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물건너간 대형IB, 대체거래소, 신수익원 차질
자본시장법개정안이 통과됐으나 업계에서는 실망감은 커지고 있다. 개정안의 핵심인 대형IB, 대체거래소도입이 빠진 일부 법안이 통과, 개정안의 취지였던 자본시장발전이 사실상 물건너갔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지난 4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 법에 포함된 핵심내용은 △(금융산업) ‘선진형 투자은행(IB)’의 발전 촉진 △(자본시장) 대체거래시스템(ATS) 및 장외거래 중앙청산소(CCP) 등 도입△ (기업) 개정 상법 반영, 새로운 자금조달 수단 제공, 주주총회 내실화 △(투자자)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에 대한 처벌 강화 등 크게 네 가지다.
기다렸던 법안통과에도 불구하고 실망이 큰 이유는 알짜내용이 빠진 채 비핵심개정안만 처리됐기 때문이다. 이번 통과로 빚을 보게 된 법안은 △G20 합의사항인 장외파생거래 중앙청산소(CCP) 도입, △지난 2012년 4월 개정된 상법상 이익소각 폐지, 자기주식취득에 따른 관련규제 정비 등 자본시장대형화, 전문화라는 개정안 본래의 취지와 거리가 멀다. 이같은 반쪽짜리 통과는 이미 예견된 일이다. 법개정안은 지난 2011년 11월, 2012년 6월 두차례 국회에 제출했으나 법사위에 상정도 못하거나 폐기되는 등 반대론자로부터 극심한 반발을 샀다.
지난달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 소위원회에서 재상정된 자본시장법을 야당의원들이 자기자본 3조원 이상 대형증권사에게만 신규 IB를 허가하는 내용은 대형사에게만 기회를 주고, 이는 경제민주화 추세에 어긋난다며 반대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09년 G20 국제합의사항인 CCP(장외거래 중앙청산소), 개정상업내용반영 등 처리가 시급한 과제를 중심으로 개정안이 법사위에 제출하며 나머지 법안의 계류는 기정사실화됐다. 알맹이빠진 법안 통과로 가뜩이나 어려운 증권사들은 공든탑이 무너질 처지에 놓였다.
이미 삼성, KDB대우, 우리투자, 한국투자, 현대증권 등 대형증권사들은 지난 2011년 하반기 금융당국이 제시한 대형IB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자기자본확충을 단행했으며 이 법의 통과를 전제로 PBS같은 사업부서를 꾸렸다. 통과가 지지부진하자 대형IB업무를 수행하는 차선책으로 종금업인수를 추진한 곳도 있다. KDB대우증권의 경우 최근 사업다각화 및 영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금호종금인수를 타진하기도했다.
내년으로 미뤄진 거래소의 공공기관해제도 물건너갔다.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지난 1월 31일 거래소공공기관유지사유로 독점적 사업권의 보장을 꼽았다. 이미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는 대체거래소가 포함돼 이 안건이 통과될 경우 내년 회의에서 공공기관해제가 유력했다. 하지만 대체거래소법안이 국회에 계류되면서 내년에도 공공기관해제는 요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 성장모멘팀 차질 불가피, 법적 리스크 장기화 역풍
앞으로 핵심안건의 통과가능성이 그다지 밝지 않다. 신정부출범으로 금융위원회의 수장이 교체되며 이전 정부의 숙원사업에 힘을 실어줄지 미지수다. 신제윤 신임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지난 2002년 당시 카드부실문제를 해결하고 글로벌금융위기에는 한미통화스와프협정체결로 외환시장을 정상화시킨 국제금융전문가로 위기관리능력이 뛰어나다는 평이다. 최근 가계부채, 하우스푸어문제가 우리경제에 발등의 불로 떨어져 리스크관리에 주력할 상황에서 고위험 고수익성격인 대형IB육성이 주요 내용인 자본시장법개정안 통과에 드라이브를 걸기가 쉽지않다. 금융위 관계자는 “새로운 위원장후보자가 임명됐으나 아직까지 특별한 정책변화기조는 없다”라며 “나머지 법안은 상임위에 계류중으로 19대 국회가 끝날 때까지 폐기되지 않고 남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거래대금침체로 수익원다각화가 절실한 상황에서 반쪽짜리 자본시장개정안 시행은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영증권 진배승 연구원은 “사실 CPP통과는 크게 의미가 없으며 대형IB허용에 따른 신규업무가 성장모멘텀”이라며 “최근 증권사들이 거래대금침체로 수익성이 악화돼 수익원다각화가 절실한 상황에서 규제리스크가 커졌다”고 말했다.
자본시장연구원 김준닫기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