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는 카드사를 제외한 전체 58개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전체 수익(12조원)의 약 11%에 해당하는 수치다. 국내 캐피탈사들은 할부금융 위주이고, 리스는 주로 고가의 수입차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BMW와 벤츠, 토요타 등 수입차 계열 파이낸셜회사가 수입차 리스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 국내 수입차 판매 시장 ‘불꽃 경쟁’
지난해 수입차 신규 등록대수는 13만858대로 전년(10만5037대)보다 24.6% 증가했다. 지난해 국내 승용차 시장 규모는 총 130만6749대로 수입차는 10.01%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수입차는 1987년 개방 이후 26년 만에 10% 점유율을 넘어섰다. 수입차는 1987년 10대(당시 한성차의 벤츠 10대)가 판매된 이후 매년 1만대(1992년 제외·1만315대 판매)를 넘어서지 못하다가 2007년 5만3390대를 판매해 처음으로 연간 5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이후 2009년 6만993대, 2010년 9만562대 판매를 기록했다. 2011년에는 10만5037대를 판매해 처음으로 10만대를 넘어섰다. 이처럼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 판매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은 이들 수입차 캡티브 여신전문금융회사를 통한 파격적인 금융상품이 큰 몫을 했다.
특히 지난해에 수입차 회사들이 내놓기 시작한 유예할부 제도가 젊은 층의 구매욕을 자극했다는 분석이 높다. 실제로 2003년 도입된 이 제도를 수입차 회사들이 2010년부터 본격 활용했다. 이는 수입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급격하게 올라간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이 제도는 소비자가 자동차 값을 3년 후에 내는 할부 방식이다.
예를 들어 아우디 A4의 차값 4800만원 중에서 1500만원을 선수금으로 내고, 나머지 3300만원은 3년 뒤에 갚으면 된다. 36개월 동안 할부 이자 35만원만 부담하는 식이다. 따지고 보면 소비자가 실제 차 값보다 1000만원 정도 더 비싸게 차를 구입하는 셈이지만, 목돈 없이 당장 수입차를 탈 수 있다는 유혹을 뿌리치기는 쉽지 않다. 월급쟁이로서 초기에 필요한 목돈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고, 매월 내는 이자도 감당할 만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수입차 업체들은 ‘하루 커피 두 잔 값으로 수입차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광고 문구로 소비자의 구매 심리를 자극해왔다. 이 마케팅은 특히 남들과 다른 제품을 가지고 싶어 하는 젊은 층에게 먹혔다. 과거에는 50대 이상 중·장년층이 수입차를 샀다면, 최근에는 30대가 수입 차의 주 소비층으로 부상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자료를 보면,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출시된 수입차 17만7000여 대 중 6만2000여 대(35%)를 30대가 구매했다. 지난해에는 수입차 7만6000여 대 중 2만8000여 대(36%)를 30대가 구입했다. 30대의 수입차 구입 비율이 점차 상승하는 추세이다.
이와 관련 某 수입차 전문딜러는 “차량에 따라 다르지만 약 15~20%의 고객이 유예할부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대부분의 수입차 회사가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BMW·메르세데스-벤츠 등 한국에 들어온 24개의 브랜드 수입차 회사는 대부분 유예할부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한국에서 인기가 좋은 브랜드 수입차 ‘빅5’ 회사들은 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코리아, 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 등의 리스회사를 자회사로 두고 고객의 유예할부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리스금융회사를 직접 운영하지 않는 수입차 회사의 경우 하나캐피탈과 KT캐피탈, 효성캐피탈 등의 국내 여전사와 제휴를 맺고 유예할부를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목돈 없이도 수입차를 사게 만드는 파격적인 혜택을 담은 금융 프로그램이 쏟아지고 있는 것은 최근 소형·중저가 수입차 판매가 늘어나는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6000만~7000만원이 넘는 고가(高價) 수입차는 개인사업자 등 법인의 리스 구매 비중이 70~80%이지만, 3000만~5000만원대 엔트리급 차량은 개인 구매가 절반을 넘는다. 수입차협회 관계자는 “국산 중·대형차를 살 만한 여력이 있는 사람 중 약간의 대출을 일으켜주면 수입차로 넘어올 의향이 있는 사람이 꽤 된다”면서 “주요 수입차 업체가 최근 전속 금융사를 통해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강화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수입차 캡티브 ‘파이낸셜회사’들 자산 급성장
이처럼 국내 수입차 판매대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BMW파이낸셜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코리아 등 수입차 관련 할부금융과 리스회사들이 급성장하고 있다. 국내 수입차 판매 선두인 BMW의 계열 리스금융회사인 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는 지난해 괄목할만한 영업성과에 힘입어 총자산이 2조원을 넘어섰다. 2012년 자산은 2조2179억원으로 전년(1조8691억원) 보다 18.5%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수익 역시 5725억원으로 전년(4952억원)보다 15.6%가 늘었다.
