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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저축銀, 3중고에 아우성

김의석 기자

eskim@

기사입력 : 2013-06-03 06:55 최종수정 : 2013-06-03 17:55

우량 中企 업체들 이자부담 경감 위해 은행권 이동
자금운용처 없어 수신금리 낮추면서 예금고객 이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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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등 서민금융기관들의 설 자리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들 금융기관들은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마땅한 자금 운용처를 찾지 못하게 되고, 자금을 운용할 곳이 사라지니 다시 예금 금리를 낮추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대표적 서민금융기관인 저축은행의 수신규모가 7년 여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금리마저 경쟁력을 상실하면서 고객들의 외면을 받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금융 당국은 저축은행들의 영업 기반을 넓혀 주기 위해 겸업 허용 등을 검토하고 있으나 부동산 시장이 되살아나지 않는 한 시중은행과 2금융권의 틈바구니에서 활로 모색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우량 거래처들 은행권으로 갈아타기 ‘어쩌나’

최근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현재 어려운 경영환경에 놓여있는 저축은행 산업규모가 더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향후 저축은행이 국내 은행시스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S&P 고위 관계자는 “지난 2010년부터 국내 저축은행업계는 자산건전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저축은행의 자산건전성 문제가 계속해서 저축은행 업계의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저축은행들이 마땅한 자금운용처를 찾지 못해 고민 중인 가운데 그나마 남아 있던 우량 여신 고객들까지 은행권으로 갈아타기에 나서면서 저축은행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가뜩이나 자금운용처를 찾지 못해 갑갑한 상황에서 은행까지 중소기업 유치경쟁에 가세하면서 그나마 남아 있던 저축은행만의 시장이 고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은행권은 최근 자산 확대 경쟁에 나서면서 이전까지 좀처럼 거들떠보지도 않던 중소기업들에까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담보가 안정적으로 확보된 거래처라면 업종이나 규모에 상관없이 은행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금리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저축은행들은 그나마 있던 우량 거래처마저 1금융권에 내주고 있는 것이다. 서울소재 대형 저축은행 CEO는 “중소기업이라도 좀 괜찮은 회사다 싶으면 이미 은행들과 접촉 중”이라며 “일부 우량 기업체는 여신을 상환하겠다고 연락해 와 설득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저축은행들이 신규 거래처를 확보하는 것도 힘든 상황이다. 금융당국의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프로젝트파이낸싱과 건설사·부동산 임대업 대출이 전체 여신의 50%를 넘으면 안 된다는 규제가 생겨 운신의 폭이 줄어든 상태다. 소액신용대출로 돌파구를 찾아보려 하고 있지만 이마저 대부업체들과 카드사들의 틈바구니에 끼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최근엔 금융당국이 신용대출의 급격한 증가에 우려를 나타내면서 일부 저축은행들은 자체 여신심사 평가를 강화하며 대출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 저축은행 예금금리 사상 처음으로 2%대 진입

생존에 위협을 느낀 저축은행들은 마땅한 수익원이 없어 수신금리를 지속적으로 내리면서 서울 지역 저축은행의 경우 예금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2%대에 진입했다. 2년 전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이뤄지기 전까지만 해도 저축은행과 시중은행 간 1년짜리 예금 금리 차이는 2~3%포인트였는데, 지금은 0.4~0.5%포인트에 불과할 정도로 격차가 좁혀져 더 이상 저축은행의 금리 메리트는 찾기가 힘들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전국 98개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3.06%로 1년 전 4.22%에서 1.16%포인트나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조만간 전체 저축은행의 평균금리가 2%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 같은 하락세는 대형 저축은행들이 집중된 서울 지역에서 두드러진다. 총 28개 저축은행이 위치한 서울 지역 저축은행의 평균 예금금리는 2.96%로 전체 평균치보다 낮다.

현재 업계 1, 2위로 꼽히는 현대스위스저축은행과 HK저축은행의 예금금리는 연 2.85%와 연 2.80%이며, 금융지주사 계열 저축은행인 우리금융저축은행과 하나저축은행도 2.9%로 2%대 금리를 주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서울 지역에 위치한 대형 저축은행과 지주사계열 저축은행에서 더 이상 돈 굴릴데가 없자 몸집을 줄이는 차원에서 예금금리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지역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아직 3%대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강원과 대구·경북 지역이 연 3.3%로 가장 높고, 이어 대전·충남(3.17%), 충북(3.16%), 전북(3.06%), 인천·경기(3.05%), 광주·전남(3.03%), 부산(3.0%) 순으로 나타났다. 저축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에서 2%대 금리로는 사실 은행 고객들의 발길을 붙잡기 어렵다”며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기준금리 인하 여파가 있고, 새 먹거리가 부재한 상황이 지속되면 금리 하락세는 계속될 전망이다”고 말했다.

