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보험사가 손해사정(약칭 ‘손사’)업무를 자회사에 몰아주던 관행 등을 개선하는 내용을 담은 ‘손해사정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보험사와 생·손보협회, 한국손해사정사회에 이에 따른 세부 이행계획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 일감몰아주기 금지…‘손해사정 위탁 종합계획’ 수립
‘손해사정 제도개선 방안’에 따르면, 우선 각 보험사들은 올해 하반기 중으로 자회사에 손사업무를 전적으로 위탁하는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손해사정 위탁 종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종합계획은 손해사정사의 구분에 따라 수행하는 업무의 종류를 감안, 다수의 손사업자와 위탁계약을 체결하는 방안과 위탁건의 합리적 배분방안을 포함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야한다. 구체적으로는 △향후 예상되는 손해사정건수 △적합한 손사업자 발굴 △위탁계약을 체결할 새로운 손사업자가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소요되는 시간 등 제반여건을 감안한 단계별 세부계획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공정위의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회사의 거래상대방 선정에 관한 모범기준’과 보험업계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하고 있는 ‘대주주 등과의 거래 관련 자율규제 기준’과도 상통하는 것으로 그동안 문제로 지적되어 왔던 보험업계의 ‘일감몰아주기’ 관행을 뿌리 뽑고자 하는 감독당국의 복안이 담겨있다. 또 이를 위해 위탁현황을 알 수 있도록 보험사의 직접 손해사정과 위탁계약을 체결한 손사업자별 위탁건수 및 위탁수수료 등을 포함한 손사업무 처리현황을 매 반기별로 생·손보협회에 제출, 이를 공시토록 했다.
◇ 손해사정업자 경영공시 체계 구축
또한 이러한 손사제도의 합리적인 정착과 평가, 기준정립을 위한 경영공시체계도 구축된다. 손해사정사회와 생·손보협회는 협의를 통해 손사업자의 규모 등 제반여건을 감안해 공시대상, 공시항목, 공시주기 등 공시규정을 올해 안에 마련하고, 2014년 상반기 중으로 손사업자에 대한 전자공시시스템을 개발, 반기 단위로 공시토록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손해사정업자의 경영정보 공시체계 구축으로 보험사 및 소비자에 대한 정보제공을 활성화하고, 보험업법상 등록 관리의 효율성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수수료 ‘단일보수기준’ 마련
이와 함께 보험사와 위탁 손사업자 간의 불공정한 갑을관계로 인해,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해 객관적인 손해사정을 하지 못하는 등 손사제도의 정착을 가로막는 고질적 문제 해결을 위한 개선방안도 추진된다. 실제 대다수 보험사들이 고액 보험사고는 거의 자회사에 위탁하고 있으며, 독립손사법인에 위탁한다고 해도 보수기준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어 보험사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자회사와 손사법인간 수수료를 차별 적용하는 불공정사례가 있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자회사와 비(非)자회사간 손해사정 수수료차별 관행을 없애고 수수료지연 지급을 최소화해 손사서비스의 품질을 제고하기 위한 손해사정 수수료 단일보수 기준이 마련된다. 금감원은 각 회사별로 손해사정 수수료 단가와 부대비용 등의 지급근거로써 단일보수기준을 오는 9월까지 마련하고 이를 적용토록 했다. 보수기준은 △손해사정 수수료와 부대경비를 구분해 지급근거를 명확히 해야하며 △부대경비의 지급범위(교통비, 서류발급비용 등)를 명시 △위탁하는 업무범위를 구분 △손해사정외의 서비스계약을 체결할 경우 그 비용을 손해사정 수수료와 구분 △손해사정 난이도에 따라 수수료를 차별하는 것 이외의 비합리적 차별행위 금지 △손해사정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위탁하는 건의 재위탁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손사위탁계약서 상에 수수료 지급기한을 명시하고 있는지, 계약서대로 지급하고 있는지 등을 분기별로 점검해 감독원에 보고해야 한다.
또 보험사 손사업무 담당임원과 위탁계약을 체결한 손사업자 대표 등이 참여하는 ‘손해사정품질개선협의회’를 각 보험사 내에 설립해 계약방법, 수수료, 품질제고방안 등을 협의토록 했으며, 1년간의 개최현황 및 결과를 매년 12월말 금감원에 보고토록 했다.
◇ 평가인증제 마련… 객관성·경쟁력 강화 기대
손사업자에 대한 교육 및 평가체계 마련, 평가인증을 받은 손사업자를 선정하는 등 손사서비스 품질을 제고하고, 손사업자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들도 추진된다. 각 보험사는 손사법인 및 손사업자의 재무상황, 인프라(손해사정 인수, 전산망), 고객만족도 등을 고려해 평가지표를 만들고 이를 위탁계약 체결의 근거로 활용할 방침이다. 또 손해사정사회와 보험협회, 소비자단체 등이 공동으로 손사업자에 대한 평가인증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고, 내년 상반기 중에 평가인증 손사업자를 선정, 공시토록 했다.
손사업무의 표준화도 추진된다. 금감원은 손사업무 표준화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손해사정업무 매뉴얼 개발 T/F’를 구성하고 각 종별·담보별 표준 매뉴얼을 내년 3월까지 개발토록 했다. 손사업자의 등록시 등록교육에 대한 세부기준도 강화된다. 금감원은 손해사정사 등록시 요구되는 등록교육의 세부기준을 마련해 시행토록하고, 손해사정 보조인의 보수교육도 보험모집종사자 수준으로 실시되도록 세부기준을 수립, 보조인 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토록 했다. 이는 윤리의식과 전문성이 결여된 손해사정사들로 인해 자칫 사업비 증가, 보험금 지급기간 연장 등 또 다른 부작용 발생을 막기 위함이다.
손해사정제도가 보험금 지급과 관련된 만큼 보험업계의 가장 큰 화두인 ‘민원감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보험산업의 신뢰회복 방안으로 작용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손해사정사회 김명규 사무총장은 “경영공시제도 구축을 통해 손사업자들의 경영내용이 투명화 됨에 따라 향후 합리적이고 공정한 평가 등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그러나 보수와 관련된 기준마련이 보험사 위주로 되어 있어 여전히 불공정거래의 위험이 있으며, 소비자의 손해사정사 우선 선임 권리 등도 향후 추진되어야 할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 손해사정 제도개선 방안 세부 추진 과제 〉
김미리내 기자 pannil@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