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불거진 KB금융지주 박동창 전 부사장의 돌출 행동에 따른 파장을 놓고 금융계와 우리 사회에선 다양한 분석과 평가가 이뤄지고 있지만 일부 뜻 있는 전문가들은 한국 금융계 은행지주사 지배구조의 한계에서 기인한 바 크다는 지적을 내고 있다.
◇ KB 스타 광휘, 얼마나 찬란했던가
2001년 4월 합병이 확정되기까지 겪은 산고는 금융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기업사에서도 전무후무하다. 옛 국민은행과 옛 주택은행 노조를 중심으로 비노조원까지 상당수 직원들이 합병을 반대하며 파업에 돌입 한 겨울 추위를 무릅쓰고 야외 천막 농성을 벌였던 것 만큼 극도의 긴장관계를 형성한 적은 없다. 그래도 노사정 대화를 통해 합병은 성사됐고 독보적 리딩뱅크가 됐다.
2001년 말 총자산 123조 3000억원은 대형합병 선배였던 당시 한빛은행(현 우리은행)보다 1.68배 많고 나중에 합병한 하나은행과 서울은행을 합한 것보다도 1.73배 많았다. <그림참조> 최대 합병은행으로서 자부심은 CI(기업통합이미지)에도 집약돼 대한민국을 너머 세계 금융의 큰 별이 되겠노라는 ‘KB 스타’가 빛을 뿜었고 지금도 국민은행 홈페이지는 kbstar.com이다. 지금은 사뭇 달라졌다. 강정원 전 행장이 연임을 바라보던 2007년 무렵 독보적 1위 위상이 희석된 데 이어 지금은 총자산은 우리은행이, 이익창출력은 신한지주에게 1위를 내 준 가운데 3강 선두권 싸움에서 자웅을 겨루는 상황이다. <3면 그림참조>
◇ 독보적 리딩뱅크 영화 잃어버린 대표적 계기들
김정태닫기
김정태기사 모아보기 행장이 2004년 9월 연임의 뜻을 접고 사퇴한 표면적 이유는 회계기준 위반 때문이다. 국민카드를 은행에 합병하는 과정에서 감독당국의 가이드라인과 다른 회계처리로 맞서다 결국 백기를 들었던 것. 그 바통을 이어 받은 이는 강정원 행장. 김 전 행장 시절 부실경영의 후유증은 결코 적지 않았다. 금감원 기준 연결대차대조표 상 총자산이 2003년 말 186조 8000억원이던 것이 2004년, 2005년 이태 동안 183조원을 밑돈 뒤 2006년부터 다시 늘어나기 시작하는 곡절을 거친다.강정원 행장 임기 1년을 긍정적으로 보자면 부실 정리 후 새출발을 시작했다고 할 수 있는 셈이지만 강정원 행장 역시 CEO로서 다른 경쟁 은행들이 앞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가운데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는 와중에 위상이 하락하는 결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김 전 행장이 LG카드 사태 때 공동관리 참여를 포기했던 악수를 뒀다면 강 전 행장은 제자리를 맴돌다 뒤 늦게 겨우 지주사 체제 전환에 시동을 거는데 그쳤던 한계가 두드러진다.
강 행장 임기 동안 신한지주에선 통합신한은행을 2006년 4월 출범하고 LG카드를 인수했으며 우리금융이 LG투자증권을 인수해 자본시장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등 사업모델과 범위의 격조가 높이는 탈각을 이뤘다.
◇ 어윤대 회장 체제 3년 평가 후할 수 있나
금융계 한 고위인사는 한국금융신문과 통화에서 “주총을 앞두고 집행임원 해임 사태가 빚어진 것은 어쩌면 KB금융지주에겐 소중한 기회로 삼을 만 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ING생명 인수전 참여를 보류함으로써 비록, 어 회장 3년 경영을 상징할 만한 그럴싸한 ‘퍼포먼스’ 확보에 실패한 것이지만 냉정하게 그간의 경영성적을 돌아보고 올 여름 임기가 돌아오는 CEO의 공과를 짚어볼 계기로 삼는다면 재도약의 길 또한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취지의 지적이라고 했다. 민간 연구기관 한 전문가는 “이제 더 이상 CEO 한 사람의 전략적 포석과 인파이팅에 대형 금융회사 경영을 의존하는 시대가 지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항간에 떠도는 것처럼 새 정부가 공기업 경영자 물갈이와 더불어 공공적 성격이 큰 은행계 금융그룹 회장 물갈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의 진위 여부를 떠나서 은행권 금융사 지배구조를 제대로 정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CEO 선임은 분명히 주주들이 했다. 경영성과를 주식시장의 시가나 배당규모로만 보지 말고 기업가치 차원에서 살피는 책임은 주주 몫”이라고 그는 못박았다. 정부 또는 감독당국이 미는 사람을 경영자로 받아들였다면 그 책임은 온전히 주주 몫이므로 이사진 구성 때 의결권 행사를 제대로 해야 하며 CEO와 이사진은 주주의 요구와 감독당국 및 사회가 요구하는 공공성, 그리고 예금자 보호 의무 등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최선을 다한 뒤 그에 상응하는 보상과 책임을 지는 관행이 정착시키느냐 마느냐를 결정해야 할 때라는 요지의 지적이 뒤따랐다.
금융노조 한 관계자는 “금융지주 회장을 정부 당국의 의중대로 임명한다는 것은 낙하산 논란, 관치 논란을 부를 일”이라면서도 “금융지주사와 은행간의 관계설정, 금융지주사의 과도한 권한 행사 등 총체적으로 되돌아 볼 부분을 짚는 것이 더 중요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은행권 금융회사가 대한민국 기업조직 가운데 가장 앞서 변화의 갈림길에 섰으며 경영진과 이사진의 공과를 돌아보는 작업과 맞물려 있는 상황, 그 첨예한 단면 가운데 하나로 KB금융지주가 떠올랐다는 지적들이 의미 심장하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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