◇ 금리경쟁력 상실로 수신규모가 7년만에 최저수준

이처럼 금리경쟁력 상실로 고객들이 은행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수신규모도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저축은행의 수신규모는 39조767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국은행과 저축은행중앙회가 파악하고 있는 가장 최신 자료다. 저축은행의 수신규모가 30조원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06년3월(39조3179억원) 이후 처음이다.

저축은행 수신규모는 지난 2010년11월 76조9217억원 규모까지 늘어났지만 이후 줄곧 하락세다. 이듬해 1월부터 진행됐던 저축은행 구조조정의 영향이 컸다. 2011년1월 삼화저축은행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27개의 저축은행이 문을 닫았다. 이후 퇴출 저축은행들의 새로운 주인들이 나타났지만 옛 명성은 이미 퇴색됐다.

이에 따라 서민들도 저축은행에 점차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저축은행에 대한 불신이 낳은 결과다. 지난해 2월만 하더라도 55조6624억원 수준을 유지했던 저축은행 수신규모가 1년 사이에 급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저축은행은 통상 대출 등 자금 운용을 하는 과정에서 수신규모를 확대한다. 이른바 ‘총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때 저축은행의 수신규모가 급증했던 것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PF 사업 등을 위해 수신을 확대하려면 고금리 수신 상품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저축은행들의 돈 굴릴 데가 사라지면서 더 이상 고금리 수신도 할 수 없게 됐다. 낮아진 저축은행 금리 경쟁력은 서민들의 발길을 돌리는 요인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현재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수신이 많을수록 역마진이 발생하는 구조”라며 “저축은행에 대한 불신과 함께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 ‘정상화 위한 저축은행 TF′ 출범 했지만

이에 금융당국은 경영난에 빠져 있는 저축은행업계의 발전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지난달에 출범시켰다. 총체적인 위기상태인 저축은행업계에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다. 이번 TF에는 금융위원회 주도로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 금융연구원, 저축은행중앙회 등이 참여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저축은행 역할 재정립 차원에서 지난달에 TF가 출범을 했고 앞으로 격주로 회의를 열 예정”이라면서 “7~8월 발전방안을 내도록 준비를 하고 제도개선도 병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TF 출범은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최근 “이제는 저축은행의 발전 방향에 대해 함께 고민할 시기”라고 언급한 맥락에서 이해된다. 저축은행에 대한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일단락된 상황에서 저축은행 발전방향에 대해 고민해보겠다는 것이다.

부실저축은행의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저축은행업계의 경영상 어려움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6월 기준 저축은행들의 부동산 담보대출은 18조8000억원으로 전체여신의 54%에 이르고 있는데, 부동산 경기침체에 따른 부동산담보가 하락 등으로 인해 부실증가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저축은행들이 고사되기 전에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TF 출범이 최근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는 TF에 맞춰 구색맞추기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금융감독체제 개편 TF, 금융사 지배구조개편 TF, 정책금융체계 개편 TF, 우리금융 민영화 TF 등 4대 TF 출범과 함께 국민행복기금 TF, 금융 전산 보안 TF 등 금융당국 주도의 TF가 넘쳐나고 있는 상황이다.

저축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전에도 저축은행업계의 발전방향에 대해 논의했지만 별 다른 성과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지금 같은 경영환경이 지속될 경우 저축은행들이 공멸할 수 있는 만큼 이번 TF에서 실질적인 논의와 대책이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일례로 TF 론칭은 했지만 당국에서는 아직까지 나아갈 방향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 금융연구원을 통해 발주할 연구용역 주제를 잡지 못했고, 저축은행의 새로운 먹거리를 위한 뾰족한 방법을 찾는 것이 만만치 않다”면서 “당국에만 의지할 것이 아니라 저축은행중앙회를 중심으로 업계차원의 자구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서민금융기관들의 주요 수신 및 대출 금리 추이(신규취급액 기준) 〉
                                                                     (연%, %p)
* 주 : p는 잠정치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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