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권추심 부가세 과세, 관련 신용정보사 “발등의 불”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음에 따라 올해도 국내 경기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신용정보·평가업계 또한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가 타인 또는 타사의 정보수집 위주에서 ‘자기정보관리’의 패러다임으로 변화하고 있고 개인CB시장의 성장 정체, 채권추심업의 부가세 과세 등 악재들이 겹쳐있기 때문이다.
신용정보·평가사들의 업무는 크게 조회·추심업, 2가지로 갈린다. 업계에서 신용조회업을 영위하는 곳은 NICE신용평가정보, KCB, 한국기업데이터(이하 KED), 서울신용평가정보(이하 서신평 정보), 고려신용정보 등 5곳 정도다. 나머지 신용정보·평가사들은 채권추심업에 비중이 쏠려있다. 서신평·고려신용정보 또한 채권추심에 사업비중이 대부분을 차지, 실질적으로 조회업 중심의 신용정보·평가사들은 NICE신용평가정보와 KCB 두 곳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신용조회업무를 영위하는 곳들은 올해 들어 그간 개인CB에 치중됐던 업무 형식을 탈바꿈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국내 최대 신용정보·평가사인 NICE신용평가정보는 올해 본인식별사업에 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뿐 아니라 그간 불모지나 다름없던 기업정보 또한 KED를 필두로 인프라 확대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채권추심업 중심의 신용평가·정보사들도 올해 업계의 존립을 운운할 정도로 심각하다. 2012년 9월 현재 채권추심을 영위하는 일부 신용평가·정보사들의 실적이 사상최대를 기록하는 등 호황을 보이고 있다. 이는 가계부채 연체율이 늘어나고 있고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서 채권추심 물량이 증가한 결과다.
문제는 2012년 채권추심수수료 부가세 면세조항을 폐지한 ‘2012년 세법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 신용평가·정보사들에게 막대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점이다. 관련 대안으로 발의된 ‘교육세법 개정안’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면서 업계 존립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 조회업, 경기침체로 금융사들 불황…“개인CB시장 성장 둔화 예상”
올해 신용정보·평가업계는 경기침체로 인해 고객 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가장 큰 고객이라고 할 수 있는 금융업계에서 은행을 제외하고는 부정적인 전망이 대다수여서다. 조회업무를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용정보·평가사들은 개인CB사업에 사업비중이 높은데, 주 고객인 금융사들의 행보가 이들의 영업 현황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NICE신용평가가 분석한 ‘2013년도 산업별 위험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을 제외한 금융업계인 보험·카드·저축은행·여전사 등은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특히 저축은행의 단기적 산업위험이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했다. 대출자산의 건전성 저하에 따른 업계 수익성 저하, 추가적인 영업정지 등 업계 구조조정 지속 등의 악재가 이어진다는 전망이다.
NICE신용평가 측은 “저축은행업계의 산업위험 등급은 1단계 하향 조정됐다”며 “저축은행의 고객 신뢰도 저하에 따른 대고객 수신기반 약화 가능성, 부동산 시장 등 국내 경기침체 지속에 따른 대출자산 건전성 저하 및 대손비용부담으로 수익성 저하 가능성 등을 감안해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사들의 영업이 위축이 되면 신용정보·평가업계 역시 위축된다”며 “특히 조회업을 중심으로 영위하는 신용정보·평가사들은 금융사들의 행보에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신용조회업무의 핵심인 개인CB부문의 성장둔화가 예상된다. 개인CB부문에서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NICE신용정보평가의 작년 3분기 CB사업 용역매출액은 690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35.5%를 차지하고 있다. 전년동기(624억원, 35.5%) 대비 66억원 늘어나 나쁘지 않은 수치다.
