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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활성화하려면 투자문화와 정책 바꿔야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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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3-02-27 22:10 최종수정 : 2013-02-27 22:51

한국벤처투자 정유신 사장

벤처 활성화하려면 투자문화와 정책 바꿔야
주식 및 지분투자의 활용 과감한 확대 필요해

벤처기업 투자구조 잘짜고 체계적으로 이뤄야

박근혜 정부의 핵심 정책 중의 하나로 벤처 활성화를 꼽는다. 업계에선 올해 벤처기업 3만개 시대가 예상되는데다, 박근혜정부의 창업 및 벤처지원정책도 확고해서 제2의 벤처붐을 점치고 있다. 또 새롭게 떠오른 화두인 창조경제의 생태계 조성을 뒷받침하려면 창업초기기업이 활발하게 나오고 벤처기업들이 단계에 맞춰 성장할 수 있는 투자시장 확대가 필수라고들 한다. 그러나 벤처붐도 강한 벤처정신을 유지토록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지속적인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2000년대초 전국을 달궜던 벤처열기가 3~4년 후에 장기침체에 빠진 이유가 무엇이었나.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결국 투자문화와 투자정책을 새롭게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려면 첫째, 실패의 용인을 뛰어넘어 실패를 성공을 위한 경험축적, 자산으로 생각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회계법인 어니스트영이 G20의 성공한 청년 기업가 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에 기업가정신을 북돋아주는 분위기가 있다’는 응답이 84%로 G20중 6위를 기록했다. 나름 최근 벤처를 강조하는 분위기를 반영한 듯하다. 그러나 ‘사업실패를 경험축적과 배우는 기회로 받아들이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선 24%만 예스라고 대답, 최하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청년 기업가들은 한번 실패하면 거의 재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당연히 유능한 젊은이 중에서 창업하는 사람이 나오기 어려운 토양이다.

패자부활의 기회가 없는데, 벤처정신으로 도전하라고 독려만 하면 낮은 창업 성공률을 고려할 때 자칫 신용불량자 양산과 같은 큰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미국은 창업했다 파산해도 창업자의 거주주택에 대해 12만 5000달러까지는 압류가 면제되고 보험은 최대 9850달러까지 보호된다. 즉, 일정한 사회안전망 (social safety net)을 갖추고 있다. 몇 년전 한 유럽보고서는 유럽에서 빌게이츠가 나오지 않는 이유로 유럽 사람들의 실패에 대한 관용부족을 꼽았다. 대조적으로 미국은 성공 기업인들의 창업실패 경험이 평균 2.8회였다. 그만큼 실패를 성공확률을 높이는 경험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다.

우리나라도 연대보증제도 폐지 및 재창업자금 지원 등 체계적인 재기지원책, 사회 안정망을 마련해야 한다. 또 사회적으로는 실패가 성공 못지않은 소중한 자산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

