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이후 금융기관이 대형화되면서 기업금융은 거래금융(Transaction Banking) 관점에서 비약적으로 성장했지만 중소기업을 둘러싼 금융환경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자본시장 등 기업금융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고 은행 여신에 대한 집중도가 과도하게 높아 경기변동리스크에 취약한 특성을 보인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지역 금융기관들이 지역 경제주체들과 장기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관계형 비즈니스 모델을 연구해야 한다”는 권고가 나왔다.
◇ 농협硏 “중소기업 자금 순환흐름 취약”
농협경제연구소 거시금융연구실 송두한 실장은 최근 내놓은 ‘중소기업 금융의 질적 성장을 위한 관계금융 패러다임 모색’ 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2000년 이후 중소기업의 경영환경이 은행 중심의 자금조달 구조, 낮은 기업금융 접근성 등으로 자금 순환흐름이 취약한 구조적 특성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대기업·중소기업간 자금조달 구조의 양극화가 진행되면서 중소기업은 은행여신에 대한 집중도가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도 들춰냈다. 실제 지난해 기준으로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행태를 살펴보면 은행 비중(95.8%)이 절대적으로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자본시장을 통한 직접조달은 4% 수준에 불과했다.
송두한 실장은 “중소기업이 직면한 리스크환경은 중소기업·금융기관이 상생할 수 있는 금융 기반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먼저 최근의 금융위기 이후 담보력과 신용력 중심의 대출관행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2012년 기준 평균 중기 담보대출비율은 55.9%로 2008년(50.0%), 2010년(52.7%) 등에 비해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또 경기주기에 따라 대출 흐름이 결정되는 경기순응적 행태로 중소기업은 대출쏠림이, 금융기관은 대출편중 리스크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살폈다.
◇거래금융 중심 자금거래 역량은 강화됐는데…
여기다 단기 위주의 대출 만기구조로 인해 중소기업이 유동성 리스크에 노출됐다는 점도 짚어냈다. 그러면서 송 실장은 “표준화된 심사 프로세스를 통해 시스템적으로 대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거래금융(Transaction Banking) 중심의 자금중개 역량은 크게 강화된 반면 관계금융(Relationship Banking) 기반은 상대적으로 위축됐다”고 결론 내렸다.
이어 “계량화된 재무제표뿐만 아니라 기업의 사업특성(신용, 사업성, 기술력) 등의 정보를 반영하는 기업과의 피드백구조를 통해 대출 의사 결정이 이루어지면서 지역 금융기관이 주거래은행의 역할을 담당하는 동시에 고객과 생애 주기형 거래 관계를 유지해 나가야 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상호금융 등 지역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관계금융 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지역 금융기관이 대형은행과 차별화된 관계금융 전문기관으로 성장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지역 경제주체들과 장기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관계형 비즈니스 모델을 연구해야 한다”고 그는 제안했다. 이어 “관계형 중소기업 금융이 활성화될 경우, 지역의 창업 및 혁신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담보 위주의 대출 관행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나영 기자 lny@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