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정부의 최대 과제는 ‘서민금융기관의 제 역할 찾기’다. 저축은행·상호금융기관 등으로 대표되는 서민금융기관은 지난 2011년부터 시작된 ‘저축은행 부실사태’로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었다. ‘지역밀착형 금융 추구’라는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나 부동산PF 등 높은 수익성을 자랑하지만 리스크가 큰 거액여신에 치중한 결과다. 여기에 대주주가 관여된 불법 부실여신 등으로 서민들의 피해는 더욱 커졌다.
지역밀착형 서민금융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벗어나 이미지가 땅에 떨어진 서민금융기관들은 최근 실추된 고객 신뢰를 되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저축은행들은 아직 PF대출 후폭풍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는 모양새지만, 자영업자 및 소액신용대출을 늘리는 추세다. 시중 저축은행뿐 아니라 가교저축은행 역시 10%대 서민대출상품을 출시하는 등 본연의 역할 찾기에 노력하고 있다. 국민연금 수급권자의 노후보장을 위한 국민연금안심통장 등 서민들의 기초생활을 위한 상품도 출시했다.
상호금융도 이 같은 행보에 동참하고 있다. 새마을금고와 신협은 최근 지역사회공헌 활동 확대를 발표했다. 새마을금고는 올해부터 각 지역조합에서 당기순익의 일정부분을 사회공헌 활동 사업비로 집행토록 예산지침을 정했다. 신협도 사회공헌 전담팀을 구성, 기존보다 활동을 확대할 계획이다.
◇ 저축은행 자영업자 및 소액신용대출 확대 기조…“본연 역할 찾는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기준 저축은행의 대출금은 32조2653억원이다. 전년(64조6284억원)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수치다. 저축은행 업계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대폭 하락해 마땅한 먹거리를 찾을 수 없는 현 상황을 잘 드러낸다. 용도별로는 기업자금 대출이 22조4203억원으로 전체 대출의 69.48%를 차지한다. 이어 가계 대출이 29.30%(9조4546억원), 공공 및 기타 대출이 1.21%(3904억원)을 기록 중이다. 박근혜 정부가 자영업자 및 중소기업 육성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이에 부합하는 행보라고 풀이된다. 국내 경제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는 자영업자 및 중소기업 육성에 저축은행도 일조하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저축은행의 여신 중 기업자금 대출이 약 70%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생계형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상품도 있다. 현대저축은행의 ‘더드림 비즈론’은 생계형 자영업자를 위한 대출상품이다. 현대저축은행 측은 “저축은행 본연의 업무인 서민금융 활성화를 위해 업계 최초로 이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며 상품취지를 설명했다.
이 상품의 주요 고객은 음식점 및 프랜차이즈, 호프 등을 영위하는 생계형 자영업자다. 대출금액은 최대 5000만원, 금리는 21%(고정금리)다. 기존 사업자뿐 아니라 신규로 오픈한 사업자, 오픈 예정인 사업자(사업자등록증 발급 완료 고객·한정)도 대출이 가능하다. 직원 방문서비스가 기본 서비스로 은행방문 없이도 고객 사업장에서 대출신청을 할 수 있다. 긴급하게 자금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 자영업자들의 특성 역시 고려해 대출신청부터 승인까지 24시간으로 운영중이다.
현대저축은행 관계자는 “자영업을 하는 사업자분들은 자금이 긴급하게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이 상품은 저축은행업계 유일한 생계형 자영업자 대출로서 24시간을 운영해 갑자기 자금이 필요한 고객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액신용대출. 일명 ‘소비자금융’ 확대 또한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대다수의 저축은행들은 수익성 악화 타개책으로 ‘소비자금융’을 선택했다. 부동산침체에 따른 거액여신의 수익성이 감소했고, 저축은행 본연의 역할 구현을 위해서 서민들을 대상으로 한 소액신용대출을 늘리겠다는 의지였다.