둘째, 주식, 지분투자의 활용을 좀 더 과감하게 확대해야 한다고 본다. 업계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벤처캐피탈이나 엔젤투자자로부터 기술력,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투자를 유치한 순수한 의미의 벤처기업이 전체 벤처기업의 2.5%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만큼 대부분이 대출이나 보증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11년 기준 벤처기업들이 벤처캐피탈로부터 291억달러 (약 30조원), 엔젤투자자로부터 225억달러 (약 24조원)을 조달했다. 우리나라 벤처기업 조달규모의 50배다. GDP대비 벤처캐피탈 시장규모로 봐도 미국 0.25%, 이스라엘 0.5%에 비해 우리나라는 0.1%로 지분투자규모가 너무 작다. 따라서 원리금상환에 목을 매야하는 대출보증보다 이런 부담이 없는 지분투자 비중을 높일 수 있도록 정책자금을 지분투자에 활용한다든지 또는 기관투자자들이 벤처기업에 투자할 때 기관평가 때 가점을 주는 등 인센티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가능한 한 빨리 벤처기업에 대한 지분투자가 적어도 지금보다 두 배로 늘어나 GDP 대비 0.2% 가량은 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셋째, 지분투자 중 특히 엔젤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 엔젤자금은 창업초기기업에게는 생명수와 같은 종자돈이다. 작년부터 정책노력으로 엔젤클럽, 엔젤투자자 증가 등 인프라가 조성되고는 있지만 투자는 아직 미미하다. 투자실적 326억원으로 IT붐 등으로 엔젤투자가 활발했던 2000년 5493억원의 5%, 벤처캐피탈 시장규모의 3%로 미미하다. 반면 가장 창업이 활발한 나라 중 하나인 미국은 어떨까. 엔젤의 원조답게 대략 27만의 엔젤투자자가 연간 200억달러 (약 20조원)를 투자하고 있고 투자기업수도 6~7만개나 된다. 놀라운 것은 창업초기기업의 97%가 엔젤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받고 있고 특히 엔젤투자금액이 벤처캐피탈 투자금액의 43.6%, 절반에 육박하고 미국 GDP의 0.15나 된다는 점이다. 그만큼 미국은 창업과 창업정신이 활발하다는 반증이다.

물론 엔젤투자자 숫자와 투자금액만 늘리는 게 능사는 아니다. 2000년대초 엔젤투자 붐 이후의 붕괴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바람직한 엔젤투자문화의 정착이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자금력과 멘토링능력을 갖춘 엔젤투자자를 발굴, 양성하고 창업기업과의 만남의 장을 가급적 많이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창업열기를 계속 키워나가고 엔젤과 기업가의 이해 및 신뢰로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엔젤투자문화의 상공적 사례는 역시 미국 실리콘밸리다. 엔젤과 기업인들의 프리젠테이션과 토론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공식, 비공식 만남을 통한 상호 신뢰구축,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정책도 보다 구조를 잘 짜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소벤처기업 금융정책이 필요한 이유는 중소벤처기업이 성격상 수익모델이 불확실하고 정보 비대칭적이어서 시장이 취약하거나 실패하기 쉽기 때문이다. 따라서 벤처기업 금융정책은 자금지원도 지원이지만 되도록 자금지원의 효율성을 높이고 시장기능을 복원시킬 수 있도록 디자인돼야 한다.

우선 자금지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책자금과 민간자금이 결합되는 매칭구조로 하되, 앞서 얘기했듯이 지분투자형태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자금 효율성은 결국 투자의 성공확률 내지 수익률을 높이자는 것인데, 100% 정책자금으로 공공기관 등이 직접 투자해서는 공공기관의 특성상 지나치게 위험만 회피한다든지 아니면 모럴해저드 위험이 생길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 반면, 民官자금을 결합, 매칭구조로 하면 공공기관뿐 아니라 시장의 다양한 기관투자자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어 모럴해저드를 막고 기대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특히 대출보증과 달리 지분투자로 하면 주식의 성격상 안 될 수도 있지만 잘 될 경우 수배의 이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인센티브구조를 잘 짜주면 민간투자자들이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게 된다.

다음은 벤처기업 지분투자에 대한 체계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기업 성장단계별로 시장실패가 일어나지 않도록 民官자금을 공급하되, 가급적 시장기능이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성장단계별로 시장을 만들고 시장가격 및 정보를 통해 시장기능이 작동하게 함에 있어 가장 좋은 방법은 코스닥이나 유가증권시장으로 가기 전 단계의 중간회수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금융위에서 금년 하반기초에 하겠다는 중소기업전용시장 (KONEX)나 비상장기업의 M&A시장 등이 대표적인 시장이다. 일각에서는 코스닥시장이나 잘 육성하면 되지 무슨 또 중소기업전용시장이냐 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기업과 투자자의 생태계흐름으로 보면 창업 후 5~7년 때 벤처기업은 상장, 투자자는 회수해서 다시 비상장벤처에 재투자하는 선순환구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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