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자산은 우리금융이 지난해 말 340조 8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하나금융이 294조 3000억원으로 드디어 291조 9000억원에 머무른 KB금융을 앞질렀다. 그런데 이들 300조원 안팎 대형 금융그룹들더러 보란 듯이 우량한 성적표를 적어 낸 곳은 자산 224조 1000억원으로 덩치 면에선 두어 수 아래인 기업은행이었다.
◇ 충당금적립전 이익 5조원 신화 뒤안길로 소멸?
대내외 경기 여건이 나빠진 반면 우량 알짜 고객을 둘러싼 영업 경쟁이 더욱 격화됐다면 실적지표 악화되는 폭이 적은 곳이 상대적 우량 금융사라 손꼽을 만하다. 저마다 궁극적 목표는 리딩 금융그룹으로 올라서는 것이겠지만 경영여건이 나빠졌을 때 선전을 거듭해 성장동력을 탄탄히 한 곳이 장기적으로 우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많지 않다.
하지만 금융시장 지배력이 더 강한 대형금융그룹들의 실적 악화가 더욱 두드러진 것이 2013년 지표다. KB금융지주는 이자이익 감소 폭이 가장 컸다. 한 해 사이 무려 1조 8532억원이나 된다. 이 바람에 2012년에도 4조원을 넘기며 굽힘 없이 빛을 발했던 충당금적립전이익(이하 충전이익)의 저력이 빛을 잃고 3조 5000억원 언저리로 주저 앉았다.
KB금융은 금융권 안에서도 유난히 고난의 시기를 보냈던 금융투자업계와 보험업계 관련 자회사 규모도 크지 않다. 결국 핵심 주력자회사인 국민은행 이익창출력의 구조적 손상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태다. KB금융이 옛 명성과 저력을 회복하려면 국민은행이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배타적 경쟁우위를 부활해 낼 것이냐 말 것이냐가 관건인 것으로 보인다.
◇ 부실 늪 더 깊이 잠기거나 이익창출력 지지부진 하거나
아직 기회가 남았다는 사실은 KB금융 위상을 심각하게 파탄 낼 경쟁 금융그룹은 없다는 역설적 안도감에서 찾을 수 있을 뿐 그리 오랫동안 확보된 여유는 없어 보인다. 우리금융지주는 충당금적립전이익 감소 폭 9920억원에 비해 이자이익 감소폭은 3290억원에 그쳤기 때문에 1회성 요인을 빼면 이익규모 자체가 크게 줄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고정 이하여신 즉 부실채권 규모가 무려 2조 2740억원 늘어나 버렸다. 하나금융지주는 충전이익 감소 폭이 1조 1498억원으로 가장 컸다. 실적 컨퍼런스 콜을 통해 밝혔듯 저원가 예금 확보에 주력하는 책략을 구사하는 등 개선 노력이 불을 뿜으면서 이자이익 감소 폭이 2552억원을 우리금융보다 적었던 강점은 유효해 보인다.
충전이익 감소 말고도 하나금융은 충당금적립률이 18.94%포인트 줄어든 것이 눈에 띈다. 부실채권비율이 초우량 등급에 이르기 때문에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부담이 적을 수 있지만 2012년 말 142.42%를 자랑하던 적립률이 123.48%로 떨어진 것은 생각할 여지를 만든 것으로 풀이된다. 만약 신흥국 위기로 수출마저 줄어 경제성장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한계기업들이 주저 앉는 등 건전성을 급격히 침하시키는 리스크가 닥쳤을 때 고정이하 여신보다 1.2배 많은 충당금으론 결코 안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이익 침하 미미한 편 & 건전성지표 부분 개선 기은의 괴력
반면에 기업은행의 행보는 달랐다. 이자이익이 2113억원 밖에 줄지 않았고 덕분에 충전이익 감소 폭은 4449억원으로 선방했다. 총여신을 활용해 충전이익을 얼마나 거두는지를 재어본 결과 기업은행은 2012년 1.87%에서 1.49%로 38bp줄었을 뿐이다.
KB금융이 2.02%에서 1.72%로 빛이 바랬고 우리금융은 2.05%에서 1.49%로 곤두박질 쳤으며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을 품은 상태에서도 1.68%에서 1.11%로 부진을 거듭했다. 기은은 또한 부실채권이 900억원 규모 밖에 늘어나지 않았고 충당금적립반액은 도리어 2050억원 늘려 내는 차별화된 행보를 펼쳤다.
부실채권 정리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듯 충당금적립률 또한 미미한 폭이지만 늘렸을 뿐 아니라 160% 적립률로 홀로 초우량 경지에 놓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정이하 여신을 몽땅 손실 처리하더라도 60% 정도 신규부실을 감당할 수 있는 손실흡수력은 은행권에서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 될 것이 확실시 된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