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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복잡해진 셈법’…롯데지주의 고민 [자사주 리포트]

박슬기 기자

seulgi@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3-13 14:13 최종수정 : 2026-03-14 02:16

자사주 소각 의무화…일본 롯데 지배구조 '숙제'
한국 롯데 경영 독립성 강화에 호텔롯데 상장 必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제공=롯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제공=롯데

[한국금융신문 박슬기 기자] 최근 상법 개정으로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되면서 기업들의 대응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롯데지주도 마찬가지다. 최근 보유 자사주 5%를 소각하겠다고 밝히며 관련 흐름에 동참했다.

다만 롯데지주의 자사주 소각은 주주환원 의미만 국한하기엔 생각해볼 거리를 남긴다. 일본 롯데와 얽힌 지배구조 및 경영권 방어 전략 등 여러 변수와 맞물릴 경우 롯데지주의 셈법은 달라질 수 있다.

13일 롯데지주에 따르면 회사는 분할합병 과정에서 취득한 보통주 자기주식 27.5% 가운데 5%에 해당하는 524만5461주를 소각키로 했다. 소각 예정 금액은 지난 6일 종가 기준 약 1663억 원이며, 소각 예정일은 이달 31일이다.

이번 소각이 완료되면 롯데지주의 자사주 비중은 27.5%에서 22.5%로 낮아지게 된다. 앞서 롯데지주는 지난해 재무구조 개선과 신규사업 투자 등을 위해 5% 규모의 자사주를 롯데물산에 매각한 바 있다.

자사주 소각 따른 지분가치 상승…일본 롯데 영향은

일본 롯데와 얽힌 지분구조를 보자. 현재 롯데의 지배구조는 일본 광윤사-일본 롯데홀딩스-호텔롯데-롯데지주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롯데지주는 그동안 다소 불안정한 지배구조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경영권 방어 장치로 활용돼 온 자사주를 소각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룹의 고민이 깊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자사주 소각이 곧바로 신동빈닫기신동빈기사 모아보기 회장의 지배력 약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강화된다. 자사주를 소각해 발행주식 총수가 줄어들면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이 비례적으로 상승하기 때문이다. 현재 신동빈 회장은 롯데지주 보통주 기준 13.0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자사주(보통주) 2885만8376주(27.51%)를 전량 소각할 경우 신 회장의 지분율은 17.99%로 늘어난다.

물론 호텔롯데의 지분율 역시 동시에 상승한다. 호텔롯데는 현재 롯데지주 지분 11.10%를 보유하고 있으며 자사주가 전량 소각될 경우 그 지분율은 15.31%로 높아지게 된다.

호텔롯데는 일본 측 지분이 총 99.28%에 달한다. 최대주주인 일본 롯데홀딩스가 지분 19.07%를 지니고 있으며, 일본 L투자회사들이 72.65%, 광윤사가 5.45%, 일본 패미리가 2.11%를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일본 롯데홀딩스와 일본의 L제2투자회사, L제12투자회사도 각각 롯데지주 지분을 갖고 있다. 자사주가 소각될 경우 이들의 지분율 역시 함께 늘어난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기존 2.5%에서 3.4%로, L제2투자회사는 1.5%에서 2%로, L제12투자회사는 0.8%에서 1.1%로 높아지게 된다.

지분율 자체는 높지 않지만 자사주 소각으로 일본 롯데 측의 직·간접적인 지분이 전반적으로 확대되는 흐름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의) 지배력이 공고한 상황”이라며 “자사주 소각과 관련해 일본 롯데로 인한 우려는 전혀 없다”고 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지분 매입과 호텔롯데 상장 이슈도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광윤사의 최대주주가 신동주 전 부회장(지분 50.28%)이라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매년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진입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8월 롯데지주 주식 1만5000주를 매입했다.

다만, 신동주 전 부회장의 행보가 달리 위협이 되진 않을 전망이다. 현재 신동빈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 대다수의 지지를 바탕으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의 롯데홀딩스 지분은 약 2.7% 수준이다.

아울러 한국 롯데 측면에서도 자사주 소각에 따른 지분가치 상승은 신동빈 회장의 롯데지주 지배력을 한층 강화시킨다. 그만큼 신동주 전 부회장의 영향력은 희석되는 구조다.

한편에선 한국 롯데의 경영 독립성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 호텔롯데의 상장이 꼭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상장 시 신주 발행으로 한국 측 주주를 늘리고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비중을 낮출 수 있어서다. 자연스레 일본 롯데 측의 지배력은 약화된다.

다만 호텔롯데 상장은 현재로선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호텔롯데는 2016년 상장을 추진했지만 국정농단 사태와 이른바 ‘형제의 난’ 등 경영권 분쟁으로 계획이 중단된 바 있다. 이후 롯데면세점 실적이 개선되고는 있지만 코로나19 이후 면세 업황이 완전히 회복되지 못하면서 상장 여건도 녹록지 않다는 평가다.

높은 자사주 비중 배경엔 ‘지주사 전환’

롯데지주의 높은 자사주 비중은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비롯됐다. 롯데는 지주사 전환을 추진한 2017년 당시 75만 개에 달하는 순환출자로 복잡하고 불투명한 지배구조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롯데는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기 위해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롯데제과 등 4개 계열사를 각각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한 뒤 투자 부문을 합병하는 방식으로 지주사를 출범시켰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들이 보유하던 자기 지분이 롯데지주로 넘어오며 대규모 자사주가 형성됐다. 시장에서 자사주를 사들인 것이 아니라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생긴 물량이라는 의미다.

롯데지주는 지주사 출범 이후 자사주를 줄이는 작업을 계속해왔다. 2018년 12월에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보통주 1165만7000주를, 2021년 12월에는 우선주 1049만1000주를 각각 소각했다. 이어 2022년 4월 우선주 18만2020주를 추가 소각했고, 같은 해 6월에는 우선주 3700주를 매각했다.

롯데지주는 지난해 공시한 2024년 사업보고서에서 향후 15% 내외의 자기주식 매각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후 지난해 6월 롯데물산에 자사주 5%를 넘김으로써 자사주 비중을 27.5%로 낮췄고, 약 9개월 만에 추가로 5% 소각 계획을 내놨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추가적인 자사주 소각 계획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진 않았지만 정해진 기한 내에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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