이 같은 경영성과에 따라 이 회사 임원들은 지난해 평균 4억원 정도의 급여를 지급받았다. 이는 RCI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의 임원 급여(1인당 7600만원) 보다 무려 5배 이상 많았다. 지난 2001년 비엠더블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로 할부·리스금융에 직접 진출한 데 이어 이제는 보험서비스로 영역을 넓혔다. 사실 이 회사는 업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지난 2001년 7월 BMW 본사가 100% 투자해 한국에서 자동차 금융 서비스를 시작한 것부터가 일단 수입차 업계 최초다. 설립 이후 할부유예 제도, 각종 운용리스 프로그램 다수를 한국 시장에 처음 선보이며 시장을 확대해 가고 있다. 지난 2008년 7월에는 외국계 캐피탈 업체로는 처음으로 국내 신용평가회사에서 등급을 받고 2억 달러 규모의 외화표시 채권을 발행한 바 있었다. 지난해 12월에도 3년 만기 1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으며 이때 신용평가사는 이 회사채 신용등급에 A+를 부여했다.
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와 함께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코리아의 성장세도 눈에 띤다. 이 회사의 총 자산은 2008년말 6521억원에서 2012년말 1조2653억원으로 늘어났다. 영업수익 또한 3671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322억원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MBFSK) 역시 지난해부터 한국서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 회사 고위 관계자는 “자산증가에 따른 자금조달 다각화와 은행 차입금에만 의존하지 않고 채권시장 진입을 통한 자체 자금 조달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원화채를 발행한 이 회사는 지난 24일 또 다시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채를 발행했다.
메르세데스-벤츠 파이낸셜 서비스코리아(MBFSK)는 안정적인 영업과 자동차금융 비중이 90%로 1개월 이상 연체율이 0.49%, 고정이하 여신비율 0.4%의 우수한 자산건전성을 보이고 있다. MBFSK는 벤츠의 국내 수입차 시장점유율 16% 정도인 국내 판매법인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판매하는 물량의 절반 이상에 대한 금융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우수한 사업 안정성과 함께 모기업으로부터의 재무적 지원에 힘입어 조달 비용을 낮추면서 이익 성장세도 좋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실 MBFSK는 지난해 원화채를 처음 발행할 때까지만 해도 단기 자금의 대부분을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에서 빌렸다.
하지만 국내에서 사업을 확장하면서 국내 직접 금융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수입차 업체의 직접적인 관계회사는 아니지만 르노삼성, 닛산, 인피니티 구매고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프랑스 RCI뱅크의 자회사 RCI 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도 약진했다. RCI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는 지난 2003년 3월 18일 설립됐으나 본격적인 영업은 2006년 3월부터 개시했다. 이듬해인 2007년 영업수익 659억6787만원에 20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던 이 회사는 2012년에 3236억원의 영업수익을 기록했다. 수입차 판매 3, 4위를 달리고 있는 폭스바켄그룹 산하의 폭스바켄, 아우디코리아도 2010년 7월 폭스바켄파이낸셜코리아를 설립해 금융서비스를 직접 챙기고 있다. 참고로 폭스바겐파이낸셜코리아는 지난해 자산이 5800억원으로 전년(443억원)보다 무려 12배나 늘었다. 영업수익 역시 전년도(16억원)에 비해 무려 567억원이 늘어난 583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영업비용 증가 등으로 지난해 5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또 지난 2005년 자본금 200억원으로 설립된 도요타파이낸셜코리아 역시 렉서스와 도요타 차량 구매시 리스 및 할부금융 프로그램을 지원해주면서 지난해 상반기(2012년3월부터 2012년 9월) 자산이 전년(5025억원)보다 634억원 늘어난 5659억원으로 나타났으며, 영업수익 역시 856억원을 냈다. 캐피탈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수입차의 급격한 매출 성장세에 따른 자금소요와 금융당국의 여전사 원화용도 외화 차입 제한 때문에 수입차 전속 파이낸셜사의 원화채 발행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