그러나 작년 3분기 영업이익 및 영업이익률이 44억원, 18.3%을 기록해 전년동기(52억원, 24%) 대비 각각 8억원, 5.7%p 하락했다. CB사용의 고객이라고 할 수 있는 금융사들이 불황을 겪어 정체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NICE신용평가정보 관계자는 “여신심사 용도로 사용되는 개인CB의 주 고객은 금융사다”며 “금융사들의 악재가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저축은행 퇴출이 지속되는 가운데 고객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 개인CB부문의 성장 둔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코리아 크레딧 뷰로(이하 KCB) 관계자도 “신용카드 신규발급 규제, 가계부채 연체율 상승 등의 악재로 금융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채권은 늘고 있지만, 개인CB 시장은 포화됐다”며 “개인CB 시장 포화에 따라 신용정보·평가사들이 컨설팅 및 리스크솔루션 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 본인식별사업 등 “신사업 및 기업정보 확대 추진”
고객 수의 감소가 예상됨에 따라 신용정보·평가사들은 기존 개인CB 위주의 사업 구조를 탈피하려 노력 중이다. 본인식별사업 확대 등의 신사업 발굴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 NICE신용평가정보는 올해 아이핀 등 본인식별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주요고객인 금융사들이 불황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다. 본인식별사업은 고객의 주민번호 등을 취급해 NICE신용평가정보가 가지고 있는 개인정보시장 노하우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작년 NICE신용평가정보의 본익식별사업의 매출액은 약 2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NICE신용평가정보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몰시장이 성장하면서 본인식별시장 또한 커지고 있다”며 “개인CB 시장이 둔화를 겪고 있는 가운데, 본인식별사업 및 마이크레딧 등 개인고객 중심의 사업 확대를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 기업정보 관련 인프라 구축도 필요
업계에서는 기업정보부문에 대해서도 관련 인프라 구축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한다. 국내 중소·중견기업 비중이 해외보다 낮은 가운데 이들의 육성을 위해 신용정보·평가사들이 도우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 2일 코트라가 발표한 ‘주요 국가들의 중견기업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기준 국내 전체 기업(312만5457개) 중 중견기업은 1291개로 0.04%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스웨덴(13.2%)·독일(12%)·중국(4.4%)·일본(3.7%) 등 세계 주요국가 대비 매우 미흡하다. 실제로 NICE신용평가정보의 기업정보 영업이익률은 작년 2분기 14.8%에서 작년 3분기에는 2.8%로 급락했다. KED 역시 2011년도 당기순익이 90억원을 기록, 118억원을 기록했던 2010년보다 당기순익이 감소했다.
KED 관계자는 “인식이 많이 개선됐지만, 국내 신용정보·평가업계의 기업정보부문의 경쟁력은 매우 미약하다”며 “중소·중견기업 육성을 위해서는 관련 정책뿐 아니라 기업정보부문의 경쟁력 향상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정보는 개인CB와 다르게 꾸준한 업데이트가 생명으로 기업정보 수집에 있어 체계적인 수집 및 관리방법이 수립돼야 한다”며 “기업정보가 투명해지면 중소기업의 자금 유치 여건도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 채권추심업 중심 신용정보·평가사, 높은 매출 불구…“업계 존립 우려”
채권추심업 중심의 신용정보·평가사들은 2012년도 3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 호황을 보이고 있다. 가계부채 급증 및 연체율 증가로 관련 채권이 늘어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주요사들을 살펴보면 고려신용정보의 작년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608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중 채권추심 매출이 529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86.95%를 차지하고 있다. 신용조회업무 비중이 급격히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채권추심 중심의 영업을 펼치고 있는 것.
KB신용정보 역시 443억원의 총 매출을 기록해 전년동기(397억원) 대비 11.59%(46억원) 늘어났다. 채권추심 매출이 전년동기 보다 증가했기 때문이다. KB신용정보의 작년 3분기 채권추심매출은 386억원으로 전년동기(342억원) 대비 12.87%(44억원) 증가했다. 서신평 정보 또한 전년동기 보다 약 26억원 개선된 당기순손실을 보였다. 그밖에 농협자산관리, BS신용정보 등도 매출 및 순이익이 늘어났다.
서신평 정보 관계자는 “부산저축은행 관련 투자손실을 처리하면서 당기손실이 감소했다”며 “지난 2년간 인수과정이 늦어지면서 영업라인에서 혼란을 겪었지만, 작년 8월 진앤이엔씨가 자사를 인수하면서 경영정상화에 돌입해 향후 영업호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작년 말 통과된 ‘2012년 세법개정안’에 의해 채권추심업 중심의 신용정보·평가사들은 존립을 우려하고 있는 상태다. 작년 12월 31일부로 채권추심 용역 수수료 부가세 면세 기간이 종료, 수익에 큰 타격이 예고되고 있다.
신용정보협회 관계자는 “부가세 과세의 대안인 ‘교육세법 개정안’의 통과가 불투명해지면서 채권추심업 중심의 신용정보·평가사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부가세가 과세되면 은행들이 부실채권의 추심위탁이 아닌 매각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며 우려했다.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