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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모집인제도 도입 1년…“기대 못 미쳐”

김미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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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3-12-26 00:09

중소기업 대상 퇴직연금시장 형성 미흡…의무가입 요구 커
“수수료 적어 판매유인 낮다” vs 영세기업 수수료 부담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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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모집인제도 도입 1년…“기대 못 미쳐”
퇴직연금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말 도입된 ‘퇴직연금 모집인제도’가 1년이 지났지만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도입돼 지난 11월까지 13회차 시험을 거쳐 배출된 퇴직연금 모집인은 총 1만7000명이다. 이는 도입 당시 예상치의 절반 수준에도 못미치는 수치다.

◇ 퇴직연금 모집인…예상보다 부진한 흥행

퇴직연금 모집인은 퇴직연금사업자로부터 퇴직연금 가입자 모집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자로, 본래 퇴직연금사업자 소속 직원들만 판매할 수 있었으나 지난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으로 작년 말부터 보험업계 주력채널인 설계사들이 자격을 취득해 모집업무를 위탁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은행에 밀리고 있던 보험업계로서는 시장을 재탈환 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겨 사내에 퇴직연금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조직을 만들어 별도의 교육을 진행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보냈다. 고용노동부 역시 모집인제도를 통해 중소기업 등 규모가 작은 사업장들의 퇴직연금 가입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며, 제도시행 전인 지난해 5월 보험사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올해 3~4만명, 내년 7~8만명 정도의 모집인 위탁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보험설계사 규모가 40만명 정도인 점에 비춰보면 전체 설계사의 20% 정도를 퇴직연금 모집인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었던 것.

실제 퇴직연금 모집인제도가 막 시작된 지난해 12월만 해도 한번에 7000명 이상의 인원이 응시해 6000명 가량의 합격자를 배출했으나 이후 점차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다 지난 4월부터는 1000명 이하로 응시자가 줄었다. 11월 말까지 총 1만7000명의 합격자가 배출되면서 예상치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 것.

삼성생명의 경우 현재 3만7000명의 설계사 중 5000명(13.5%)의 퇴직연금 모집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한화생명은 2400명(10%, 총 2만4000명), 교보생명의 경우 전체 설계사(총 2만명)의 14%에 해당하는 2800명의 퇴직연금 모집인을 보유하고 있다.

퇴직연금 시장은 지난 9월말 기준으로 적립금 규모 72조원을 넘어서며 꾸준히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들 퇴직연금 모집인을 통해 가입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됐던 3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퇴직연금 가입률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10인 미만의 퇴직연금 가입 사업장은 올 1월에 비해 1만6800여개가 늘었지만 전체 사업장수가 8만개 이상 늘은 점을 감안하면 도입비율은 9.7%에서 10.4%로 0.7%p, 채 1%p도 증가하지 못했다. 10~3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에도 1월 이후 8500여개의 사업장이 가입했지만 도입비율은 30.4%에서 33.9%로 올라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특히 30인 미만 사업장들의 경우 전체 사업장수는 많지만 인원이 적기 때문에 그만큼 시장확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도 이어진다.

◇ “노력은 많이 들고 수익창출은 안돼”

퇴직연금 모집인의 부진한 흥행은 설계사들이 느끼는 퇴직연금의 판매 메리트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자격을 취득한 한 대형보험사 설계사는 “퇴직연금 자체가 매우 어려운데다 자격을 취득한다고 해도 기업을 상대로 보험을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이 하기에 어려운 점이 많다”며, “고객 중 사업주가 있거나 한 업체를 대상으로 보험컨설팅을 할 경우 본사 퇴직연금 전담부서와 연결을 해주는 역할을 하는 정도로 수수료도 일반 개인연금이나 보장성보험에 비해 낮아 노력대비 수익창출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설계사들이 소규모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해 퇴직연금 보험이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일반 개인보험과 차이가 나는 퇴직연금의 경우 내용이 어렵고 수수료가 노력대비 낮기 때문에 퇴직연금 영업을 실상 포기하게 된다는 것이 설계사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명함에 한줄 더 들어가는 일종의 스펙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말도 나돈다.

◇ 보험업계 “설계사 영업 유인책 마련 요구”

당초 예상과 달리 실질적인 수익이 나는 선순환 구조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보험업계에서도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의무가입이 아니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의 경우 퇴직연금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며, “대기업들은 이미 가입이 된 상태에서 모집인들이 공략할 곳은 작은 사업장들인데 실질적으로 퇴직연금에 가입하려는 수요층이 적다보니 영업이 힘든데다, 수수료가 낮아 영업조직에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것이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퇴직연금 시장이 ‘승자독식’으로 은행, 대형보험사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어 몇몇사들이 퇴직연금사업을 중단하는 것도 한 이유”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올해 초만해도 보험업계 및 설계사들의 관심이 매우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설계사들이 받는 수수료 등이 다른 상품에 비해 낮아 실질적인 유치를 통한 소득발생 등의 선순환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수수료 확대를 통한 유인책을 제공하거나 가입 의무화 등의 제도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 “아직 웜업단계, 기다려봐야”

일각에서는 퇴직연금 시장이 아직까지 웜업(warm up)단계로 장기적인 관점으로 내다봐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모집인제도 도입은 1년이 지났지만 이제 막 자격을 딴 설계사들에게 퇴직연금을 바로 맡길 사업장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설계사들의 경우 직접적으로 계약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적인 대면접촉을 통해 은행이나 증권 등 여타 다른 업권과의 차별점 등을 지속적으로 알리고 퇴직연금에 대한 궁금한 사항 등 정보를 꾸준히 제공하면서 이후 갱신 시점에 있어 새로운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기적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장기적으로 봐야하며, 아직까지는 수수료 등 설계사들의 유인책이 적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들을 보완하고 향후 회사에서도 지속적으로 관심과 유도를 통해 가입하지 않은 소규모 사업장들의 가입을 확대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교육과 자격요건을 갖추고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하는 등 노력이 많이 들지만 개인이 아닌 단체보험의 형태이다 보니 일반개인보험에 비해 수수료가 낮다”며, “그러다보니 예상만큼 시장이 늘지 않고 시장확대 속도가 줄고 있어 당장 수익이 나지는 않지만 사업을 영위하는 한 버릴 수 없는 시장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육성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고, 중장기적인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형태”라고 말했다.

◇ 고용부 “중소기업 수수료 부담 높아, 균형 갖춰야”

고용노동부 근로복지과 곽희경 서기관은 “퇴직연금 모집인 제도의 경우 도입된 지 1년으로 단기적으로 성과를 평가하기에는 이른감이 있다”며, “당초 중소기업들의 퇴직연금제도 활성화를 위해 도입했으며, 모집인제도를 통해 퇴직연금 시장 활성화에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업계의 수수료체계 개선요구와 관련해서는 “보험업계에서는 수수료를 높여 설계사의 판매유인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퇴직연금에 가입하는 영세사업장들의 경우 퇴직연금 수수료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고 토로하고 있다”며, “양쪽의 균형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수수료 관련해서는 금융당국과 지속적으로 적정성 여부를 들여다 보고 있으며, 퇴직연금제도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 중으로 지속적으로 제도를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리내 기자 pann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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