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 영향력증대, 환율프로그램매매 부각
2012년 증시가 장을 마쳤다. 유럽재정위기, 미국 재정절벽위기, 기업실적악화 등 악재 속에도 코스피는 최근 2000p를 넘는 등 선방했다는 평가다. 한해 동안 투자자를 웃고 울렸던 2012년 증시를 결산해봤다.
◇ 외부변수에 따라 증시롤러코스터
‘기대보다 아쉬웠고 우려보다 선방했다.’ 2012년 증시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이렇게 요약된다. 악재에 투매가 쏟아지는 패닉장도, 호재에 머니무브를 촉발할 강세장도 연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올해 증시흐름을 보면 올초 ECB(유럽중앙은행)의 LTRO(장기대출프로그램)발표 이후 코스피는 반짝 유동성랠리가 연출됐다. 낙폭이 깊었던 업종대표주(소재/산업재) 중심으로 반등했으며 코스피도 2000p를 가볍게 뚫었다.
하지만 5월 이후(5월~7월) 주식시장은 유럽재정위기가 다시 증폭되면서 변동성이 최고조에 달했다. 그리스의 유로존탈퇴, 스페인 은행권부실우려로 유로존 해체 가능성이 제기되며 코스피는 한때 1800p를 이탈하기도 했다. 하반기에 ECB 무제한 국채매입, 미연준위 Q3발표 등 정책이 투자심리를 진정시키며 최근엔 또다시 2000p를 탈환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증시는 정책이벤트같은 외부변수에 크게 흔들렸다. 유럽 재정위기, 중국 경기 우려, 미국 재정절벽 등이 증시를 쥐락펴락하는 핵심모멘텀으로 작용하며 정책이 꼬이거나 풀릴 때마다 증시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이들 변수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 투자주체는 외국인투자자다. 한번 방향을 정하면 꿋꿋이 바이홀딩하는 투자패턴은 옛말. 시장상황에 따라 사고 파는 변덕스런 매매형태를 보이며 증시의 변동성을 키웠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7월 26일 드라기 ECB총재의 추가 양적완화정책 시사 이후 외국인들은 불과 8월, 9월 두 달 사이에 약 9.7조원의 대규모 순매수를 나타냈다. 시장의 예상대로 주요국의 추가양적완화정책이 발표되자 외국인은 추가매입보다는 차익실현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거꾸로 10월 1.1조원, 11월 약 0.5조원을 내다팔았다. 하지만 외국인은 또다시 지난 11월 중순부터 18일째 순매수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2월 한달 동안 순매수규모는 약 3.8조원. 누적순매수규모로는 지난 2009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 외국인 매매패턴 단기성향 뚜렷, 더딘 개인투자자 유턴으로 거래대금침체
올해 외인이 매수할 때 눈에 띄는 현상은 환율, 프로그램매매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하반기들어 급락한 환율이 외인의 매수를 부추기는 우호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지지선인 1100원 아래로 떨어지자 자본이익(capital gain)뿐 아니라 추가환율하락에 따른 환차익(foreign exchange gain)을 노린 매수세가 유입됐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프로그램매매도 동반했다. 엄밀히 따지면 지난 11월 19일부터 시작된 지수상승의 메인 드라이브는 단순한 ‘외국인’가 아니라 ‘외국인의 비차익프로그램 순매수’다. 비차익 쪽으로 지난 26일동안 약 3조8639억원의 프로그램매수가 유입되기도 했다. 하지만 외국인들의 독주를 기관, 개인들이 지켜보면서 거래대금은 오히려 줄었다. 유가증권시장의 일평균거래대금은 약4조8488억원으로 전년 6조8631억원 대비 -29.35%나 급감했으며 이로인해 증권업계 전반의 지점통폐합, 인력 구조조정 등의 자구책 마련이 본격화되기도 했다.
한편 기본예탁금도입 등 규제의 직격탄을 맞았던 ELW시장은 외인, 기관, 개인들 모두 이탈함에 따라 일평균거래대금은 전년대비 80.74% 급감하며 존폐위기에 놓였다. 현대증권 오성진 리서치센터장은 “ 학습효과에다 악재에 내성이 생겨 올해 코스피상단 하단의 밴드폭은 대략 300p로 그리 높지 않았다”며 “앞으로 지수보다 개별종목의 옥석가리기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투자증권 조익재 리서치센터장은 “유동성은 풍부해진 반면 기업실적은 악화되는 등 엇박자가 심했다”며 “유동성이 기업실적개선으로 이어질지가 관전포인트”라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