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이어져온 저금리·저성장 여파로 인해 역마진과 RBC 등락으로 곤욕을 치렀으며, 회계연도 시작 전부터 보험민원 50% 감축이라는 과제로 골머리를 싸맸으나 민원건수는 쉽사리 줄지 않고 블랙컨슈머는 소비자보호의 새로운 장애물이 됐다. 한해 동안 두 보험사의 주인이 바뀌고 또다른 두 개의 보험사가 새로운 주인을 찾고 있어 시장재편이 예고되는데다, 자동차보험 손해율 급증으로 인한 차보험료 인상을 둘러싼 갈등양상도 반복되고 있다.
보험정보 일원화를 둘러싼 유관기관들 간의 갈등이 짙어지다 일원화는 다시금 흐지부지됐으며, 보험왕들의 리베이트 제공으로 인해 숨겨진 이면이 들춰져 소비자들에게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경기불황의 파고로 인해 구조조정을 통한 몸집줄이기에 나선 한편 수수료 체계를 손보려는 당국과 업계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새로운 활로 모색에 나서 국내 최초로 인터넷 생보사가 출범했으며, 그간 기피됐던 암보험이 다시 시장에 나와 활기를 불어넣기도 했다. 그야말로 파란많던 2013 보험업계를 뜨겁게 달군 이슈들을 한데 모아봤다. 〈편집자 주〉
1. 저금리·저성장 여파, RBC확충 부담에 ‘흔들’
보험업계에 있어 현재 가장 큰 위협은 바로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여파다. 과거 판매했던 높은 확정금리 상품들을 다수 보유한 회사들의 경우 이미 이차역마진이 현실화된데다 이를 메울수 있는 자산운용 수익마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면서 수익성 저하와 건전성 악화라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11년까지만 해도 5%대를 기록했던 운용자산이익률은 올해들어 생·손보사 모두 4%대로 낮아졌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보다 낮은 수치로 역마진 우려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수익률 제고를 위해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회사들의 경우 지급여력비율인 RBC가 떨어져 다시금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가뜩이나 강화되는 RBC기준에 맞추기 위해 이미 증자와 후순위채 발행 등으로 자본여력을 소진한 중소형사들의 경우 더이상 RBC 확충 여력이 없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내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출구전략 단행으로 금리상승에 따른 자산운용 수익률 개선이 기대되고 있지만 시장금리 상승은 단기적으로 채권가격 하락에 따른 RBC 감소를 가져오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RBC 확충을 위한 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때문에 저금리, 저성장, RBC 등을 둘러싼 보험업계의 우려는 쉬이 걷힐 것 같지 않다.
2. 車보험 손해율, 보험료 인상 놓고 ‘줄다리기’
올해 역시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로 보험료 인상을 둘러싼 갈등양상이 반복됐다. 손해율 상승은 지난해 전반적인 보험료 인하와 함께 다이렉트 채널 가입의 증가, 마일리지·블랙박스 할인 등에 따른 대당 보험료 감소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혔다.
또한 보험사기 증가, 의료·정비수가 등의 상승 등도 손해율 상승에 일조했다. 손보협회에 따르면 올해 10월(누계)까지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6.3%에 달하며, 영업적자는 5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추세면 내년 적자규모가 1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이는 이미 예견된 결과라는 지적도 이어진다. 지난해 평균 보험료 인하와 더불어 각종 할인에 따른 과열경쟁으로 수익성 악화가 이미 예견됐었기 때문이다. 손해율 급등으로 손보업계는 보험료 인상을 기대하고 있지만 할인경쟁 과열양상이 지속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금융당국은 업계의 자구노력으로 손해율 개선이 가능할 것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업계와 당국이 여전히 팽팽한 줄다리기를 진행 중이다.
당국은 현재 손해율을 증가시키는 개별 원인들을 해소시키기 위해 자차보험료의 차량모델등급제도를 개선해 외산차 수리비 증가에 따른 손해율 악화를 개선할 방침이며, 점수제로 구성된 할인·할증제도를 건수제로 변경하는 방안이 올해 논의되면서 내년 중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3. 보험정보 일원화…또다시 ‘무산’
오랜 기간 논란을 빚어왔던 ‘보험정보 일원화’가 올해 아무런 답을 내지 못한채 무산됐다. 보험정보 일원화는 보험정보의 효율성과 보호를 목적으로 생·손보협회와 보험개발원에 분산돼 있는 보험정보를 한곳으로 통합하자는 것이다.
