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감독당국이 보험사와 법인보험대리점(GA)에 대한 규제와 검사를 강화하고 있지만 추가적인 대책 없이 제재만 가하는 상황이라 불법적인 모집형태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머리만 바꿔 다른 곳으로 전이되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보험사들도 모집질서 문란행위를 막기 위한 자체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외부 영업조직 관리에 한계가 있는데다, 실적에 쫓겨 외려 불법적인 모집행위를 부추기는 등의 행위가 비일비재해 전반적인 체질개선 작업이 요구된다.
감독당국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관행처럼 만연해 있는 것을 파악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적발하거나 감독하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보험사를 비롯해 중소형 GA들까지 많은 영업조직을 모두 감독하기에는 인력과 시간적인 여력이 부족한데다 직접적인 검사를 나가지 않는 한 경유계약 등을 적발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은 대규모 설계사 이동으로 인한 모집질서 문란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 경유·승환계약 등 불법적인 모집행위의 모니터링과 검사를 강화한다는 경고성 공문을 각 보험사 및 대리점에 전달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처방안으로 각 보험사에 내부통제 강화와 위탁계약이 체결된 GA간에 건전한 모집질서 확립을 위해 힘쓰라는 지시만 담겨있어 말 그대로 경고성 의미 외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당국이 모니터링과 검사를 통해 모집질서 위반사실을 적발, 제재를 가한다고 해도 이러한 불법적인 관행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GA업계 한 관계자는 “설계사들의 대규모 이동이 요즘도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고아계약, 무등록 경유계약 등의 문제가 비일비재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며, “특히 소형 GA들의 경우에는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어 관행처럼 굳어져 있는데다 적발도 쉽지 않은데, 제재를 받아 영업정지가 된다고 해도 머리만 없앨 뿐 몸통은 그대로 다른 곳으로 옮겨가 다른 머리를 얹고 이전의 불법적인 모집행위들을 전파하고 있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이어 “최근 GA에 대한 감독당국의 검사가 많아지면서 영업정지 되는 소형 GA들이 많은데, 이러한 제재가 외려 대규모 설계사 이동에 불을 지피고 있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단순 제재만이 아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설계사 관리를 통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게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보험업계 내에서도 자체적으로 설계사 이력관리를 통해 철새설계사를 걸러내고 있지만 아직까지 미흡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설계사들의 동의를 얻어 정보를 협회 내에 집적하고 보험사들은 설계사 등록과정에서 이를 확인하는 구조인데, 확인할 수 있는 정보에 한계가 있어 100% 다 걸러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보험사는 설계사 등록과정에서 설계사에게 정보제공 동의를 받고 협회를 통해 기존에 등록했던 보험사나 GA, 상벌 내용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설계사의 동의를 통해 집적하는 정보인데다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정보를 수집하는데 한계가 있고, 오히려 이러한 내용들을 피해가며 불법적인 모집을 행하는 설계사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는 기본적으로 철새설계사를 걸러내는 것만이 가능하기 때문에 설계사들이 무등록 상태에서 경유계약 등의 불법적인 모집행위를 벌이는 것을 밝히거나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설계사 이력관리 시스템은 당초 먹튀설계사 문제가 대두되며 시작된 것으로 정보의 범위와 항목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100% 이력관리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등록, 해촉과 관련된 정보만 집적되기 때문에 설계사가 이동 후 영업을 할 수 있는 ‘코드’를 부여받기 전에 행하는 경유계약이나 아예 무등록 상태로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설계사들을 적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모든 설계사 정보를 집적하거나 이들을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그러나 단순히 제재만으로는 현재의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는 만큼 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설계사 관리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미리내 기자 pannil@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