”…‘ERD<재보험위험전가평가>’ 성급한 도입에 후폭풍 거세
“IFRS 2단계 도입시 사용못해” 실적주의 제도도입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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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손해보험사의 재보험출재 적정성 평가를 위해 도입한 ERD모형이 ‘시한부제도’ 논란을 빚고 있다. 오는 2018년 시작될 예정인 IFRS(국제회계기준) 2단계에서 ERD모형을 보험계약분류 기준에서 배제했기 때문인데, 우리나라는 IFRS를 수정 없이 도입하는 전면채택 방식을 취하고 있어 ERD모형을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제도를 도입한지 1년여 만에 시한부 판정을 받은 셈인데, 감독당국은 아직까지 이러한 내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ERD모형을 도입하는데 있어서도 충분한 검토나 영향분석 없이 급하게 이뤄지면서 제도시행에 큰 혼란을 겪고 있어, 정권초 실적 올리기를 위한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란 비판이 일고 있다.

◇ 검토 없이 도입…파장 ‘일파만파’

ERD(Expected Reinsurance Deficit)는 재보험자의 기대손실을 통해 재보험의 보험위험전가를 평가하는 제도로 금감원은 2012년 9월 ‘재보험자 기대손실(ERD)≥1%’ 모형을 도입했다. 즉, 보험사와 재보험사 간 계약에서 발생하는 재보험자의 경제적 손실 기대치가 1% 이상이어야 재보험사에 위험이 전가된 것으로 보고, 1% 미만인 경우엔 보험위험 전가가 없는 재보험계약으로 판단한다는 것.

이는 일부 보험사가 실질적인 위험전가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재보험 회계처리를 통해 RBC요구자본을 낮추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재보험을 통한 위험전가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는지를 판단하기 위함이다.

금감원은 이 같은 제도도입을 위해 2012년 초 작업반을 구성토록 했으나, 해외사례 및 유형검증단계에서 갑작스레 ERD제도 도입에 대한 입법예고가 이루어졌다. 작업반을 구성한지 단 몇 개월만으로 국내 도입에 따른 영향분석도 되지 않은 상태였다. 9월 감독규정에 반영되기까지 실질적인 검토는 채 6개월도 하지 않은 셈이다. ERD는 범용적으로 사용하는 제도이긴 하지만 보통 투자정보 제공을 위한 일반회계처리에서 사용되는 것으로 이를 감독규정에 포함해 평가하는 곳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중국과 우리나라 단 두 곳 뿐이다.

이와 관련한 학계의 의견 역시 분분한데, 보험위험 전가는 회사마다 주관적 판단을 요하는 부분이 큰데다, ERD는 재보험 위험전가평가의 여러 방법론 중 하나로 일부 비례재보험의 경우 ERD로 평가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다.

특히 기존에 없던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면서 ERD 산식에 대한 설명이나 샘플제공도 없었던 터라 현업에서는 산출모형 개발과 평가에 아직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손보사에서 ERD평가를 하고 있는 실무부서에서 조차 ERD모형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되지 않은 상태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월 계약부터 ERD가 적용되면서 부랴부랴 산식을 만들고 협회차원에서 금감원에 모형검토를 요청했지만 아무런 피드백을 받지 못했다”며, “결국 산식의 적합성이 판단되지도 않은 채 적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제도를 시행한지 1년여가 지났지만 실무작업을 하고 있는데도 평가데이터 기준이 명확한 것인지 확신하기 어렵다”며,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업계-당국 간 ‘불통’문제 심각, 실적 올리기식 ‘전시행정’ 지적도

이런 상황에서 금감원이 지난해 말 손보사들의 재보험출재 적정성 검사를 진행함에 따라 파장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업계는 금감원에서 제시한 매뉴얼대로 산식을 만들었지만 금감원은 산출모형 산식이 잘못돼 오류를 불러왔다고 지적한 것인데, 금감원 내에서도 제도를 도입한 부서와 검사부서가 나눠져 있는데다, 부서간 소통이 안돼 실상 검사자의 해석에 따라 적정성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고 업계는 토로하고 있다.

결국 업계와 당국 간의 불통이 현재의 문제를 가져온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되는데, 감독당국 내에서의 소통문제도 불거진다. 제도를 도입한 감독국에서는 검사기준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며, 검사국 역시 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입장이다.

이에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하고 도입됐다 할지라도 제도 시행단계에서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졌다면 현재와 같은 문제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란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제도를 급히 도입한 것이 새정부 출범 전 실적을 올리기 위해 무리하게 추진한 것이라는 지적까지 일고 있다.

현재 금감원은 검사에 따른 손보사들의 제재결과를 논의 중에 있으며, 올해 재보험계약 갱신이 이미 이루어지고 있어 이를 감안해 제재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전문가는 “제도도입 과정에서 금감원 재보험팀이 사라지고 IAIS팀이 신설되면서 소통문제가 더욱 커졌을 것”이라며, “제도 도입에 있어 감독당국이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말하면서도 실상은 전혀 소통이 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국의 제도도입 취지는 공감하지만,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업계와 소통해 신중히 도입했다면 현재의 시한부 제도를 만드는 일도, 업계에 이 같은 혼란을 주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금감원 보험감독국 은호익 IAIS팀장은 “이전까지는 재보험의 위험전가를 평가하는 기준이 없었기 때문에 제도를 도입했고, 새로운 제도이기 때문에 정착하기 쉽지 않았던 것 같다”며, “IFRS의 경우 아직 초안이 발표된 것으로 확정안이 나오는 2018년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고, ERD가 제외된다면 그때 가서 검토해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IFRS는 재무목적을 위한 회계이고 ERD는 감독목적의 회계기준이기 때문에 IFRS를 전면으로 채택한다고 해도 감독상 필요하다고 하면 ERD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제도도입의 절차나 내용에는 문제가 없었으며, 검사결과가 발표된 후 제도상 문제가 있다면 수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재보험자 기대손실(ERD) = -E[min{(B-L-P)/B, 0}]

* B = 재보험료의 현재가치

* L = 재보험금의 현재가치

* P = 재보험수수료 및 기타비용의 현재가치



김미리내 기자 pann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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