올해 초만해도 금융당국은 생·손보협회가 관리하던 보험정보를 개발원으로 통합하고 개발원 명칭을 ‘보험정보원(가칭)’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었으나 생·손보협회의 반발이 거센데다 일부 정치권에서 정보일원화를 의료민영화와 연결지으며 금융위를 질타하고 나서자, 새롭게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보험정보 집적 일원화와 관련된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보험정보 관리체계 개선T/F’를 구성해 9개월간의 논의를 거쳤으나 당초 취지였던 보험정보의 효율성 향상과 보험사기 방지, 법률리스크 해소에 대한 어떠한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한 채 단순히 ‘현상유지’에 그친 방안을 내놔 빈축을 샀다. 금융당국은 보험업계 및 시민단체, 정치권 등 이해관계자들의 주장과 시각이 서로 달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일원화’가 무산된 것으로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양 협회는 금융당국이 승인한 정보보다 많은 양의 정보를 집적, 보험사에 활용토록 해 징계처분이 내려졌다. 기존에 불법집적한 정보들의 경우 폐기하고 향후 허용범위 내에서만 집적할 방침이지만, 개인정보 보호 강화와 달리 유출사고가 계속되고 있어 보험정보 일원화를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4. ‘인터넷생보사’ 출범…새로운 활로 될까
지난 12월 2일 국내 첫 인터넷 생명보험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이 영업을 개시하면서 생보시장에 새로운 활로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라이프플래닛은 교보생명과 일본 인터넷 생보사인 라이프넷이 각각 74.5%와 25.5%씩 출자(자본금 320억원)해 설립했으며, 오는 2016년 보유고객 10만명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일찍이 생보업계 최초로 인터넷 전용상품을 내놓은 KDB생명을 비롯해 현대라이프, 신한생명, 미래에셋생명, 한화생명 등이 잇따라 인터넷 전용상품들을 판매하고 있지만, 보험가입부터 유지, 지급까지의 모든 절차를 인터넷을 통해 처리하는 것은 라이프플래닛이 생보사로서는 유일하다.
라이프플래닛 측은 보험가입만 가능했던 기존의 인터넷 생보상품과 달리 사업비 구조와 가격, 프로세스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더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여타 생보사들의 경우 이러한 라이프플래닛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현재 사업부 형태로 온라인 시장에 뛰어든 한화생명의 경우 아직까지 자회사 설립의지를 버린 것은 아니며, 교보생명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아직까지 인터넷 생보사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평가도 있지만 기존 채널에 비해 시장확대 측면에서 훨씬 유리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불완전판매 요소 등의 위험성을 줄이고 시장을 얼마나 확대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으로 지목되고 있다.
5, ‘보험왕’ 그 타이틀에 가려진 이면
최근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의 보험왕 출신 설계사들이 리베이트를 제공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보험업계에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소비자보호를 기치로 내세우며 끌어올렸던 소비자 신뢰도는 한순간에 땅에 떨어졌다. 문제는 이런 ‘보험왕’의 어두운 모습이 비단 지금만의 그리고 보험왕의 문제만은 아니라는데 있다.
보험왕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수준 이상의 실적이 필요하기 때문에 보험료 대납, 상품권 전달 등의 리베이트는 이미 관행처럼 벌어지고 있다. 보험왕 뿐 아니라 보험에 가입하면 으레 무언가를 요구하는 소비자들로 인해 첫회의 보험료를 대납해주는 설계사들도 부지기수다. 금융당국은 이번 문제가 불거지며 해당 회사는 물론 보험사들의 내부통제를 보다 면밀히 들여다본다는 입장이지만 내부통제 강화만으로는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리베이트의 경우 개인적으로 금전거래가 이루어지는 만큼 사전에 적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험업계와 당국 모두 문제를 인식하면서도 별다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선 알면서도 방관하고, 당국에선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손 놓고 있는 사이 보험왕의 타이틀에 가려진 그림자는 더 짙어지고 있다. 단순히 업계의 자정노력만으로는 해결되지 못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들의 노력과 함께 리베이트를 당연스레 받아들이는 보험소비자들의 사회적 인식변화 역시 촉구되고 있다.
김미리내 기자 pannil@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