그 시작은 가교저축은행들이다.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6곳의 가교저축은행들은 지난달 25일부터 10%대 서민대출상품을 출시했다. 출시 상품은 2가지로 근로자와 자영업자가 구분 기준이다. 대출금리는 10~19%며, 대출금액은 근로자 1000만원, 자영업자 2000만원 한도다. 대출기간은 최대 5년까지 가능하고, 상환방법은 원리금균등 상환방식이다. ‘가교 근로자 소액신용대출(가칭)’은 이미 지난달 25일에 출시됐고, ‘가교 자영업자 소액신용대출(가칭)’은 출시를 준비 중에 있다. 대출은 신용등급 1~9등급까지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축은행들의 가계대출은 아직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위의 수치에서 나타났듯이 가계대출 규모는 10조원도 안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희망적인 것은 소비자금융 확대 기조를 수립한 작년 6월 이후 가계대출이 증가(2788억원)했다는 점이다. 이뿐 아니라 많은 저축은행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위상 제고를 목표로 가계대출 확대에 중점을 두는 점 역시 고무적이다.
◇ 국민연금안심통장 출시 등 서민생계 보호상품 출시
예금상품에서도 저축은행들의 서민금융 행보는 지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국민연금 수급자의 안정적 노후보장을 위한 ‘국민연금안심통장’이 출시됐다. 아주·동부저축은행은 지난 1월과 이달에 각각 해당상품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지급받은 국민연금에 대해 압류가 방지되며 연금액 입금은 월 150만원까지 할 수 있다. 출금은 수시로 자유롭게 가능하며, 고객이 하루만 맡겨도 연 3%의 금리가 제공된다. 시중은행의 동일상품이 1~2%의 금리를 주는 것과 비교할 때 1%p 이상 높다.
아주저축은행 관계자는 “서민금융회사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고자 국민연금 수급권자가 안심하고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본 상품을 출시했다”며 “현재 인기리에 판매 중인 아주기쁨저축예금과도 동일한 혜택을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동부저축은행 관계자도 “국민연금안심통장은 국민연금 수급권자의 안정적인 노후보장을 위한 금융상품”이라며 “앞으로도 서민계층의 생계보호와 금융편익을 위한 금융상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 상호금융권, “올해 사회공헌 활동 확대”
또 다른 서민금융기관인 상호금융 역시 올해 사회공헌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작년부터 각 지역조합별로 직전사업연도의 법인세 차감전 당기순이익의 3%이상 환원사업비로 집행토록 예산지침을 정했다. 기존보다 적극적인 지역사회공헌 활동이 가능토록 한 것. 이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우선 IMF 외환위기 때부터 14년간 지속된 ‘사랑의 좀도리’운동이 있다. 그간 303억원의 현금과 9000톤의 쌀을 지원한 새마을금고의 대표 사회공헌 활동이다.
또 개별적으로 이루어지던 지역사회공헌활동이 새마을금고가 중앙정부 또는 지자체와 공동으로 지역희망공헌사업을 추진하는 단계로 발전, 작년 12월말 기준으로 1278개 새마을금고와 223개 지자체가 협약을 맺어 근린공원 조성등의 다양한 공헌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통시장들과도 자매결연을 맺어 전통시장살리기의 일환인 온누리상품권 전국 유통의 70%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그밖에 재난·재해지역 돕기 및 초등학교 방과후 돌봄교실 운영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지역사회 공헌에 앞장서고 있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지난 3년간 전국 새마을금고가 개별적으로 지역사회공헌사업에 투자한 금액은 1229억원에 이른다”며 “기부 형식으로 지원한 금액도 574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새마을금고뿐 아니라 또 다른 상호금융기관인 신협 역시 올해 사회공헌 활동을 늘리고 있다. 신협은 작년에 사회공헌 전담팀을 구성했다. 전단팀 구성을 통해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신협 관계자는 “작년에 사회공헌 전담팀을 구성했다”며 “올해도 더 많은 사회공헌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 1년간 지속된 새마을금고 대표 사회공헌 활동 ‘사랑의 좀도리’
▲ 국민연금 수급자 우대예금상품, ‘국민연금 안심통장’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