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지난 4월부터 금융당국에서 논의된 정책금융체계 개편 결과가 최근 알려지면서 VC업계가 반대하고 있다. 정책금융개편 T/F는 지난 4일 정책금융공사를 산업은행과 통합하는 방안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려진 내용의 주요 요지는 정책금융공사와 산업은행의 통합이다. 지난 2009년 산업은행 민영화 추진과정에서 두 기관이 분리됐지만, 4년만에 다시 합쳐지게 된 것. 현재 VC업계는 그간 VC투자의 대부분을 책임졌던 정책금융체계 개편이 벤처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아직 VC투자는 정책금융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 상반기 VC투자 실적 전년동기比 증가…정책자금 비중 여전히 높아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현재 VC투자 잔액은 4조639억원이다. 전년동기(3조7516억원) 대비 3123억원 늘어난 수치다. 투자업체 또한 전년동기(2341개) 보다 311개 증가한 2652개다. 신규 투자액도 늘어났다. 올해 상반기 VC신규 투자액은 6183억원으로 전년동기(5386억원) 대비 14.80%(797억원) 증가했다. 신규투자사 역시 전년동기의 340개에서 76개 늘어난 416개다.
신규 투자액 및 투자 잔액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초기기업 신규 투자 비중은 더 낮아졌다. 1년 이상 3년 이하 업력을 가진 기업 VC 신규투자액은 1663억원으로 전년동기(1489억원) 보다 174억원 늘어났다.
그러나 투자 비중은 26.90%에 불과, 전년동기(27.65%) 대비 0.75%p 줄었다. 반대로 5년 이상 기업 VC신규 투자 비중은 73.10%로 전년동기(72.35%) 보다 소폭 늘었다. 현재 정부가 초기기업 육성을 위해 적극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과 다르게 관련 업계에서는 초기기업 투자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간 지적됐던 정책자금 중심의 투자경향도 이어지고 있다. 작년 정책금융공사, 국민연금, 모태펀드 등 정책자금의 VC 투자 비중은 38.4%를 기록했다. 정책자금의 VC투자는 2003년 32.6%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20%를 기록하다가 2009년 32.3%로 30%를 재돌파했다. 민간 VC사들의 벤처투자는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 가운데 정책자금이 VC투자 확대를 이끌고 있는 상태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측은 “정책금융공사는 출범 이후 2010년부터 지속적인 출자 확대를 통해 창업초기기업 등 시장 실패 분야에 대한 보완을 수행하고 있다”며 “모태펀드와 더불어 업계의 키플레이어 역할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청년창업·해외진출·일자리창출·세컨더리 펀드 등 분야별로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출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벤처생태계 사각지대 해소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VC협회, 통합은 벤처투자시장 위축 초래 “현행 유지해야”
국내 벤처투자의 한 축을 정책금융공사가 담당하고 있는 가운데 VC업계는 “벤처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며 통합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벤처캐피탈협회는 정책금융체계 개편논의와 관련해 지난 6일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의 재통합보다는 현 정책금융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을 확대하는 데 효율적”이라며 “이뿐 아니라 전략적 벤처펀드 운용에도 적합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민간자금 출자가 부진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진 국내 벤처투자시장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책금융공사 등의 공공자금은 민간자금의 탐색비용을 줄여주고 출자를 유인하는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정책금융공사는 2010년 설립 이후 53개 펀드(1조7682억원 규모) 결성을 주도해 VC업계 자금공급을 확대해왔다. 이를 통해 중소·벤처기업의 원활한 자금조달을 지원하고 있다. 협회는 금융당국이 사실상 결정한 정책금융공사와 산업은행의 통합에 대해 위험자산 투자집행에 한계가 닥칠 것이라며 관련 시장의 위축을 우려한다. 통합이 이뤄질 경우 불확실한 VC투자의 성격상 BIS비율 산출, 예금자보호 등의 이유로 산업은행의 VC투자가 지금보다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전략적으로 공급되고 있는 벤처투자정책 및 자금에 혼선이 초래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협회 측은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이 요구하는 맞춤형 정책금융 기능의 수행에 있어 산업은행보다 정책금융공사가 적합하다”며 “과거 사회간접자본이나 중화학공업 개발에 필요한 자금 등 대기업 지원 위주의 설비금융을 전담해 온 정책금융공사를 정부가 지원, 실효성 제고를 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행 체제와 같이 중소·벤처기업을 집중 지원하는 순수정책금융기관의 기능을 별도로 수행토록 해야 한다”며 “정책자금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벤처투자시장의 안정적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정부, 세제지원 통해 벤처육성 내포한 ‘2013 세법개정안’ 발표
한편, 정부는 지난 8일 창조경제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벤처투자 세제지원을 확대한 ‘2013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엔젤투자·M&A·코넥스·스톡옵션 세제지원을 늘리고, 전략적 제휴를 위한 주식교환 및 기업매각 후 재투자에 대한 과세특례 신설 등이 골자다.
개정안에 따르면 우선 엔젤투자 공제율·공제한도를 상향하고 투자대상을 확대한다. 기존 공제율(투자금액의 30%)을 개선해 5000만원 이하 50%, 5000만원 초과 30%의 공제율을 제공한다. 공제한도 역시 연간 종합소득금액의 40%에서 50%로 상향하고 투자대상은 벤처기업 외 기술성평가 통과 3년 미만 창업기업도 적용한다. 엔젤투자 금액도 특별공제 종합한도 적용시 예외를 인정키로 했다. M&A·코넥스·스톡옵션 세제지원 또한 실시한다. 기술혁신형 M&A 지원을 위해 벤처기업 또는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중이 5%이상인 중소기업 인수시 법인세를 공제한다.
우수 인력의 벤처·창업기업 유입 촉진을 위해 벤처기업 등의 임직원의 스톡옵션 행사이익에 대한 소득세 분할납부(3년)도 허용한다.
특히 지난달 개장한 코넥스 상장 기업 및 투자 VC사에 대한 세제지원이 이뤄진다. 코넥스 상장기업의 경우 코스닥 시장에 상응하는 세제(주식양도차익 대주주만 과세, 증권거래세 탄력세율 적용)를 적용하고, 창투조합 등이 코넥스기업에 투자시 세제지원(주식양도차익·배당소득 및 증권거래세 비과세 등)을 추진한다. 또 과세특례가 신설된다. 비상장 벤처기업 등 주주의 전략적 제휴를 위한 주식교환시 교환 주식의 처분시까지 양도소득세를 과세이연하고, 벤처기업 창업주·소유자가 경영권 이전으로 지분 매각 후 일정기간 내에 벤처기업 등에 재투자하면 관련 주식을 처분할 때까지 과세이연 특례가 주어진다.
한 신기술금융사 관계자는 “코넥스시장이 생각 외로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에서도 개인투자자 유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며 “벤처육성을 위해서는 관련 자금줄인 개인투자자들에 대한 장벽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세법개정안 등의 지원책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그러나 아직 개선할 점도 많아 자금조달 중심의 패러다임을 제고할 시기”라고 덧붙였다.
〈 주요 정책금융 VC출자현황, 연도별 모태펀드, 정책금융공사 출자 비중 〉
(자료 :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