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회계연도 변경해 앞당겨진 ‘배당시즌’
내년부터 보험업계 회계연도가 FY(3월말 결산)에서 CY(12월말 결산)로 변경됨에 따라 매년 6월경 불거지던 보험사의 고배당 문제가 3월로 앞당겨질 전망이다. 올해 12월 결산이 끝나고 나면 당장 내년 1월부터 배당금 규모와 배당성향 등에 대한 이야기가 불거질 판이다. 어려워지는 금융업황 속에서 보험업계 역시 내년에 고전할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고 있지만 매년 고배당 논란이 일고 있는 만큼 당국은 벌써부터 예의주시 하고 있다.
◇ “고배당 자제해라”…되풀이되는 권고
당국이 이처럼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고배당 자제를 재차 주문했음에도 불구하고 보험업계가 지속적으로 고배당을 실현해 왔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의 경우 FY2011(2011년4월~2012년3월) 전년대비 당기순익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3940억원의 현금배당을 결정, 배당성향이 40%를 넘어섰다. FY2012에는 그나마 배당성향이 29.57%(총 배당금 2911억원)로 줄었으나 여전히 30%에 육박하는 수치를 보였다. 배당성향은 배당금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배당성향이 높을수록 수익에 비해 배당금이 많다는 뜻이다.
한화생명 역시 FY2011 1937억원의 배당을 실현, 37.15%의 배당성향을 보였으며, FY2012에는 1263억원을 배당해 27.05%의 배당성향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주식회사인 이상 주주의 이익실현이 회사의 목표기 때문에 감독당국이 권고했다고 무조건 배당을 줄일 수는 없다”며, “그러나 당국의 강력한 고배당 자제 촉구로 어쩔 수 없이 배당성향을 줄이는 감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의 경우 배당성향이 더욱 높은데, 최근 300억원(13.05%)의 중간배당을 실현한 푸르덴셜생명의 경우 지난해 1100억원을 배당해 47.84%의 배당성향을 보였다. 알리안츠생명은 지난 FY2009 90%가 넘는 배당성향을 보인 바 있으며, FY2011에도 300억원을 배당해 67.29%의 배당성향을 보였다. 라이나생명도 FY2011 600억원(56.3%), FY2012 300억원(25.1%)을 배당했다.
대형사 한 관계자는 “올해는 회계연도가 1분기 줄어들면서 전체 당기순익이 줄어 배당금액은 줄겠지만 배당성향은 비슷할 것”이라며, “감독원 눈치를 보느라 배당성향이 매년 줄고는 있지만 주식회사의 특성상 이익이 날 경우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배당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 ‘고배당 자제’ 규정화 조짐
이처럼 당국의 권고에도 좀처럼 보험사들의 고배당이 줄지 않자 금감원이 고배당 자제를 규정화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국감에서 금감원 허창언 부원장보는 “RBC(지급여력)비율을 일정 수준 맞춰야 배당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감독원이 권고 이외에 배당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배당을 규제하기 위해서는 규정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금감원은 은행권의 바젤Ⅲ 도입에 따른 배당규제를 보험업권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의 경우 바젤Ⅲ 도입에 따라 ‘최소보통주자본’ 4.0%에 더해서 2016년부터 ‘자본보전완충자본’을 단계적으로 확보해 2019년엔 최소 2.5% 비율을 추가로 충족해야 한다. 만약 도달하지 못하면 이익 배당, 자사주 매입 등 이익의 사외유출이 단계적으로 제한받게 된다.
◇ “내년 배당 전 규정화 어려워”
그러나 이처럼 규정화를 위해서는 기준 등에 대한 논의와 규정화를 위한 시간이 필요한데, 아직까지 감독원에서도 구체적으로 논의된바가 없어 규정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건전경영팀 관계자는 “아직 배당자제 규제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검토된 부분이 없다”며, “전체적인 방향성이나 구체적 안이 나와야 하는데, 회계연도가 당겨지기 때문에 그 전까지 규정화를 이루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1월이면 배당금액이 어느 정도 정해질 테지만 아직 배당자제에 대한 권고도 내려진 바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종합적으로 판단해 배당이 과할 경우 지금까지처럼 구두나 면담을 통해 배당자제 권고를 내릴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 중에 RBC제도 등 종합적인 재무건전성 감독제도에 대한 로드맵을 수립할 계획이며 배당규제 방안도 그 안에 포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같은 당국의 움직임에 대해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다 최근 업계에서 당국의 규제완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고배당 논란이 수그러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미리내 기자 pannil@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