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에 따라 예보는 최근 적극적인 구조조정 조달 자금 회수 및 가교저축은행 매각에 나서고 있다. 이미 작년 말 가교저축은행 중 하나인 예한별저축은행이 신한금융지주로 인수됐으며, 지난 23일 파산법인인 솔로몬저축은행의 소비자·자동차 대출채권 또한 인수대상자가 선정됐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대출채권 매각 입찰과정에서 석연찮은 점들이 있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매각대상 대출채권에 자산유동화를 허용하지 않는 등 일부 저축은행을 몰아주기 위한 특혜를 실시했다는 의심이다.
반면 예보는 매각대상 채권이 NPL(Non Performing Loan : 부실채권)이 아닌 정상채권으로 자산유동화를 막고, 채무자들에게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추심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이같은 조치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채권매각의 주체가 솔로몬저축은행 파산법인으로 예보 인사가 경영관리 대리인으로 있을 뿐, 주도적으로 매각입찰을 진행하지는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 솔로몬저축은행 소비자 대출채권… 친애저축銀 “전체 약 65% 인수”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 지난달 19일, 솔로몬저축은행 대출채권 매각입찰 공고를 실시했다. 공고에 따르면 입찰등록은 지난달 19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됐으며, 이후 입찰심사를 거쳐 지난 23일 인수자가 결정됐다. 인수자는 오는 31일 대출채권을 양도받게 된다.
매각대상 및 규모는 솔로몬저축은행이 보유한 소비자·자동차 대출채권으로 약 5762억원 규모다. 매각방법은 전체 대출채권을 5개의 Pool(A, B, C, D, E로 구분)로 나눈 가운데, 소비자 대출채권이 4개(각 Pool 규모 1240억원대), 자동차 대출채권이 1개의 Pool(788억원 규모)로 구성됐다. 각 Pool마다 경쟁입찰방식이 채택됐다.
입찰참가자격은 여신업무를 수행하는 금융사다. 이중 은행·보험·상호저축은행·여신전문금융업법에 의한 여신전문금융사로 한정했다. 자산유동화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단서조항도 달았다. 매각입찰 결과, 대출채권 Pool 5개 중 3개 Pool의 인수자가 선정됐다. 나머지 2개는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아 유찰됐다.
친애저축은행은 24일 매각입찰에 나온 채권Pool 중 소비자 대출채권인 B, C, D Pool의 인수자로 결정됐다고 발표했다. 인수규모는 약 3730억원으로 전체 채권의 약 65%다. 친애저축은행은 3771억원을 지불하고 이 채권들을 매입할 예정이다. 친애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 23일 소비자금융 대출채권 4개 Pool 중 3개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며 “현재 예보와 관련 입찰 작업의 마무리를 위해 세부적인 내용을 조율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친애저축은행은 가용할 수 있는 현금이 7000억원, 대출자산 3000억원 등을 가지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비전인 개인소액·부동산담보대출 등 소비자금융 확대 차원에서 이번 입찰을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 가교저축은행 입찰 참여, 자산유동화 금지…“일부 저축은행 몰아주기?”
이번 채권 입찰과정에 대해 관련 업계에서는 많은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예보가 일부 금융사에게 대출채권을 몰아주기 위한 조치를 실시했다는 의혹이다. 이 같은 주장의 근거는 2가지다. 여전사들의 자금확보 방법 중 하나인 자산유동화 금지 단서조항, 가교저축은행의 입찰 참여가 그 것.
우선 자산유동화 금지 단서조항은 특정업종 금융사에게 몰아주기 위한 조치라는 주장이다. 입찰 참가자격이 제한된 증권사들은 규제를 두면서 경쟁입찰을 만드는 것은 이해할 수 없으며, 이는 일부 저축은행을 밀어주기 위한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입찰공고된 대출채권들은 20%대의 고금리 채권으로 많은 금융사들이 눈독을 들였다”며 “예보는 입찰 대상을 은행·보험사, 저축은행, 여전사로 한정하고 입찰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산유동화를 자금 확보 수단으로 많이 이용하는 여전사 입장에서는 단서조항으로 인해 매입 메리트가 많이 떨어졌다”며 “은행·보험사들은 추심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있어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고, 증권사 역시 참가자격에서 제외돼 결국 저축은행에게 대출채권을 밀어주기 위한 조치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교저축은행의 입찰 참여도 이 같은 의구심에 불을 붙이고 있다. 이번 대출채권 입찰의 핵심은 4개의 소비자 대출채권 Pool이다. 업계에 따르면 친애저축은행은 4개 Pool(A, B, C, D) 입찰에 모두 참여했다. 한국투자·대신·예솔저축은행 또한 입찰에 뛰어들었다.
문제는 한국투자·대신저축은행이 참여한 B·C Pool이 아닌 예솔저축은행이 참가한 D Pool이다. 업계에서는 유효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D Pool 입찰에 예솔저축은행을 참여시켰다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A저축은행 관계자는 “A Pool 입찰의 경우 모 저축은행이 참여하려다가 자체 사정으로 인해 포기해 유찰됐다”며 “이중 가교저축은행의 입찰참여는 유효경쟁을 성립하기 위한 조치라는 의혹이 짙다”고 말했다. 이어 “예보가 올해 부실 저축은행 자금 회수에 노력하는 만큼, 업계에서는 자산유동화 금지 조항, 가교저축은행의 입찰 참여 등을 통해 가장 높은 금액을 써낸 친애저축은행에게 이번 대출채권을 몰아주려 했다는 의심이 있다”고 덧붙였다.
◇ 예보, 가교저축은행 참여 문제 없어 “흠집내기다”
반면 예보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흠집내기’라며 반박하고 있다. 가교저축은행의 입찰 참여는 법적으로 가능하고 매각공고 대상 채권들이 NPL이 아닌 정상채권으로 매매차익을 노리는 금융사들의 참여를 방지하기 위해 단서조항을 달았다는 얘기다.
예보 관계자는 “가교저축은행은 예보가 자본을 투자하고 경영을 관리하고는 있지만 금융위의 정식 승인을 받은 저축은행”이라며 “신규대출 및 채권매입 등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통해 성과를 추구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증권사들의 입찰 참여를 제한한 것은 증권사들의 대출채권과 관련이 없기 때문”이라며“자산유동화 금지라는 단서조항을 달은 것은 이번 매각 채권이 정상채권임으로 매매차익과 추심을 통한 자금 확보를 노리는 금융사들의 참여를 방지하기 위해서다”라고 덧붙였다.
매각입찰공고를 일부 경제지 등에 실시한 것도 해명했다. 이번 채권매각의 주체가 예보가 아닌 솔로몬저축은행 파산법인이라는 설명이다. 솔로몬저축은행의 경영관리인이 예보 인사일 뿐, 예보가 이번 채권매각을 주도적으로 진행하지 않았다는 것. 예보 기금팀 관계자는 “이번 채권매각에 있어 예보는 조언자 역할만을 수행했다”며 “솔로몬저축은행 파산법인이 주도적으로 매각을 진행했고, 세부적인 사항 또한 이들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솔로몬 저축은행의 경영관리인이 예보 직원이기에 이 같은 주장들이 나오는 것 같다”며 “대출금액보다 매입금액이 높은 만큼 이번 사례는 ‘매각 우수사례로 선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관련 의혹들은 흠집내기에 불과하다”며 일부 저축은행 몰아주기 의혹에 대해 일축했다.
〈 솔로몬저축은행 대출채권 매각입찰 결과 〉
(단위 : 억원)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